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연락 끊기고 저장강박 등 건강 탓에 자력으로 못 치워 방치 위생·안전 위협… 市 “대책 검토”
“가족과는 왕래가 끊겼고 몸이 아파 쓰레기를 치우기도 힘 들어 이 모양이에요.”
25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한 빌라. 찬바람이 부는 날씨임에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쓰레기와 음식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 하자 입구까지 가득찬 쓰레기가 발길을 가로막았다. 쓰레기 사이로 간신히 발을 들였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벌레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곳에서 사는 70대 노인 A씨는 가족과의 왕래가 끊어진 지 오래. 이제는 가족들의 거처도 모른다. 그는 “예전에는 번듯한 공장을 운영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했지만 사업이 망한 뒤로는 하나 둘 연락이 끊기면서 지금은 혼자 산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지만 아파서 쓰레기를 치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통장이 최근 가정 방문을 다니다가 A씨 집을 발견, 인천남동지역자활센터에 신고했다. 센터는 이날 11명의 ‘커뮤니티 케어사업단’을 보내 A씨 집을 청소했다.
커뮤니티케어사업단 관계자는 “늦었지만 정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A씨 건강은 물론, 이웃 주민들도 더 이상 피해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로 인천에서도 홀몸 어르신 가구가 많은 가운데 건강 문제와 저장강박증 등으로 인해 자력으로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사자들 건강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악취와 벌레 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1인 가구는 지난 2023년 기준 39만5천278가구(30.8%)에 이른다. 최근 5년 사이 28%나 늘었다. 이 중 50세 이상 중장년층 1인 가구가 53%(20만8천36가구)를 차지한다.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통장 등이 현장을 찾아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권현진 재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의 비위생적인 문제는 주변 주민들 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기관·단체는 물론, 지역 사회가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는 사회복지사가 현장을 방문해 돌보는 사업은 있지만 청소를 중점으로 하는 사업은 아직 없다”며 “적절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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