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를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하는 ‘방 쪼개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거권 침해는 물론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1일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의 4층 다세대주택. 건축물대장에선 층별 2가구로 신고돼 있었지만, 2~3층엔 가벽이 세워져 각각 4가구씩 거주하는 상태였다. 특히 이곳은 지난 2013년 4월 불법으로 구조를 변경한 사실이 적발됐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정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는 23㎡짜리 방에 보증금 1천만원, 관리비 포함 월세 60만원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방이 빠지지 않는 데다 기숙사에서 나온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몰려 원룸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라며 “단속에 걸려 들면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가격에 방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귀띔했다.
대학가 주변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단국대학교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다세대주택은 한 가구가 살아야 하는 한 층에 복도까지 깔렸고 8개의 방으로 쪼개졌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현관문은 닭장을 연상케 했고 방 하나의 전용면적은 19㎡에 불과했다. 옆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허술한 가벽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경기대학교 인근에 있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5층 건물도 3~5층을 각각 3가구로 쪼개놨다. 1~2층은 용도상 창고로 신고돼 있었지만, 역시 월세방으로 사용됐다. 3가구만 살 수 있는 한 지붕 아래 12가구가 살다 보니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화재 설비가 제대로 구비된 곳은 없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10~12월 도내 다세대주택 등 2천14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511곳(1천999가구)에서 방 쪼개기 등의 불법 구조 변경을 적발한 바 있다. 그러나 단속 주체인 각ㆍ시군의 점검은 연 1회에 그치거나, 현실적으로 이행강제금보다 월세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아 불법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법이 적발되면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지만, 월세 수입이 그보다 높으니 방 쪼개기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며 “명백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만 단속이 느슨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방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단속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마다 단속 인력 부족 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어 지역건축안전센터에 단속 업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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