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참 날 많은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몇 번 더 주어질지, 이 땅의 시간이 궁금하다. 어버이날이라고 꽃 한 송이 올려온 아들, 현금 봉투에 정성스러운 편지를 담은 딸, 내가 섬기던 부모님이 안 계신 이후 풍속도가 바뀌었다.
스승의 날이라고, 행궁동 현대미술 교실에서 꽃바구니와 티셔츠 하나를 받았다. 게다가 스승의 날 노래까지 들려주니 이럴 자격이 있을까 불편도 했지만 한편 흐뭇했다. 매교 어반스케치 교실엔 고참 몇 분이 예쁜 다과를 마련해 와 함께 나눠 먹었다. 정성이 고마웠다. 여성회관 어반스케치 교실에도 꽃 한 송이를 에코백에 몰래 매달아 놓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맛난 점심식사를 나누며 따뜻한 정이 혈류처럼 흐름을 느꼈다.
작은 정표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의 스승의 날은 정식 행사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 사라진 듯하다. 교권이 무너지고 여러 가지 불협한 일들이 겹치면서 스승과 제자라는 의미도 어색한 지경이다. 그나마 성인들은 은혜라는 인생사를 교환하며 사는 예지가 있어 고맙게 받아들인다.
고마움은 예절이다. 내가 늘 감사하다. 이런 시가 있다.
“불온한 생각도 이직은 더러 있는데/꺼내놓을 용기가 없다./대부분 옛사람 옛글이 시키는 대로/다소곳이/상부의 명령과 지시에/고분고분/고향에 보내는 편지에는 그냥/잘 지낸다고 쓴다.” -윤제림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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