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영광스러워”…쉴 틈 없는 천광인쇄사 [현장, 그곳&]

한강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 증쇄
"37년만에 첫 특근...전혀 힘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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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파주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에서 한 직원이 소설가 한강의 작품 인쇄본을 검수하고 있다. 김요섭기자

 

“인쇄소에서 37년 일하면서 ‘특근’은 처음입니다.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슴이 벅찰 뿐 일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 인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가 막바지 인쇄 작업을 위해 ‘다다다다’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인쇄소에 모인 20명의 직원 전원은 인쇄하는 라인부터 오자를 확인하는 라인, 제본하는 라인, 검수하는 라인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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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파주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에서 직원들이 주말도 반납한 채 소설가 한강의 책을 인쇄하고 있다. 김요섭기자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이곳 인쇄소는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의 증쇄 요청을 받아 한강의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직원들의 손길로 곳곳에는 인쇄된 ‘작별하지 않는다’ 묶음이 수북이 쌓여갔다. 이들을 보관하는 제2공장 창고엔 책들이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훈씨(46)는 “내일 오전 6시30분에 수만권의 책이 나가야 해 모든 직원이 3일 연속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0년간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을 하는 거니 힘들지도 않다. 출판사, 인쇄소가 불황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고, 업계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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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파주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에서 한 직원이 소설가 한강의 책을 인쇄하고 있다. 김요섭기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등 관련 업계도 모처럼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15만부, ‘흰’은 총 6만부 증쇄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총 10만부, ‘소년이 온다’ 역시 총 10만부를 증쇄해 14일부터 각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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