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행궁동 골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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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전시 뒤풀이는 가장 중요한 식순이다. 전시하는 작가는 작품을 내놓고 조금은 긴장하고 있지만 관람자들은 작품만 둘러보면 곧바로 뒤풀이 집으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치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에 눈도장만 찍으면 식은 보지도 않고 곧바로 뷔페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방화수류정 아래 수원천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대안공간 전시장이 있었고 그 앞에 골목집이 있었다. 골목집은 전시 뒤풀이를 많이 했지만 전시장이 사라지자 행궁동 생태교통 거리로 이전했다.

 

오랜만에 들렀는데 주인은 나를 알아봤다. 이곳에서 화수공담이라는 화가와 비평가들의 담론이 있었는데 필자도 게스트로 참여해 본 터라 눈썰미 좋은 주인께서 알아보신 것이다.

 

화수공담이라는 프로젝트 자체가 술 한잔 놓고 그림에 대해 비평해 보자는 취지여서 이론에 약한 작가들이 비평가들 논리 앞에 술만 들이켜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해도 이 프로젝트는 자신이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 자존심을 세웠고 일부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초대된 작가는 벽에 그림을 걸고 스크린에 슬라이드 그림을 띄워 작품을 설명했고 뒤이어 비평가가 혹독하게 분석했다. 그때의 긴장감에 술 한잔은 똘똘 뭉쳐진 머리를 해체하기에 충분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김치찌개는 이 집 안주 중 최고였다. 큼직한 두부전도 맛났지만 김치찌개는 닳으면 물 붓고 즉석에서 재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러 가지 메뉴가 붙어 있고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맛집 촬영도 한 관계로 식사 시간엔 손님이 넘친다.

 

이 유서 깊은 식당을 오늘은 신입생 김명숙 씨가 그렸다.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담백한 필력이 기존 수강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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