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습 등 노력 쏟고 주민과 동화돼야 성공 가능성↑
은퇴 후 섣부른 도전 실패 많아… “체계적 준비 필요”
은퇴 후 제2의 삶을 그리는 중년 세대는 물론 사라진 일자리와 치솟는 집값에 지친 젊은 세대 등 농ㆍ어촌으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어ㆍ귀촌 가구 수는 35만8천591가구로 집계됐다. 전년의 32만9천986가구보다 8.7% 늘어난 수치다. 이는 언택트(비대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인구 저밀도 지역 선호 등 생활양식이 변하면서 귀농ㆍ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그러나 막연히 귀농ㆍ귀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농촌생활은 그저 허황된 꿈일 뿐이다. 농촌에 자리 잡기까지 위기에 봉착할 요인이 많아 얼마만큼 철저히 준비하느냐가 귀농ㆍ귀촌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술과 정보는 필수…철저한 준비만이 ‘성공 비결’
도내 농촌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귀농인들은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고 영농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습득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착 지역의 주민과도 빨리 동화돼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파주시 조리읍에서 만난 송기삼씨(57)는 3천966㎡ 규모의 무농약 쌈채소 농장을 운영 중이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24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귀농했다.
송씨는 귀농 결심 후 4단계로 나눠 준비에 전념했다. 먼저 한 달간 농업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6개월간 귀농교육을 받았다. 지인의 소개로 쌈채소 농장에서 실습을 병행한 그는 이후 밭을 임대해 2년간의 시험재배를 거쳐 지금은 연 5천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성공한 귀농인이 됐다. 송씨는 “귀농ㆍ귀촌은 교육을 통해 정신적으로 단련하고 실습으로 일정기간 간접 경험을 해야지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연천군으로 귀촌한 권미영씨(56)도 각종 교육과 마을 주민의 도움에 힘입어 베테랑 농부로 거듭났다. 바른 인사성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는 권씨는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귀농귀촌회 모임을 만들어 선도농가 견학을 다니며 귀농인들의 성공 비결을 연구했다”며 “교육도 교육이지만 주민들과 빠른시일 내에 친분을 쌓은 덕분에 지금은 벼농사와 전통주를 빚으며 행복한 농촌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험 부족ㆍ주민 마찰은 실패의 지름길
준비 기간 없이 섣부른 귀농ㆍ귀촌은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경험 부족과 현지인들의 선입견, 생활ㆍ영농 방식 차이 등 실패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은행 간부를 지낸 A씨(59)는 퇴직 후 사업에 실패하고 건강까지 나빠져 평생을 살아온 성남시를 떠나 충남 부여군으로 귀농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서 농사나 짓자’는 심정으로 수박 농사를 시작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경험이 없는 농사일도 힘들었지만 무뚝뚝한 성격에 주민들과 섞이지 못하면서다. 마을 주민들과 유대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판로 확보는 물론 농기계나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A씨는 “귀농을 결심할 당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지원해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라며 “농촌 경험이 없어 영농기술이 부족했고, 농촌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 점도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고양시에서 경북 영양으로 귀농한 B씨(40)는 6천611㎡ 규모의 고추 농사를 지으며 연간 2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외로움을 호소했고, 자녀의 교육문제, 문화생활에 대한 박탈감, 의료시설 부족 등으로 가족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며 귀농에 실패했다.
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자 귀농·귀촌을 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전문교육을 쌓아야만 실패를 줄일 수 있다”라며 “귀농인의 집, 농촌 살아보기 등 지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미리 체험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홍완식ㆍ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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