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집 하나, 방 8개로”…벌금보다 짭짤한 ‘방 쪼개기’

건축물대장상 층별 2가구로 신고돼 있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다세대주택에서 가벽으로 방을 나눠 층마다 4가구씩 거주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불법 구조 변경이 적발됐음에도 8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 시정되지 않고 있다. 장희준기자

세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방 쪼개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거권 침해는 물론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1일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4층 다세대주택. 건축물대장에선 층별 2가구로 신고돼 있었지만, 2~3층엔 가벽이 세워져 각각 4가구씩 거주하는 상태였다. 특히 이곳은 지난 2013년 4월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정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는 23㎡짜리 방에 보증금 1천만원, 관리비 포함 월세 60만원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방이 빠지지 않는 데다 기숙사에서 나온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몰려 원룸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라며 “단속에 걸려 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가격에 방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귀띔했다.

단국대학교 인근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한 가구가 살아야 하는 층이 복도와 함께 8개의 방으로 쪼개져 있다. 장희준기자

대학가 주변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단국대학교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다세대주택은 한 가구가 살아야 하는 한 층에 복도까지 깔렸고 8개의 방으로 쪼개졌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현관문은 닭장을 연상케 했고 방 하나의 전용면적은 19㎡에 불과했다. 옆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허술한 가벽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경기대학교 인근에 있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5층 건물도 3~5층을 각각 3가구로 쪼개놨다. 1~2층은 용도상 창고로 신고돼 있었지만, 역시 월세방으로 사용됐다. 3가구만 살 수 있는 한 지붕 아래 12가구가 살다 보니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화재 설비가 제대로 구비된 곳은 없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10~12월 도내 다세대주택 등 2천14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511곳(1천999가구)에서 방 쪼개기 등의 불법 구조 변경을 적발한 바 있다. 그러나 단속 주체인 각ㆍ시군의 점검은 연 1회에 그치거나, 현실적으로 이행강제금보다 월세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아 불법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법이 적발되면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지만, 월세 수입이 그보다 높으니 방 쪼개기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명백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만 단속이 느슨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단속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마다 단속 인력 부족 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어 지역건축안전센터에 단속 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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