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악취 속에서 더 이상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수원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본보 3월18일자 7면)한 가운데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수원시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하수처리장(화성시 송산동ㆍ이하 처리장)과 500여m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 진안5통 마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코를 찌를듯한 악취였다. 여기에 은은하게 나는 물비린내까지 더해지자 머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메스꺼움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위를 식혀줄 바람은 반가운 손님이 아닌 냄새 확산을 유발하는 불청객이었다.
27℃의 열대야 현상에도 에어컨 실외기는 꺼져 있는 채 대다수의 주택들은 스며드는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고자 창문을 굳게 걸어둔 상태였다.
진안5통 주민 이문자씨(80ㆍ여)는 “한 여름에도 악취 때문에 기본적인 환기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매번 악취를 줄인다고 한 수원시가 하루빨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처리장과 600여m 거리에 있는 화성시 황계동 황계리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위치한 산과 녹지공간에서 퍼져나오는 풀냄새는 악취와 뒤섞여 오히려 더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냄새는 비가 내리면 더욱 악화돼 처리장과 약 1㎞ 떨어진 화성시 송산동 신현대아파트까지 퍼진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앞서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처리장에서 공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악취를 측정한 결과, 희석배수가 기준치 300배보다 두 배 많은 669배로 집계됐다.
이에 수원시는 악취기술진단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올 상반기 나올 예정이었던 용역 업체 조사 결과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고 받지 못해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용역 결과를 보고받고 탈취기 등 설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인근 주민들의 악취 고통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 처리용량 52만t의 수원하수처리장은 수원시 전역과 화성시 일부에서 발생하는 오수ㆍ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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