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도심 속 흉가로 방치되는 ‘집배원 옛 관사’ 체신연립

13일 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체신연립이 1980년부터 수원우체국 집배원의 관사로 쓰이다 2016년 10월 폐쇄 이후 방치되고 있다. 장희준기자

집배원의 옛 관사로 쓰이던 폐건물이 도시 미관을 해치면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주거지역 한복판에서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를 일으키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4일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체신연립. 이 건물은 지난 1980년 준공된 4층 연립주택으로, 수원우체국 집배원의 관사로 사용되다 지난 2016년 10월 폐쇄됐다. 당초 폐쇄 이유가 건물의 노후화였던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했지만, 현재까지 텅 빈 폐허의 모습으로 별다른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건물 주변에는 수풀이 우거졌고 외벽에 금이 가거나 페인트칠이 벗겨진 모습으로 미관을 해쳤다. 곳곳에서 맥주캔, 소주병 등 음주의 흔적이 발견됐고 담배 꽁초들이 한곳에 가득 쌓여있기도 했다. 또 고무 대야를 비롯한 생활 폐기물들이 반쯤 흙에 파묻힌 채로 악취를 풍기며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더구나 주변에는 e편한세상(228세대)ㆍ벽산3차(389세대)ㆍ신미주(189세대) 등 아파트 단지와 학원들이 몰려 있어 주민들은 흉측한 건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주민 임채원씨(42ㆍ여)는 “바로 옆에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도 있는데 언제까지 방치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밤이 되면 이 근방을 피해서 다닐 정도”라고 털어놨다.

특히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단 한 차례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이후로도 수원우체국에서 월 1회 육안으로 점검을 실시한 게 전부였다.

경인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통상 35년 이상 된 건물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는데, 체신연립의 경우 34년째 되는 2014년부터 매각 논의를 시작해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매각 절차가 쉽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는데, 올해 5월부로 장안구청과 대부계약을 맺고 관리권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장안구청 관계자는 “현재 건물에 대한 매각대금은 지불을 완료했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소유권 이전까지 마칠 예정”이라며 “건물을 철거한 뒤 정자2동 행복주민센터 신청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우범지대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보안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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