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숭의동 고층건물, 6년째 공사 중단… 유치권 분쟁에 슬럼화 우려 [현장, 그곳&]

24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건물 앞 철제 가림막에 ‘유치권 행사중’, ‘접근금지’, ‘투쟁단결’ 등 격한 문구들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장민재 기자.
29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건물 앞 철제 가림막에 ‘유치권 행사중’, ‘접근금지’, ‘투쟁단결’ 등 격한 문구들이 빽빽하게 적혀있다. 장민재기자

 

“거실 창문을 열 때마다 내다 보이는 공사 중단 건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예요.”

 

29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128의6. 대로변에 우뚝 서 있는 짓다 만 25층짜리 건물이 5m 높이 철제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림막엔 붉은색 락카의 ‘유치권 행사 중’, ‘접근금지’, ‘투쟁단결’ 등의 격한 문구들이 빽빽해 주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다. 건물 앞 컨테이너에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시공사 측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 주변 분위기를 싸늘하게 한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 주민 김혜림씨(37)는 “집 앞에 공사를 멈춘 고층 건물이 붉은 락카칠로 덮여 있으니 흉측하다”며 “저 건물로 인해 일대가 슬럼화해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건물처럼 보이는 탓에 건물 주변으로 불법주차도 서슴없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고층 건물이 공사를 멈춘 채 수년간 방치, 주변 일대의 슬럼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하루빨리 유치권 문제를 해결해 주민, 임대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건물 앞 컨테이너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시공사측 사람들이 건물 출입을 막기 위해 상주하고 있다. 장민재 기자
29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건물 앞 컨테이너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시공사측 사람들이 건물 출입을 막기 위해 상주하고 있다. 장민재기자

 

유치권 행사 중인 ㈜글로리아 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 건물은 총 434실 규모로 호텔과 레지던스 기능을 결합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첫 분양을 시작한 뒤 자금난으로 건물주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지난 2019년 1월부터 공사 중단 상태로 6년째 방치 중이다.

 

한재현 ㈜글로리아 대표는 “83억원의 공사비를 받아내려고 건축주와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1심만 2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건물 공정률이 87%에 이르고 내부 석고보드 작업까지 완료한 상태라 준공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철거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민간 간 유치권 문제인 만큼 행정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시나 구 차원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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