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내 상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현행법상 불법인 개문냉방과 ‘수시로 환기하라’는 방역당국의 상충된 권고를 두고 ‘에어컨 딜레마’에 빠졌다.
9일 오후 4시께 수원시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이른바 ‘인계 박스’로 불리는 이곳 인근에선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계 박스 외곽에 있는 수원시청역 8번 출구부터 IBK기업은행 동수원지점까지 이어진 보행로(직선거리 약 480m) 주변 가게들마다 출입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만 확인한 가게 47곳 가운데 18곳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 중이었다.
같은 날 낮 12시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문구용품 판매점과 종합 소매점, 일반음식점 등 개문냉방 영업 가게 안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게 업주들은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문을 열어놓고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력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개문냉방으로 소비 전력도 심해 전기료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고 부연했다.
A 문구용품 판매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장사한다”면서 “에어컨 4대를 상시 가동하고 있는데 전기요금 폭탄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B 음식점 관계자는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들이 답답해하고 싫어한다”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손님 급감, 전기료 걱정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방역 지침과 현행법상 과태료 처분이 가능한 개문냉방 영업 사이 상충되는 기준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방역 지침과 개문냉방 관련 법이 상충되는 건 맞다”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상충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개문냉방 단속이 유예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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