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명절 때 인파 몰릴 텐데…복합건축물 ‘화재 무방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명절 연휴를 앞두고 도내 복합건축물에 대한 소방 점검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복합건축물의 화재 대비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성남시 수정구의 J 사우나. 지하 1층으로 향하는 폭 1.5m의 계단은 신발장과 여러 개의 플라스틱 물통, LPG 가스통 등으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성인 남성 1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공간으로 내려가자 소화기 없이 덩그러니 남은 거치대는 문을 괴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비상구, 비상 대피로 등을 가로막는 적치물은 대형화재 참사 때마다 불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17년 12월 충북 제천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희생자 29명 중 20명이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숨졌다. 비상구 앞에 무단 적치된 장애물들이 이들의 탈출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K 대형마트도 마찬가지. 지하 1층의 문구 코너에선 소화전이 대형 액자로 가려져 있었다. 또 매대들이 빈틈없이 놓인 탓에 유사시 소화전을 개방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통시장도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다. 수원시 팔달구의 지동시장에선 소방용수시설 옆 도로 경계석이 빨갛게 칠해지고 ‘주정차금지’라고 적혀 있었지만, 바로 앞에 승용차가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차주에게 소방시설을 알리고 이동 주차를 요청했지만, ‘불이 나면 빼겠다’는 말과 함께 되레 언성을 높였다.

12일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한 사우나의 비상구가 불법 적치물로 가로막혀 있다. 장희준기자

이와 함께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7일 명절 연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쇼핑몰 등 경기지역 복합건축물 204곳을 점검, 47곳(23%)에서 3대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3대 불법행위는 ▲소방시설 차단 ▲피난방화시설 훼손 ▲불법 주정차 등으로, 현행법에 따라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 당국은 일제 단속에 각 소방서 패트롤팀, 소방특별조사팀 등 530명을 동원했으며 적발된 47곳에 대해 입건 4건, 과태료 처분 16건 등 65건을 조치했다. 이번 단속에서 한 쇼핑몰은 화재수신기를 차단한 기록이 확인됐고, 또 다른 판매시설은 경보설비의 예비전원의 불량을 방치하다 적발됐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 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이라며 “건축물 피난방화시설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건축물 특성에 따른 ‘3대 불법행위’ 단속을 연내 추가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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