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보건복지팀’ 불과 2천163명… 1인당 20명씩 담당 사회복지전담공무원만 소득·재산 정보 조회 권한 주어져 타 부처 업무까지 쏠려 인력난 심화… 전달 체계 개편 절실
■ 두 달마다 내려오는 ‘공포의 발굴 명단’
31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위기가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인 ‘발굴 조사 대상자’ 등의 명단을 두 달에 한 번씩 일선 지자체로 하달한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복지부를 비롯해 시군구에서 받은 명단까지 포함해 이를 토대로 일정 기간(통상 한 달) 동안 가정 방문 등을 실시해야 한다. 현장에 나간 공무원들의 상담 후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이들에게 생계비·주거비 등 긴급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다.
앞서 지난 8월2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세 모녀 사건의 원인이 인력 부족 문제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현장에선 고질적 인력난으로 ‘공포의 명단’이란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소속된 인원은 총 2천163명에 불과했는데, 복지부가 평균 18만명(도내 약 4만명 추정)의 명단을 내려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1인당 담당하는 대상자 수는 2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던 권선1동은 중앙 정부 등을 통해 하달된 명단 104명에 대해 지난 한 달 동안(7월11일~8월26일) 방문해야 했는데, 현장에 나갈 인력은 단 2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인당 52명의 대상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셈이다.
도내 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다른 업무도 하며 틈틈이 현장에도 나가야 하는데 있으나 마나 한 인원으로 어떻게 모든 집들에 대한 현장 방문을 할 수 있겠느냐”며 “또 정작 현장에 방문해도 관리인이나 집주인을 통해 알음알음 겨우 만나기 때문에 열 집을 가면 실제 대면하는 경우는 1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털어놨다.
■ 타 부처 업무까지 떠맡게 되는 ‘깔때기’ 구조
이번 ‘세 모녀 사건’이 일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깔때기’처럼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는 공공사회복지조직 전달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소득이나 재산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내 조회 권한이 주어진다.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대상자의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복지 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문제는 해당 시스템 조회 권한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만 있는 상황에서 타 부처의 복지 업무까지 결국 이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과 같은 사회적 흐름에 맞춰 복지부 외에도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개별 부처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사업이 아니더라도 타 중앙 부처에서 시행하는 복지 정책도 급여 지원 등에 앞서 소득이나 자산조사가 필요하고, 결국 이는 조회 권한이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손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복지부 외 중앙 부처나 지자체는 복지사업을 신설 및 변경할 시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를 통해 복지부와 협의하는데, 2018~2020년 3년간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를 통해 협의가 완료된 건수는 중앙 부처가 총 148건이었고 경기도가 455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 완료는 중앙 부처나 지자체의 수정 권고 내용이 동의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일선 지자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 과다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 이미 1인당 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만 해도 2020년 기준 도내 70.2명(공무원 4천709명·수급자 33만848명)에 달할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2020년 이후엔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코로나19 보건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력 확충 및 전달 체계 개편 절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인력 확충과 더불어 이 같은 확충이 효과를 거둘 수 있게 전달체계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번 ‘세 모녀 사건’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며 “위기가구를 발굴했다 해도 이들을 찾아가 마주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얽혀 발생한 사건이 실무 담당자 입장에선 자의든 타의든 그 사람 책임이 돼 버리는 부분도 있다”며 “인력 및 복지예산 확충 등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더 꼼꼼히 설계하는 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명선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사무총장은 “기존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토대로는 되레 대상자를 발굴할수록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일선 사회복지공무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체계를 세부적으로 손봐야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양휘모·이정민·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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