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 ‘제2회 의정부 문화도시 정책페스타’ 개막

시민의 일상에 정책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데는 장애물이 없다. 이런 정책을 시민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감각하고 주축이 되어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정책 축제가 열린다. ‘제2회 의정부 문화도시 정책페스타(이하 ‘정책페스타’)’가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의정부문화역-이음과 의정부역 앞 광장 일대서 개최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의정부 문화도시정책페스타’는 지난 7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문화예술관광박람회 지역문화 우수사례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정책페스타’는 시민들이 정책을 어렵고 무거운 것이 아닌 ‘우리 삶과 일상에 맞닿아 있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의정부문화재단(대표이사 박희성)에서 기획한 문화도시 특성화 사업이다. 지난해 축제가 가진 놀이성에 정책을 결합시키면서 선보인 ‘문화도시 정책페스타’는 마치 미술경매와 수산시장과 같은 정책 경매를 선보이며 시민은 물론 지역 시의원들과 행정가 등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재미와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더했다. ‘도시의 오아시스,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설정하고 문화도시락, 정책마켓, 로컬 줌-인, 로컬 줌-아웃 등 4개의 세션에 총 12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페스타의 첫 문은 29일 오후 6시 ‘문화도시락(樂)’으로 시민들이 직접 연다. ‘문화도시의 즐거움’과 ‘도시락’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지역과 생활 이슈를 주제로 한 강연과 콘서트가 열린다. 이 자리에선 지역의 청소년, 주부, 문화관계자 등이 ‘정책 바리스타’로 출연해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고 함께 자리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에 앞선 오후 3시에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로컬 포럼이 ‘작은 공간, 큰 커뮤니티’를 주제로 열린다. ‘15분 도시’, ‘문화 슬세권’, ‘콤팩트 시티’ 등 문화와 한층 가까워지는 ‘제3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둘째 날인 30일부터는 정책페스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정책마켓’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정책마켓은 ‘정책마켓 부스’, ‘정책경매’, ‘정책어워드’와 ‘청소년 도시메이커스’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오전에는 ‘정책카페’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기’,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기’, ‘낀대(4050)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지역 청년과 예술가들이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오후부터 열리는 ‘정책마켓 부스’에는 시민들이 도시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과 아이디어를 출품하고, 홍보와 판매를 하는 40여 개의 정책 부스가 운영된다. 정책경매는 정책을 재미있게 놀이처럼 감각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10건의 정책 아이디어를 경매에 부치게 된다. 이 경매에는 시의원과 시청 공무원, 시 산하기관 및 유관 단체 직원들, 지역 내 문화기획자들이 입찰자로 참여해 낙찰을 위한 열띤 경매에 참여한다. 이후 낙찰된 정책 아이디어는 심화와 현실화를 위한 후속 작업으로 ‘협치 워크숍- 꿍짝꿍짝’이 이어진다. 행사기간 의정부역 앞 광장에서는 ‘무중력자전거 퍼포먼스’와 ‘판소리그룹 심풀’, ‘유니크 첼로 콰르텟’, ‘딕훼밀리’ 등의 공연과 ‘나 홀로 서커스’, ‘퍼니스트 코메디 서커스 쇼’ 등도 즐길 수 있다. 소홍삼 의정부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문화도시정책 페스타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라며 “정책이 시민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함께 재밌게, 아름답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만큼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2-②치첸이트사 유적지 관람객 '북적북적'

