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좁은데”…인도 위 점령한 가로수, 보행자 불만 ‘속출’ [현장, 그곳&]

21일 오전 10시께 광주시 신현동의 한 보행로에 가로수와 고정 지지대가 인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보행자가 인도 옆 화단을 통해 걷고 있다. 한준호기자
21일 오전 10시께 광주시 신현동의 한 보행로에 가로수와 고정 지지대가 인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보행자가 인도 옆 화단을 통해 걷고 있다. 한준호기자

 

“이게 인도인지 가로수길인지 구분이 안돼요”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1일 오전 광주시 신현동 인근 한 보행로. 폭이 2m도 채 되지 않는 인도는 가로수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상태였다. 사람 한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공간만이 남은 탓에 한 시민은 인도에서 벗어나 걷기도 했다.

 

더욱이 가로수로 인해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균열을 일으켜 보행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같은 날 수원시 권선구 인근 하천 주변의 상황도 마찬가지. 하천을 따라 인도가 조성돼 있었지만, 인도 가운데에는 굵은 가로수가 식재돼 있었다. 여기에 인근 상가에서 버린 각종 생활 폐기물까지 보행을 막고 있어 보행자는 보호틀을 밟고 인도를 이용해야 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인도 폭을 넓던, 가로수가 없어야 통행이 편한데, 인도로 조성된 길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규정된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식재된 가로수로 인해 시민들의 보행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모차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은 인도 사용이 더욱 어려워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31일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가로수 식재 시 도로의 조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도 폭 기준 제시는 없고, ‘보행자 전용도로 및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보행자 및 자전거의 원활한 이동과 안전에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로수를 심을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만 존재한다.

 

때문에 보행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채 식재된 가로수들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 한 지자체에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가로수로 인한 보행불편 민원이 1천400건 이상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도 폭 대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가로수 대신 대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보도 폭이 1.5m만 돼도 가로수를 심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좁은 인도에서는 부피가 큰 가로수 대신 화분 또는 구조물을 활용한 넝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 문제와 제거를 반대하는 민원 등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보행 불편을 일으키는 가로수는 제거나 공간을 덜 차지하는 좁은 폭의 수목 교체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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