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랭 드 라 갈레트>는 인상주의 대표 화가 르누아르의 걸작으로 그의 예술철학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르누아르는 일상의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포착하여 빛과 색채로 담아냈다. 그는 각별한 친구인 모네와 함께 전통적인 미술 기법을 거부하고 색채, 색조, 질감을 통하여 순간을 포착하는 인상주의 양식을 도입했다.
작품의 배경인 물랭 드 라 갈레트는 19세기 말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에 있던 야외 선술집으로 당시에 일요무도회로 유명한 대중적인 사교의 장소였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젊은 파리의 연인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도 하고 아래 설치해놓은 야외무대에서 춤을 췄다. 르누아르는 이러한 즐거움과 행복이 넘치는 물랭 드 라 갈레트 광경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내고자 하여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이 작품에 매진하기 위해 근처에 아틀리에를 얻고 6개월간 매일 현장에 직접 찾아가 정경을 묘사하며 수많은 스케치와 습작을 남겼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화면의 형체를 세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 짧은 붓질로 다양한 색채를 분할하여 표현하며 윤곽선 없이 하이라이트를 사용하였다. 작품에 검은색을 사용하지 않고 그림자도 짙은 푸른색으로 사용한 점 등에서 인상주의의 전형적인 표현이 잘 드러난다.
르누아르는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 전업 모델들을 쓰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과 이곳에 자주 드나들던 노동 계급의 여성들을 모델로 했다. 화면의 하단에 보이는 두 여성은 에스텔과 잔 마르고 자매로 재봉사이며, 그녀들을 맞은편에서 바라보고 있는 남성은 훗날 르누아르 전기를 집필하는 조르주 리비에르이다. 탁자 우측에는 화가인 프랑크 라미와 노르베르 괴뇌트가 나란히 앉아 있다. 화면의 좌측에서 관람자를 바라보며 장밋빛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여인은 르누아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마그리트 르그랑이며 그녀와 함께 춤추고 있는 남성은 쿠바 태생의 스페인 사람인 카르데네스다. 화면의 좌측 하단의 인물은 절단되어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화면을 액자 밖으로 확장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에 동화되는 느낌을 준다. 이들의 뒤로 야외무대에서 무리를 이루어 춤추며 즐기고 있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춤추는 무리와 나무들의 형상은 간략하게 색채로 표현되었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자정까지 이어진 야외무대를 밝혔던 흰색 가스등이 그려져 있다.
르누아르는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자신의 철학을 작품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지켜왔다. 가난하여 빈 물감 튜브를 계속 짜면서도 작업했고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에 참전하며 친구도 잃었다. 말년에는 관절염으로 손가락의 관절들이 마비되어 붓을 팔에 묶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워하며 그림을 그렸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그러한 르누아르의 정신이 가장 잘 담긴 작품 중 하나로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을 그대로 담아 보는 우리에게도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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