칸쿤에서 치첸이트사까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로 약 3시간 소요될 정도로 가깝지 않은 곳에 있다. 여행객을 태운 볼보 버스는 터미널을 출발한다. 버스 탑승객은 대부분 치첸이트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로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라 모습과 사용하는 언어가 각양각색이다. 버스가 칸쿤을 벗어나자, 아열대 지역 특유의 푸른 수목 지역이 펼쳐진다. 유카탄반도는 건조한 석회암 지대라 세노테를 알리는 이정표가 길가에 즐비하고, 이름이 알려진 곳은 각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려 붐빈다. 버스에서 어제 탐방한 툴룸 유적지 여행기를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고 있는데, 통로 옆자리에 있는 멕시코 젊은 친구가 말을 건다. 젊은 남매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반도체·조선·자동차와 기계공업이 발전한 한국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방문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치첸이트사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쉬지 않고 들려준다. 치첸이트사는 유카탄반도에 있는 북부 마야 문명의 도시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유적으로 ‘이트사족(族)의 우물 어귀’라는 의미이다. ‘치(Chi)’는 어귀를 의미하고, ‘첸(chen)’은 우물을 의미하며 ‘이트사(Itza)’는 당시 마야 문명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귀족 혈통을 일컫는 말이다. 치첸이트사는 당시 종교· 군사· 정치· 상업의 중심지로 전성기에는 3만5천명이 거주했을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추정한다. 박태수 수필가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남원-광한루가 보이는 방장정

어떤 사물이나 진리를 생각과 분석으로 깨친 심오한 경지이거나 형이상학적 높은 해석으로 사물의 실상을 비춰 관찰하는 인식을 관조(觀照)라 할 수 있다. 미를 직접적으로 알고 깨닫는 미학 또한 관조다. 나는 관조적으로 사물을 통찰할 참된 지혜를 가지지 못했다. 관조는 대상을 바라보아 깊은 사고의 힘으로 도달하는 심미적 깨달음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자는 거대하지 않고 소박한 단아함이 있다. 남도여행을 마무리하며 꼭 보고 싶었던 곳이 광한루다. 남원은 오래전 가족과도 작가들과도 왔던 곳이지만 바쁜 일정에 추어탕만 먹고 지나쳤다. 태조 때 황희가 유배됐을 때 지은 것이라니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는 전란이 잦아 대부분의 문화재가 불타고 원형대로 보존된 게 드물다. 광한루도 정유재란 때 소실돼 인조 16년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누각에 있는 83점의 편액과 말만 들어도 힘이 느껴지는 김종직, 정철, 정인지, 강희맹 등의 시가 있으니 내공 쌓인 곳이다. 무엇보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무대라니 분위기가 다소 로맨틱하다. 연못 가운데 방장정이라는 정자가 우아하게 광한루와 조응하고 있다. 가을바람 소슬히 불면 이 정자에 올라 춘향가를 들으며 사랑의 절정과 해피엔딩의 안도를 고요히 관조하고 싶다. 그러나 난 아무래도 떠나야 한다. 언제나 선택이란 둘 중의 하나, 연인 또는 타인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관조의 옷고름을 매만지며.

