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 1만2천480원 ‘시金치’… 추석 밥상물가 ‘비상’ [현장, 그곳&]

1개월 전 比 배 이상… 손님 발길 ‘뚝’
쪽파 등 줄줄이 인상… 상인 울상
市 “물가 안정화 대책 마련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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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5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쪽파 등 채소류를 정리하고 있지만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비싼 가격 탓에 선뜻 집어 들지 못하고 있다. 조병석기자

 

“올 추석 잡채에 시금치는 빼야겠어요. 작년엔 과일이 치솟더니, 올핸 채소가 금값이네요.”

 

5일 오전 8시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이른 아침부터 농산물을 사러 온 손님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싱싱한 채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정작 살펴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시금치가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1단(300g)에 5천300원이었지만 이날 기준 1만2천480원으로 가격이 배 이상 껑충 뛰면서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만난 양혜경씨(43)는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다 너무 비싸서 시장에 왔는데, 여기도 비싸다”며 “명절 차롓상에 올릴 음식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부평구의 대표 전통시장인 부평종합시장도 마찬가지. 최근 각종 채소 가격 급등에 손님들이 뚝 끊겨 한산하다. 이 곳에서는 아예 시금치는 판매하는 곳은 아예 없다. 상인 김예련씨(49)는 “완전 시금치가 금값인데다 품질까지 나빠 아예 물건을 들여오지 않는다”며 “추석이 대목인데 손님이 줄어들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구월동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도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채소 코너는 한가한 반면, 육류나 가공식품 코너 등에만 손님이 몰려 있다.

 

4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한 가운데, 한 과일가게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장민재 기자
5일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한 가운데, 한 과일가게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장민재기자

 

추석 연휴가 10여일 안팎으로 다가온 가운데 물가 폭등으로 차롓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은 큰 한숨을 쉬고 상인들은 대목을 놓쳐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는 지난해 추석을 1주일 앞둔 9월20일에 1㎏ 당 5천586원에 도매시장 경매가 이뤄졌지만, 이날 오전 기준 1㎏ 당 평균 낙찰가는 2만1천374원에 이른다. 반면 거래물량은 지난해 5만1천664㎏에서 8천71㎏으로 급감했다. 소매가도 지난 2023년 추석 때 1단 8천475원과 비교해 이날 1만2천480원으로 크게 올랐다.

 

또 쪽파 소매가는 1㎏당 지난해 6천745원에서 올해는 1만4천300원으로 배 이상 뛰었고, 오이(10개)는 1만625원에서 1만5천800원으로, 배추 역시 1포기당 5천712원에서 7천395원으로 각각 올랐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의 상인 이영배씨(53)는 “채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도 발길이 많이 줄었다”라며 “예년 추석 1주일 전이면 손님이 바글바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을 찾은 손님도 조금씩만 사다보니 전체 매출은 더욱 감소했다”며 “채소는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떨어지는데 다 팔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이 같은 채솟값 급등에 제수용과 선물용 과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과일은 올해 풍년이라 도매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매장에서는 사과(홍로)는 1개 2천700원대로 지난해 2천870원보다 조금 싸진 것에 불과하고,배(신고)는 1개 당 3천660원으로, 지난해(2천910원)보다 되레 올랐다. 도매가격이 낮아졌지만 물류비용 등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매가격은 비슷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상품은 지난해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양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김은 지난해보다 마른김(중품) 기준 도매가가 60% 오르자 대부분의 김 선물세트는 낱개 포장 개수를 20~30% 줄였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장기간 폭염으로 채소 출하량이 급감해 채솟값은 올랐고, 과일은 이번 추석이 지난해보다 2주일 정도 빨라 수확이 다 이뤄지지 못해 아직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석을 앞두고 시민과 상인들을 위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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