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조영수
돼지저금통이
마술을 부렸다
아프리카에 가서
염소 한 마리 되었다
배고픈
아이에게 젖 나눠주는
젖엄마가 되었다
한푼 두푼 정성이 부린 ‘마술’
푼푼이 모은 돈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었다는 참 아름다운 동시다. 이를 시인은 ‘마술’이라고 했다. ‘돼지저금통이/마술을 부렸다’. 요 첫 구절이 눈길뿐 아니라 마음까지를 확 잡아챈다. 시의 첫 구절은 요래야 맛이 난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 나는 ‘퐁당!’ 소리처럼 딱 한 마디를 던져야 한다. 어디 맛뿐인가. 시가 주는 의미는 더욱 그윽하고 예쁘다. 돼지저금통이 염소 한 마리가 되고 젖엄마가 됐다는 얘기다. 그러니 ‘마술’이 딱 맞는다고 했다. 필자는 어릴 적에 전쟁을 겪으며 외국에서 보내온 옷을 입고 학용품을 받아 공부하였다. 그 어려웠던 시절 생각이 나서 10여 년 전부터 한 구호단체 회원이 되어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를 돕고 있다. 남을 돕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이 동시는 한 푼, 한 푼 모은 돈으로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다. 그 아이의 따듯한 마음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 ‘배고픈/아이에게 젖 나눠주는/젖엄마가 되었다’. ‘젖엄마’란 어휘가 또한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냥 엄마가 아니라 젖엄마.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젖! 시인은 여인의 신체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부위를 봉사의 대명사로 썼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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