[2024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4. ‘문화공간’으로 거듭 난 하수처리장…놀라운 변신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네 번째로 소개할 팀은 구현석(24), 김효연(23), 이서빈(24), 임준서(23), 한이지(23) 학생으로 구성된 ‘에코불망’이다. 이들은 악취와 오염물질로 기피되던 하수처리장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성공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의 의미를 전달했다. 이하 ‘에코불망’ 팀이 작성한 글. ■ 산업화의 그림자, 시민 위한 문화시설로 변화 1980년대부터 경기도와 인천 일대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그중 하나인 시흥은 공장의 굴뚝과 회색빛 공기로 상징되는 도시가 됐다. 논밭과 갯벌을 매립해 공장을 세우는 과정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결과 수질과 대기 오염, 도시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이에 1990년대 가동을 시작한 정왕 물환경센터는 하루 27만 톤의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를 처리하며 시흥의 중요한 공공재로 기능해 왔다. 시간이 흘러 시설이 유휴화됨에 따라 철거할 수도 있었지만, 철거 대신 해당 시설을 재생해 물과 관련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맑은물상상누리’는 현재 도시 재생의 중심에 있다. 맑은물상상누리 센터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기피 시설을 다양한 공간과 환경, 생태를 대하는 관점으로 뒤바꿀 수 있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하수처리시설은 악취와 오염물질로 인해 사람들이 기피했지만, 재생을 통해 매력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쓰임을 다한 시설을 단순히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자원 측면에서도 더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런 재생 공간은 도시 정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현재 맑은물상상누리는 현장 견학 프로그램과 상시 전시를 운영하며 시민과 만나고 있다. ■ 성공 사례를 통해 본 도시재생의 미래 평택 에코센터 오썸플렉스와 하남의 유니온파크도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오썸플렉스는 하루 250t의 쓰레기가 소각되면서 만들어진 열에너지로 운영되는 복합 문화 스포츠시설이다. 하남 유니온파크도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복합 환경기초시설로,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물놀이 시설을 비롯하여 테니스장, 공연장 등의 편의시설을 지상화했다.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은 단순히 문화적 가치를 넘어서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프랑스의 퐁피두 아트센터, 오르세 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시설들은 유휴화된 공간을 재생해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는 환경기초시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맑은물상상누리와 같은 환경친화적 시설들이 더욱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역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도심 속의 자연과 문화, 환경이 어우러진 도시재생 공간의 미래가 주목된다. 글·사진=2024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에코불망’ 팀 / 정리=이나경기자

[생각하며 읽는 동시] 심어요

심어요 박설희 놀이터 모래밭에 꼭꼭 심어요 물도 뿌려요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꼭꼭 심어요 봄에 심었던 꽃씨에서 봉숭아꽃 가득 피어난 것처럼 동전들 주렁주렁 열리라고 간밤 한숨짓던 엄마 아빠 주름살 펴지라고 아이의 효심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또 하나의 지식을 갖고 있다. ‘엉뚱함’이 그것이다. 말도 안 되는 그 엉뚱함을 아동문학은 일찌감치 수용하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이 ‘심어요’가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땅에 동전을 심는다? 이보다 엉뚱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것이 곧 문학을 잉태한 씨앗이 된 것이다. 아이는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꽃씨를 심듯이 땅에 심고 물까지 뿌린다. 봄에 심었던 꽃씨에서 봉숭아가 가득 피어난 것을 보고 한 일. 그래서 가난에 한숨짓는 엄마 아빠의 주름까지 활짝 펴지라고. 아이의 효심이 꽃보다 예쁘다. 아니, 이런 효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품으로 끌어들인 시인이 너무너무 예쁘다. 세상에는 비상식적인 일이 때로 상식적인 것보다 높게 보일 때가 있다. 필자의 동화 ‘행복한 지게’도 그중 하나다. 머리가 모자라는 덕보가 효도를 한답시고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매일 동네를 도는 이야기도 비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번쩍이는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시켜 드리는 것보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동전을 꽃씨처럼 땅에 심고 물까지 준 이 동시는 그래서 읽는 이들의 가슴에 ‘웃음’이라는 아름다운 꽃씨를 심어준다. 이런 게 좋은 동심의 문학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작가 개인전 성료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노들섬 갤러리 1관에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만다라'라는 주제로 다양한 만다라 작품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독특한 만다라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만다라의 대칭성과 조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만다라 세계를 담다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와 자연을 만다.라는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만다라는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우리의 영적 탐구와 성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이번 전시 작품은 '봉황포란형(신의 땅)'은 전통적인 명당의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신성한 땅의 기운과 보호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풍요로움과 보호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만다라의 구조를 통해 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을 형상화한 명당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명당은 관직, 왕, 문인, 장군들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지혜가 높은 자손들이 번창하며 재물과 장수, 자손이 대대손손 천대 만대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명당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경호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명당 사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며 “작품 속 명당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색동’으로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다…오혜련 초대전 '빛의 흔적'

