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팻말에도 하루 최소 10명 낚시...인근 공터 쓰레기 담긴 봉투 수두룩
센터 관계자 “서식지 옮길 가능성 커”
“인간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수달이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 중인 황구지천 수원구간이 불법 낚시와 쓰레기 투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일보가 19일 오전 수달 생태조사 중인 수원환경운동센터(이하 센터) 관계자들과 진행한 황구지천(수원시 권선구 일원)에 대한 현장 답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불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황구지천교 인근, 농로에서 하천을 잇는 가파른 경사에 자란 수풀 사이사이에는 총 10여개의 빈 플라스틱 생수통이 버려져 있었고, 손바닥 크기의 떡밥통 2개가 하천 인근에 나뒹굴고 있었다. 또 버려진 한 물고기 사체는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겼다.
농심교 인근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하천 인근 공터에 버려진 막걸리병 등이 담긴 검정색 쓰레기봉투들 인근으로 수십마리의 파리 등 곤충과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다.
심지어 불에 탄 비닐과 생수통 하나가 땅속에 박혀 있어 하천 오염이 우려됐고 ‘낚시 금지’ 팻말에도 장시간 낚시 의자가 놓인 곳으로 추정되는 부지 위에 자란 수풀은 마구잡이로 꺾여 있었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하천법에 따라 낚시와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이곳에서 불법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센터가 수달 조사를 위해 황구지천 수원구간(총 32.5㎞ 중 13㎞) 곳곳에 설치한 총 9대의 카메라에는 하루 평균 최소 10명 이상의 낚시꾼 모습이 포착됐다. 권선구청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90건의 계도작업을 했음에도 이같은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법 낚시꾼들과 쓰레기 무단 투기자들이 야기한 토양 및 수질 오염으로 인해 희귀종으로 보호받아야 할 수달들이 황구지천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수달은 야행성으로 빛과 소음 등 사람의 행동에 민감한 데다 환경오염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은화 센터 사무국장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고자 수풀이 우거진 곳을 서식지를 삼은 수달이 야간 낚시꾼들이 저지러 놓은 불법행위로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관계당국은 해당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선구청 관계자는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에서 수달이 최초로 발견됐으며 현재 수컷과 암컷, 새끼 등 수달 가족 3마리가 서식 중이다.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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