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줍는 사람들'

낟알 줍는 자세에서 발견하는 ‘노동의 숭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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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숙한 <이삭 줍는 사람들>은 <만종>과 더불어 프랑스 농민 화가인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 중 하나다. 밀레는 19세기 파리에 콜레라가 유행하여 파리의 교외인 바르비종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농민의 삶과 자연 풍경을 그렸다. 당시 바르비종에서 자연주의를 추구하며 풍경화를 그리던 화가들이 바르비종파라 불렸는데 밀레는 시골의 풍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더하며 바르비종파의 대표 화가가 되었다. 그는 농민이 일하는 모습을 과장 없이 서정적이면서도 엄숙하게 표현했다.

19세기 프랑스의 농촌에서는 부농들이 추수가 끝난 뒤 밭에 남은 밀 이삭을 생활이 힘든 빈농이나 미망인들에게 줍게 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이삭 줍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경에는 추수가 끝난 밭에서 머릿수건을 하고 허리를 굽히며 이삭 줍고 있는 세 여성 농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밀레는 이 여성들의 윤곽선을 견고하게 그리며 얼굴의 세부 묘사는 간략화하였다. 또한 이삭 줍는 행동을 투박하면서도 무겁게 표현하여 운동감이 없어 조각과도 같은 느낌을 주어 이삭 줍는 행위에 관람자의 시선이 집중되게 한다. 이 여성들을 추수되어 단순한 황금빛 들판에 배치하고 대비시켜 종교화에서 느껴지는 장엄미가 엿보인다.

세 여인의 뒤로는 수레를 가득 채운 마차가 출발하고 있으며, 멀리 원경에는 전경과 달리 많은 농민들이 부산하게 일하고 있고 수확물이 높게 쌓여있다. 전경의 세 여성은 이들이 추수하고 간 이삭을 줍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농부를 소재로 삼은 그림은 다른 회화보다 격이 낮다고 보았다. 밀레는 이러한 시선을 깨고 친분이 없는 농부들의 삶을 엄숙하게 그려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가교 역할을 했으며 이후 프랑스 화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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