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판도 없이… CCTV 은밀한 촬영 '불쾌한 시민들' [현장, 그곳&]

안내판 설치 의무에도 카페·음식점 등 미설치 수두룩… 처벌 규정도 없어
시민 “영상 어떻게 쓰일지 몰라 불안”... 개인정보위 “설치 의무 홍보 등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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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께 인천시청역 안에 CCTV 설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황남건기자

 

“누군가 말도 없이 나를 촬영하고 있고, 그 영상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몰라 불안해요.”

 

11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한 카페. 가게 구석에 달린 폐쇄회로(CC)TV가 이용객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19.8㎡(6평 남짓)의 좁은 공간에 CCTV는 2대였다. 가게 구석구석을 모두 감시하고 있었지만 녹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은 가게 안 어디에도 없었다.

 

이용객 김희숙씨(54)는 “나도 모르게 찍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친다”며 “내 돈 내고 차를 마시는데, 영상을 촬영하는 자체도 기분 나쁘지만 적어도 누가, 왜, 어디를 찍고 있는지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연수구 한 주점도 마찬가지. CCTV 설치 안내판은 없었고, ‘CCTV 작동 중’이라는 팻말도 가게 한 모퉁이 에어컨에 손바닥 만한 크기로 붙어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인천 지역 카페, 음식점 등 곳곳에 CCTV가 설치돼 녹화 중이지만, 촬영을 알리는 안내판은 없어 시민들이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법 제25조는 CCTV 설치 장소에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안내판에는 촬영목적과 범위, 관리책임자 성명과 연락처를 표기해야 하며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안내판 관리 감독은 공공기관은 각 지자체가, 이 외에는 개인정보위원회가 각각 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공공기관을 제외한 상업 시설에서는 CCTV 안내판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남동구 구월동 일대 카페와 음식점, 약국 등 14곳을 돌아본 결과, 9곳(64%)이 안내판을 제대로 붙이지 않았다. 연수구 지역 가게들도 4곳 중 3곳이 안내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

 

연수구 주점 업주 김모씨(45)는 “가게에 CCTV 안내판을 붙여 놓으면 미관상 좋지도 않고,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봐 설치를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개인정보위원회는 인력 부족으로 현장 단속이 어렵다며 시민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마저도 안내판 미설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계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위원회는 현재 민간 설치 CCTV에 대한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경진 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은 “안내판이 있어야 소형·첨단화된 CCTV에 대해 시민들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들이 이런 의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한국외식음료협회 등을 통해 홍보 및 계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장이 많아 현장 단속 보단 신고를 통한 시정명령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CCTV 설치업체가 사업주에게 안내판 설치 의무를 알리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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