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모든 게 불에 탔어요. 막막하기만 합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일대. 공장 단지 입구를 지나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불에 탄 공장 건물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공장 앞 차량들은 검게 불에 타 뼈대만 남아 있다. 일부 공장 건물은 아예 무너져 내려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굳은 표정으로 폐허가 된 공장 내부를 정리하던 안모씨(66)는 “모든 게 불에 타서 직원들과 함께 잔해 정리를 하고 있다”며 “현실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가구공장도 마찬가지로 전날 화재로 뼈대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안에 있던 가구들은 잿더미로 변했다. 공장 주인 신모씨(47)는 “어제는 위험하다 그래서 공장에 와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뼈대만 남은 모습을 봤다”며 “납품 일정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시작한 불이 인근으로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 공장 관계자들의 일터를 앗아갔다. 소방 당국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44분께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난 불이 11시간1분 동안 꺼지지 않고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의 공장 70여개 동을 태웠다.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부는 데다 공장 건물들 간격이 좁아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소방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이들 기관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불이 난 원인, 화재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불꽃이 처음 발견됐다고 추정되는 공장 안 사무공간을 집중적으로 감식했다”며 “최종 감식 결과는 1달 이상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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