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만년 적자 딛고 자생력 갖춘 공공병원 도약 구상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의료원 전경. 성남시 제공

 

성남시와 성남시의료원이 ‘만년 적자’에서 탈피하고 근본적으로 운영 체계를 개편해 자생력을 갖춘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시의료원은 의료진 확보 어려움에 따른 진료 공백, 필수·중증의료 서비스 기능 저하, 환자 감소 및 의료 손실 증가라는 문제점이 항상 제기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명 대학병원 의료진과의 교류, 진료 중심의 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구상이다. 편집자주

 

□ 공공의료원에 명의 화타… 새 공공의료 모델 마련

 

지난해 12월23일 열린 성남시·분당서울대병원·성남시의료원 등 3자간 의료교류협력 업무협약식. 성남시 제공
지난해 12월23일 열린 성남시·분당서울대병원·성남시의료원 등 3자간 의료교류협력 업무협약식. 성남시 제공

 

“서울대병원 유명 교수님이 진료를 시작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지난 7일 오후 1시30분께 찾은 성남시의료원 1층 내과 진료실 대기석에서 만난 정모씨(65)는 병원을 찾은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수시로 병원을 찾고 있다. 여기에는 시간이 갈수록 병이 악화돼 합병증이 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우연히 시의료원 앞에 걸린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장학철 교수가 이곳에서 진료를 시작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에게 진료를 보려면 최소 2~3개월 대기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곧바로 병원에 전화해 장 교수 진료를 예약한 것이다.

 

정씨는 “비용 문제, 예약 기간 등으로 대학병원은 엄두를 못 내는 게 사실”이라며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관련 분야 권위자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뭔가 병을 떨쳐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와 성남시의료원이 공공의료원 자생력을 키울 플랜을 마련 중이다.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 대표 명의들을 영입, 시민에게 고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새 공공의료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와 시의료원 등에 따르면 시는 유명 교수 인적 교류 등을 위해 올해 35억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시민들에 고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시민들이 시의료원을 찾도록 해 활성화를 이끈다는 취지다.

 

이런 인적 교류는 현재 진행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한호성 교수가 시의료원장 취임과 동시에 진료를 함께 보기 시작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 간담췌 외과의사로 정평이 났다. 간담췌 명의로 불리는 한 원장은 솔선수범해 시의료원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간담췌 외과 분야를 진료를 시작한 뒤 지난달 28일에는 췌장암 복강경 수술을 직접 집도하기도 했다. 이 수술은 한 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행한 췌장암 수술로 의료원 전문 진료 체계 구축에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또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폐암 명의로 알려진 이춘택 교수도 3월10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진료를 개시했다. 처음 이 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환자는 평균 10명 내외였는데 그의 명성을 들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달에는 하루 평균 30여명이 이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 ‘만년 적자’ 성남시의료원, 믿고 찾는 병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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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 1층에 있는 내과 진료 대기석. 박용규기자

 

성남시가 시의료원의 유명 병원 교수진과의 인적 교류를 통한 활성화 발판을 마련 중인 가운데 ‘만년 적자·의료진 이탈’이라는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진료 중심의 경영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시에 따르면 2020년 7월 전국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공의료원인 시의료원을 개원했다. 하지만 환자 감소와 의료적자 확대, 의료진 구인난 등의 문제로 양질의 공공의료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는 현재 연간 400억~500억원에 이르는 시의료원 손실을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중이다. 실제 시가 시의료원에 낸 출연금은 2022년 265억원, 2023년 215억원, 2024년 413억원, 2025년에는 484억원이다. 향후 누적 적자가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지속적인 의료진 이탈도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시의료원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19차례의 채용 공고를 통해 117명의 의사 모집에 나섰다. 그러나 이 시기 채용된 의사는 24명에 그쳤고 같은 기간 시의료원을 떠난 의사는 무려 42명에 달했다.

 

이에 시는 2023년 11월 공공의료원 민간 위탁을 추진했지만 보건복지부는 ‘기준 및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1년5개월간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기다릴 수 없던 시는 시의료원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 근본적인 운영 체계 개편과 진료 활성화 등 자생력 향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시는 지난해 시, 시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3자 간 진료협력을 맺어 분당서울대병원 주요 교수들이 매주 한 차례씩 진료를 보기로 협약했다. 시의료원이 있는 성남은 경기도내 타 지자체와 달리 서울 강남권 상급병원과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라 선호도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시민 기대 향상과 진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명 병원 명의들을 영입해 이미지 향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아울러 의사 인적 교류를 넘어 첨단 의료기술 도입과 학술 교류, 간호·행정 인력 교류까지 확대하며 지역 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공공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현 직영 체제의 시의료원은 안정적인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인데 이런 이유로 진료 공백, 필수·중증의료 서비스 기능 저하가 생긴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 적자 구조의 시의료원 운영체제를 개편, 탄탄한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확보와 의료 서비스 질을 높여 진료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단기간에 시의료원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힘든 게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자생력 향상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시민들이 믿고 찾는 병원, 신뢰받는 병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 인터뷰 한호성 시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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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성 성남시의료원장. 성남시 제공

 

“시민을 위한 병원, 자생력을 갖춘 병원, 스스로 도약하는 병원으로 발전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붓겠습니다.”

 

한호성 시의료원장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의료원의 성장은 시민의 신뢰를 찾는 게 우선”이라며 “오랜 의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장, 대한외상학회장, 국군수도병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9월 제4대 시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수년간 경영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시의료원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 일환으로 침체된 조직의 변화, 진료 중심의 경영시스템 강화, 인적 교류를 통한 상호협력, 의료진 채용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경영문화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지역 공공의료원이라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민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질 향상에 힘쓰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 명의들이 시의료원에서 시민들에게 고급 의료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고 지난 2월부터 응급의학과를 포함해 그동안 부족했던 의사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이 같은 진료 중심 경영은 한 원장의 기본철학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면 개인의 의술 실력이 아니라 수술을 집도한 의료팀의 우수성에 성패가 달렸다는 기본원칙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시의료원에 정착,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한 원장은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원의 진료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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