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끝
김재수
탈곡을 마친 벼들이
논바닥을 베고 편히 누웠다
열매를 거둔 과일나무와
이파리 무성하던 나무들도
모두 내려놓으니
어깨가 가볍다
숙제 끝 하고 외치며
두 팔 높이 쳐들던
나랑 똑 같아 보인다.
끝이 없는 인생의 숙제
학교 다녔을 때 숙제는 늘 마음의 짐이었다. 허나 숙제를 마치고 나면 그리 시원할 수 없었다. 마치 목욕을 하고난 뒤끝처럼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해서 난 언제나 숙제부터하고 놀았다. 이 동시를 보았을 때 맨 먼저 떠오른 게 어린 날의 추억이다. 탈곡을 마친 벼, 열매를 거둔 과일나무, 이파리 내려놓은 나무들의 저 모습을 시인은 숙제마친 아이로 보았다. 그 시안이 놀랍다.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숙제는 학생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다. 인생에도 숙제가 있다는 것. 이런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숙제’를 생각하게 된다. 난 숙제를 얼만큼 했는가? 아니, 했다고 하더라도 정성들여 했는가? 아니면 얼렁뚱땅했는가? 숙제 다음날엔 선생님의 숙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숙제를 일일이 검사한 뒤 잘한 아이에겐 칭찬을, 못한 아이에겐 회초리를 내렸다.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숙제 검사 받을 일이 걱정된다. 마치 월요일 등교를 앞둔 일요일 저녁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숙제를 마치고 두 팔을 높이 쳐든 시 속의 아이가 자꾸 부럽기만 하다. 내가 아는 김재수 시인은 매일 한 편씩 동시를 써내는 열정을 지닌 작가다. 세월 속에서도 늙지 않는 청년 작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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