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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슈& 현장을 가다] '철새들 보금자리' 안산갈대습지, 보호구역 지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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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슈& 현장을 가다] '철새들 보금자리' 안산갈대습지, 보호구역 지정 필요

시화호 상류지역 찾은 청둥오리의 모습
시화호 상류지역 찾은 청둥오리의 모습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ㆍ동화ㆍ삼화천 등 3개 지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인공습지인 ‘안산갈대습지(습지)’가 철새 등의 천국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습지는 지난 1997년 12월 착공한 지 8년여 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조성됐다. 당초 이곳은 ‘시화호습지공원’이라 불렸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던 K-Water(한국수자원공사) 측이 2014년 4월 안산시와 화성시로 관리 주체를 분리해 넘기면서 안산시는 ‘갈대습지(39만 5천685㎡ 규모)로, 화성시는 ‘비봉습지’(64만1천815㎡)로 각각 다른 명칭을 부여해 부르고 있다.

특히 안산시와 환경단체 등은 지난 2014년 습지를 ‘람사르 습지’ 등재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고 이는 시화호의 생태계가 회복됐음을 국내ㆍ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습지는 겨울이면 수십 만 마리의 각종 겨울 철새가 방문하는가 하면 멸종위기의 수달(Otter)이 이동 경로를 따라 8곳의 쉼터를 설치하는 등 30마리에 달하는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습지를 중심으로 시화호 상류지역 인근에 빽빽하게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사람의 개입이 잇따르면서 이곳 습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습지 조성의 필요성 제기

‘시화지구 간척사업계획’에 따라 군자만이라 불리던 시화호 유역은 지난 1987부터 1994년까지 7년에 걸친 공사 결과로 ‘시화방조제’로 재탄생했다. 이는 반월국가산단과 농지 확장 등을 목표로 추진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끝으로 담수호로 탄생한 시화호는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공장 등지에서 발생한 오ㆍ폐수 및 생활하수 유입으로 인해 당초 목표였던 농업용수 기준치인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8ppm를 2배가량 초과한 17ppm 이상으로 나타났다. 일부지점은 무려 기준치의 6배가 넘는 50ppm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시화호 내 생물들이 집단 폐사를 하는 원인으로 이어졌다.

결국,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을 얻게 됐으며, 주민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관리 주체를 따갑게 비난하기에 이르렀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마침내 오염된 시화호를 살리자는 운동이 확산됐다. 이를 통해 시화호의 수질개선 대책의 하나로 하수처리장 증설에 이어 ‘시화호의 오염수를 외해(서해)로 보내면 바다의 오염’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도 방아머리 입구에 설치된 배수갑문을 통한 시범적으로 해수유통을 추진, 시화호 상류 지역에 인공습지 조성의 필요성이 본격 대두되기 시작했다.

 

안산습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수달
안산습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수달

■습지의 탄생 및 생태계 보고

이를 계기로 당시 시화호 관리 주체였던 K-Water는 반월ㆍ동화ㆍ삼화천 등 시화호 상류 3개의 지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총 270여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미국 하자엔지니어링사의 자문을 받아 국내 최초 인공습지를 103여 ㎡ 규모로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K-Water는 반월천 등 3개 지천에서 시화호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습지의 특성인 자연정화기능을 통해 시화호 상류에 유입되는 오염수를 정화할 목적으로 습지를 조성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습지에는 황조롱이뿐 아니라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조류 10여 종을 비롯해 9종의 멸종위기종 등 총 110여 종에 3천여 마리에 달하는 조류 개체는 물론 물병아리와 양서류 등도 관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금개구리, 삵, 너구리에 이어 멸종위기 1급 종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평가 받고 있다.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보호구역지정 필요

이처럼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조류 및 동물 등이 계절에 따라 습지를 찾고 떠나고를 반복하며 서식지로 자리잡고 살아가는 배경에는 이곳에 그만큼 먹이가 충분하고 주변 환경이 서식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습지 및 시화호 상류를 따라 안산시 지역의 경우 90블럭, 화성시 측에 송산그린시티 등 대규모 고층 아파트 수천 세대가 빼곡하게 들어서는 등 습지 주변이 빌딩 숲으로 변하면서 이곳을 찾는 조류와 동물들이 생태적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습지를 비롯 시화호 상류에는 매년 멸종위기종인 큰고니, 흰꼬리수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6개 종의 오리류 철새 3만5천여 마리가 시베리아 등지에서 날아드는 등 매년 겨울 이 일대는 30여 만 마리가 넘는 철새들이 찾아 겨울을 난 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청각이 유달리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철새 등 새들에게는 각종 소음이 많은 아파트 숲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휴식을 위해 멀리서 날아온 철새들에게 소음은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위적 개발이 마무리된 지역을 제외한 습지 등 시화호 상류의 나머지 지역을 휴식을 위해 찾아든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류보호구역’ 지정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더욱이 습지의 경우 국내에서 단위 면적당 멸종위기종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보호구역지정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습지 등 시화호 인근에서 학생들과 함께 오랜 시간 겨울 철새를 모니터링해왔다.

이 교수는 “실습 차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대부습지 등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 곳의 위치나 서해 갯벌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철새들에게는 중요한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경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화호 및 습지를 지킴이 최종인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양한 종의 철새들이 찾는 습지와 시화호 등에 대한 보호구역지정을 통해 철새들이 적응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곧 인위적으로 개발한 인근 지역으로 겨울 철새가 달아들 것인데 이처럼 사람의 간섭이 철새의 개체 수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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