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 낙조는 화성 팔경의 하나이다. 포구의 낙조가 아름다운 건 수평선의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생업이라는 희로애락의 역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어의 날과 흉어의 날이 반복되는 고깃배들을 배경에 두고 붉은 노을이 물들었다. 온 바다가 붉다. 지는 것은 아름답다. 인생의 황혼도 그랬으면 좋겠다.
궁평항 주변의 해송은 생명력이 있다. 모래 위로 튀어나온 사람의 힘줄과도 같은 거친 뿌리들이 꿈틀댄다. 가끔 마음을 다스리려 바다에 왔다가 더 큰 고적감을 넣고 갈 때가 있다. 그래도 노을을 바라보면 생성과 소멸이라는 단순한 인생살이의 이치를 거듭 느낀다.
밀물이 왔다가 썰물이 밀려가는 것처럼.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오늘을 지나 내일의 태양이 뜨고 또 지는 것처럼.
절망 뒤에 희망이 태어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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