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참사가 발생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할까요?”
22일 오전 시흥 오이도역 승강장. 주황색 조끼를 입고 휠체어를 탄 4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평소와 다른 풍경에 출근하던 시민들은 한 번씩 고개를 돌리며 쳐다봤다. 이내 지하철역 곳곳에선 “장애인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라는 구호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은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누군가는 ‘승강장에 엘리베이터만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이동편의 증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 그의 목소리는 “역 내 소란행위는 강제 퇴거 대상”이라는 역장의 안내 방송에 묻혔다.
이날 오전 이곳에선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4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차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시작은 지난 2001년 1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4년 전 오늘 오이도역에선 장애인 부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용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승강장으로 이동하던 중 리프트가 떨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현재까지 장차연은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의 사과와 사고의 원인이 된 휠체어 리프트를 전면 철거하고 전 역 승강장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비례)은 “오이도역 참사 이후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저상버스 전면 도입 등 다양한 약속이 있었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은 아직 저조하다”며 “장애인들은 광역버스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지하철 승강장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에겐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것 자체가 낯선 개념일 것”이라며 “장애인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혜화역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탑승했다. 오전 11시부터는 혜화역에서 동덕여대를 거쳐 헌법재판소 앞으로 행진했다.
열차 내 집회에서 자유 발언에 나선 한 시민 참가자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은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같은 것”이라며 “출근길에 이런 얘기를 듣는 게 불편한 분들도 있겠지만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가 발생했던 오이도역 리프트는 서울행 4호선 열차가 들어오는 1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우측 계단 옆에 위치했다. 현재는 리프트가 철거되고 계단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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