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자리잡은 멸종위기종
“생태계 구축…보호구역 지정해야”
삵과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천혜의 생태계’ 안산갈대습지에서 삶의 터전을 이루면서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ㆍ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오전 시화호 상류 안산갈대습지 북측 구간에선 삵이 남긴 선명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조류관찰대 내 발소리를 줄이기 위해 깔린 모래 위엔 폭 6~7㎝의 발자국이 빼곡하게 찍혀 있었고, 모래로 배설물을 가리는 고양이와 달리 영역 표시를 위한 삵의 배설물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됐다.
삵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지난 2015년 서울대공원에서 안산갈대습지에 5마리를 방사했다. 야생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방사 2년 만에 로드킬(Roadkill)로 4마리가 숨졌다. 이후 2마리가 추가로 방사된 뒤 가까스로 암수 한쌍이 살아남아 교배에 성공,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18마리가 추가로 번식했다. 현재 총 20마리의 삵 무리가 안산갈대습지에 터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삵뿐만이 아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도 안산갈대습지에 안식처를 마련했다.
물가에 있는 먹이통 주변에는 수달이 몸을 부벼 영역을 표시한 흔적이 선명했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배설한 자국도 쉽게 눈에 띄었다. 지난 1990년대 초 반월저수지에서 2마리가 발견되고 별다른 소식이 없던 수달은 지난 2006년 안산갈대습지의 상류 안산천에서 2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습지 내 8곳에 둥지를 튼 수달은 최소 30마리로 집계됐다.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로, 겨울이면 철새 수십만마리가 무리 지어 찾는 등 천연기념물의 보고(寶庫)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샛강들이 모여 큰물을 이루는 ‘기수지역’으로, 원활한 산소 공급을 따라 물고기떼가 모여들며 삵과 수달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터를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삵이 자리를 잡은 뒤로는 철새들을 잡아먹는 등 말썽을 부렸던 들고양이떼가 자취를 감췄고, 수달이 먹다 숨긴 물고기를 삵이 찾아 먹으면서 공생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이처럼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안산갈대습지에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는 “기수지역은 천혜의 생태계로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간도 땅이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어렵사리 도심 속에 둥지를 튼 멸종위기종을 지켜내기 위해 더 이상의 개발없이 영역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산갈대습지에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 됐다”며 “현재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며, 올 하반기 생태조사를 통해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구재원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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