“굉음이 시작되니 손으로 귀를 막으세요”
20일 오전 11시19분께 수원시 권선구 효탑초등학교 정문. 육중한 전투기 2대가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효탑초 상공을 지나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학교 위를 수초 동안 비행한 전투기는 엔진 출력을 높이며 이 일대 모든 소리를 앗아갔다.
효탑초 교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대씩 지나가는 수원 군공항 군 항공기 소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수원 군공항 소음 피해 초등학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90웨클(WECPNLㆍ항공소음 정도)을 기록한 이곳은 전쟁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소음 피해가 막심하다.
염기배 교감은 “군 항공기 소음에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재진이 이날 효탑초 옥상에서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전투기 소음은 최대 91.5dB(데시벨), 학교 운동장에서도 90dB이 넘는 수치가 나왔다. 인체 영향에 미치는 생활소음의 지표인 데시벨은 75dB 이상일 경우 생활소음 중 높은 수치에 속한다. 특히 효탑초에서 측정된 90dB은 소음이 심한 공장 안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음업무를 담당하는 수원시 관계자는 “90dB 정도면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보다 크고, 소음 피해가 굉장히 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잦은 비행 횟수와 평균 소음이 90dB 이상 돼야 90웨클이라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50분께 수원 고현초등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원 군공항이 바로 맞닿은 이곳에서 군 항공기 소음은 재앙 그 자체였다. 땅과 학교 건물을 뒤흔드는 진동과 군 항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직원과 학생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들 학교처럼 수원 군공항 인근 70개 학교가 군 항공기 ‘소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 같은 소음 피해에 경기도교육청이 내놓을 대책에 주목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실효성 없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수원지역 A 고교 교감은 “도교육청이 아닌 소음 관련 전문가들이 학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소음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태조사 결과 값으로만 대안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상ㆍ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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