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소금꽃… 시흥 장현동, 염화나트륨 '과다 살포' 부작용

9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장곡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 옆에 제설을 위해 뿌려 놓은 소금(염화나트륨)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형수기자
9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장현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 옆에 제설을 위해 뿌려 놓은 소금(염화나트륨)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형수기자

 

"염화나트륨을 너무 많이 살포해 도로가 소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차량도 지저분해지고 주변도 오염되고 있습니다.”

 

9일 오후 2시께 시흥 장현동 아파트단지 앞. 이곳에서 만난 한모씨(56)가 이면도로 노면을 가리키며 손사래부터 쳤다. 이면도로는 최근 내린 눈이 녹아내리면서 미리 뿌려진 염화나트륨이 여기저기 뒤덮여 있었다. 도로변 경계석 옆으로는 육안상으로 3㎝ 가까이 소금 덩어리들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겨울철 도로 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염화나트륨(일명 ‘소금’)이 과다 살포되면서 도로와 차량, 환경 등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살포를 줄이고 대체 제설제를 활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지자체들은 날씨 예보에 따라 염화나트륨을 미리 살포하지 않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고육지책’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시민들은 불만이 많다.

 

이 곳을 지나던 권모씨(53)도 “며칠 전 세차한 차량이 염화나트륨 때문에 번호판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버려져 있다. 차량 하부의 부식이 우려되지만 당장 세차를 할 수도 없어 수리비가 들어갈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9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장곡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 옆 인도에까지 제설을 위해 뿌려 놓은 소금(염화나트륨)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형수기자
9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장곡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 옆 인도에까지 제설을 위해 뿌려 놓은 소금(염화나트륨)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형수기자

 

염화나트륨은 강력한 제설 효과가 있지만, 도로에 과다하게 뿌려질 경우 아스팔트 균열을 가속화하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식시킨다. 특히 교량이나 터널 내부 철근이 부식되면서 장기적으로 구조적 안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 하부 및 휠, 브레이크 라인 등의 금속 부품이 부식돼 실제로 겨울철 이후 정비소에는 차량 부식과 관련된 수리가 급증한다.

 

도로에 뿌려진 염화나트륨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환경 오염은 물론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어류와 수생식물의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거북등 처럼 갈라진 도로에 염분이 스며들면서 부식이 가속화 되고 포트홀 등 도로 파괴 현상까지 발생하는 점이다.

 

시흥시의 올해 제설 예산은 제설차 등 장비대가 15억원, 제설제 5억원 등 모두 20억원에 달한다.

 

시는 시민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안전이 우선이다 보니 눈 예보가 있으면 사전 사후 다 뿌려야 한다”며 “최근 블랙아이스 등 대형 추돌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말을 불문하고 365일 긴장 상태서 제설을 한다. 다른 부분은 솔직히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해명했다.

 

겨울철 도로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환경과 시설물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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