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 체포’·‘이재명 위한 탄핵’ 덕담 대신 연초부터 네거티브 문구 ‘눈살’ 제주항공 참사 겹쳐 게재 부담감 작용도
“신년 인사 현수막을 구경조차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푸른 뱀의 해’ 을사(乙巳)년 첫 날인 1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에 위치한 한 횡단보도.
새해를 맞아 정당, 지역 단체들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풍성한 한 해 되세요’ 등 현수막이 보일 법했지만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 사람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국민의힘 해산’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마주하며 각자의 목적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40분께 용인특례시 수지구 죽전동의 포은사거리 인근도 마찬가지.
평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다양한 현수막이 걸리는 곳이지만 새해 덕담이 담겨 있어야 할 거치대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설치한 ‘총리탄핵, 국민을 위한 겁니까, 이재명을 위한 겁니까’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밑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설치한 ‘계엄해제 불참! 탄핵반대!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를 바라본 시민 A씨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정치권이 싸우기 바쁘니 새해 덕담 인사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네거티브 문구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비상계엄 이후 촉발된 탄핵정국으로 도내 곳곳이 새해 덕담 인사를 담는 대신 여야 간 ‘네탓 공방’을 비토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진이 수원, 용인, 성남, 과천 등을 둘러본 결과 3개의 현수막을 제외하고 모두 탄핵과 관련된 현수막이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매년 1월1일 이후에는 거리에 신년 인사를 전하는 현수막이 즐비하지만 올해는 탄핵 정세와 겹치면서 거리에 탄핵과 관련된 현수막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도 새해 덕담 현수막을 게재하기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탄핵 관련 현수막 외에도 곳곳에서 여야 모두 새해 인사 대신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등 추모 현수막을 게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정국, 경기 악화, 제주항공 사고 등 ‘3중고’로 인해 국민들이 새해 희망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다”며 “하루빨리 정치권이 힘을 모아 앞선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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