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나절
진순분
맴맴맴 뙤약볕에
매미울음 높아지고
온 들판 타닥타닥
곡식이 여무는 소리
햇과일 단물 드는 향기
여름이 익어갑니다
우릉우릉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면
어린 나무 쑥쑥 키 크고
짹째굴 참새 목 축일 때
하늘 물 풍덩 뛰어든 구름
쪽배 둥둥 밀고 갑니다.
어려운 과정 거쳐야 얻는 소중한 결실
여름 한낮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다. 그러나 그 펄펄 끓음 속에서 곡식이 익어가고 햇과일엔 단물이 든다. 그건 하나의 시련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고마운 시련인가. 세상만사치고 시련 없이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동시조(童時調)는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통해 결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가을의 수확이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2연은 그림으로 치면 배경에 해당한다. 천둥에 이은 한줄기 소나기에다 나무와 참새가 한여름의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펼쳐보인다. 어디 이것뿐인가. ‘하늘 물’에 떠가는 구름은 한 폭의 쪽배다. 시인은 한여름을 무한한 생산성과 함께 참 많은 장식물로 곱게 색칠해 놓았다. 어린이들에게 이 동시조를 보여주고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퍽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좋은 작품은 상상력을 일깨워주는 법, 쪽배를 밀고 가는 그 먼 곳은 어디일까? 요 동시조는 흰 구름 두둥실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먼 앞날의 꿈을 그리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고 본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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