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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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민화가이자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풍경 화가인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BBC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1위로 뽑혔고 영국의 20파운드 지폐의 모델이 되었으며, 꾸준히 영화나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등장하고 있다.

테메레르는 1805년에 트라팔가르해전에 참전하여 프랑스, 스페인 연합함대를 물리치고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설적인 군함이다. 이러한 영국 해군의 상징과 같은 군함도 수명이 다해 템스강에 있는 조선소로 예인되어 가는데 그 모습을 직접 본 터너가 퇴역하는 전함을 기리기 위하여 남긴 작품이 <전함 테메레르>이다.

그림에선 군함의 퇴역하는 모습이 웅장하게 표현됐다. 당시 군함은 돛대 등 쓸만한 것은 모두 제거된 상태였지만 터너는 돛대 3개를 복원하고 배를 황금빛의 섬세한 붓질로 윤곽을 잡았다. 선체는 흰색으로 장엄하게 묘사해 이 배에 경의를 표했다.

그 앞에는 군함을 증기기관의 힘으로 견인하는 검은색의 작은 예인선이 있다. 예인선은 검은색과 오렌지빛 연기를 뿜어내며 물살을 가르는 모습으로 그려져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화면 우측에는 태양이 지고 있으며 석양의 노을이 태양을 중심으로 오렌지빛에서 황금빛으로 번져가며 푸른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터너는 석양이 지는 모습을 수채화를 그리듯 얇게 바탕을 칠 한 후 그 위로 구름을 두텁게 덧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서 테메레르와 증기 예인선은 영국의 영광을 볼 수 있다. 군함은 구시대의 영광을 의미하며 예인선은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새로운 상징이다. 또한 테메레르는 60대의 나이에 접어든 터너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터너는 분신과도 같은 이 작품을 매우 아껴 애인이라고 부르며 비싼 가격에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국가에 기증했다.

최문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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