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적자 ‘눈덩이’⋯ 위기의 경기도 마을버스 [현장, 그곳&]

지자체 보조금 끊기고 처우 열악... 기사 못 구해 차량 22% 운행 중단
道 “종사자 처우 실태 파악·개선 연구용역 후 지원 방안 등 논의”

9일 오전 화성시 안녕북길에 있는 마을버스 차고지에 ‘운행종료’를 알리는 마을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다. 윤원규 기자
9일 오전 화성시 안녕북길에 있는 마을버스 차고지에 ‘운행종료’를 알리는 마을버스 여러 대가 주차돼 있다. 윤원규기자

 

“입에 풀칠만 겨우 하고 있습니다. 그만둔다고 하는 기사들도 늘었어요.”

 

9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 마을버스가 운행될 시간이 한참인데 버스가 하나둘씩 들어오며 차고지가 금세 가득 찼다. 운전기사가 부족해 통학 시간에만 겨우 운행하고 있어서다. 이곳을 관리하는 A씨는 운전기사가 없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4시간(휴게시간 제외)을 운행한 날도 빈번하다.

 

같은 날 화성시 안녕북길에 있는 마을버스 차고지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23대의 버스가 있지만, 10대는 운행을 하지 않는 상태다. 지난 7월 지자체 보조금이 끊기면서 적자 운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 마을버스 업체 대표 조옥씨(47)는 “운영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라서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민원이 들어와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버스 노조와 사측의 최종 임금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난 4일 예정됐던 경기도 시내버스 총파업이 철회된 가운데 마을버스 업계도 열악한 임금구조와 근무 여건으로 인력난이 심화, ‘멈출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마을버스가 가득 차 있다. 오민주 기자
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에 운행하지 않는 마을버스가 가득 차 있다. 오민주기자

 

9일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도내 마을버스 차량 2천902대 중 648대(22%)가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차량 대수 대비 운전기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대비 지난해 마을버스는 266대가 늘어난 반면 운전기사는 624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경기도 시내버스 총파업 이후 처우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인력 이탈이 가속될 것을 우려했다. 파업 후 각 업계 기사 월평균 급여 수준은 공공버스 480만원, 시내버스 420만원, 마을버스 280만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거리두기 이후 운송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적자는 누적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합이 산출한 연간 업계 평균 적자 금액은 2천634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의 처우 실태 파악 및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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