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하면 위법 ‘현관문 도어스토퍼’… 멈춰버린 안전의식 [현장, 그곳&]

3년간 방화문 훼손 등 5천614건
제 기능 상실… 인명 피해 우려도
단속 권한 없어 강제 철거도 못해
도내 홍보·방송 등 ‘경각심’ 필요

16일 광주, 용인에 위치한 아파트의 개인 세대 현관문에 도어스토퍼(일명 말발굽)가 버젓이 설치돼 있다. 한준호기자
16일 광주, 용인에 위치한 아파트의 개인 세대 현관문에 도어스토퍼(일명 말발굽)가 버젓이 설치돼 있다. 한준호기자

 

16일 오전 9시께 찾은 광주시 능평동의 한 아파트. 아파트 각 층의 세대 현관문에는 문이 닫히는 걸 막아주는 도어스토퍼가 설치돼 있었다. 현관문은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화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화문으로 설치되는데, 도어스토퍼가 설치돼 있어 화재 시 문이 저절로 닫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관문에 도어스토퍼를 설치한 세대주 김모씨(30)는 “짐을 옮길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도어스토퍼를 설치했다”며 “다른 집에도 설치돼 있어 위법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한 대형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원, 식당가 등이 몰려있는 이곳은 화재 시 대형 인명 피해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각 층에 설치된 방화문에는 오랜 기간 사용한 듯 부식된 도어스토퍼가 곳곳에서 보였다. 더욱이 도어스토퍼가 없는 곳엔 문을 쉽게 열어두기 위해 고임목을 문에 끼워 놓기도 했다.

 

경기도내 아파트, 상가 등 방화문에 도어스토퍼(일명 말발굽)가 불법적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도내 방화문 훼손·변경행위 신고 5천614건으로 집계됐다. 화재 시 유독가스를 막아주고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문이 시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시설법상 내부에서 계단실로 통하는 출입문 또는 방화구획으로 사용하는 방화문은 언제나 닫힌 상태거나 자동적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방화문에 고임 장치(도어스토퍼)를 부착하는 등 방화문 변경 행위가 적발될 경우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한 상가 대피 계단으로 통하는 방화문에도 부식된 도어스토퍼와 함께 고임목으로 문을 개방해 놓은 모습. 한준호기자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한 상가 대피 계단으로 통하는 방화문에도 부식된 도어스토퍼와 함께 고임목으로 문을 개방해 놓은 모습. 한준호기자

 

방화문에 대한 위법 사항 조치는 소방당국에서 하고 있지만 아파트 등 개인 공간은 소방당국의 단속 권한이 없어 강제 철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관리 주체 차원에서는 주민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곳곳에 홍보 문구 또는 안내 방송 등을 지속해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은 현관 앞 물건 적치, 도어스토퍼 설치 등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조금의 불편은 수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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