‘색동(色動)’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기억의 흔적을 풀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오감을 통해 기억된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과 면, 색으로 함축됐다. 중견 서양화가 오혜련 작가는 색이 지닌 기억과 인상을 담은 작품 15점을 모아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빛의 흔적’ 초대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이 1년간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을 선정해 각각의 작품을 펼쳐보이는 연작 초대전의 일곱 번째 전시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화·순수함 등을 상징하는 연꽃을 담은 과거의 작품부터 색동을 빛과 연결해 캔버스 가득 그려넣었던 중기의 작품, 색동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최근의 작품을 함께 내걸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시리즈 변천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 작가의 대부분 작품에는 정신적인 빛과 관념의 색으로서의 색동이 등장한다. 한국적인 색동을 현대미술에 접목해 낯설지만 현대화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색동을 그려넣은 초창기 작품엔 의도적으로 색동을 가득 그려넣었지만, 그의 최근 작품엔 색동이 제한적으로 포현됐다. 색동이 종교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 작가는 색동과 접목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았다. ‘빛의 흔적-기억’ 시리즈 중 ‘빛의 흔적(붉은 언덕)’ 작품엔 복숭아 꽃밭이 펼쳐진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노을이 지는 꽃밭의 모습을 붉은 언덕으로 표현해 고향에 대한 추억과 순간의 감동을 표현했다. 오 작가의 대표작인 ‘빛의 흔적(기억속으로)’은 유채꽃으로 덮인 제주 산방산의 모습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포개어 담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은 푸른 바다를 넣어 희망을 상징한 ‘빛의 흔적(푸른희망)’, 신비로운 기억의 잔상을 담은 ‘빛의 흔적(Memory 2)’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혜련 작가는 “빛을 그리고자 했는데, 모든 빛을 품고 있는 것이 색동이었다”며 “색을 만지며 살아온 시간과 공간들을 지우고 덮고 반복하면서 기억의 감동을 표현했다. 관람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며 희망을 품고 치유받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우리는 ‘멋’의 민족”…옷에서 지혜와 멋 풀어낸 배성주 명인 전통복식展

“멋에 있어서는 조선의 남자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밥은 굶더라도, 잠은 밖에서 자더라도, 옷은 갖춰 입어야 한다는 분들이었습니다. 복식을 갖추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품위와 품격이자, 상대와 자신에 대한 예의였던 것입니다.” 다홍빛의 철릭(조선시대 선비들이 주로 입던 겉옷)에 빨간색의 띠가 매어져 있다. 그 옆엔 검붉은색의 주립(갓)이 놓여있다.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일명 ‘(색)깔맞춤’이다. 주립의 양 끝에는 초록빛의 꿩 깃털이 하늘을 향해 달려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의(衣)’와 함께한다. 세상에 처음 나와 배냇저고리를 입고, 생의 마지막 순간 수의를 입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배성주 명인(62)은 “20년 넘게 전통 복식을 연구하며 느낀 것은 우리는 정말 옷을 사랑하는 ‘멋의 민족’이라는 것”이라며 “조선의 남성들은 정말 화려함을 사랑하고, 엄청난 멋을 부렸다”고 말했다. 오는 31일까지 팔달문화센터 1층과 지하 전시장에서 열리는 (사)수원예총 주관의 팔달문화센터 초대전 배성주 전통복식전 ‘의(衣) 손끝에서 피어나다’는 배 명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의’를 통해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알 수 있는 전시다. 출토 복식과 유물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과 선조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재현한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배 명인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故 박광훈 선생의 이수자(2003)로, 선생에게 18년간 가르침을 받은 한국예술문화명인(2019)이자 제37회 대한민국전통문화예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아홉 번째 초대전이다. 전시에선 역사책에서 보던 혹은 교과서에서조차 보지 못했던 낡은 황톳빛과 흑백 자료 속 전통복식을 2024년 현재 유리창 넘어 평면 감상이 아닌, 가까운 눈앞에서 사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 고종 황제 등 임금의 옷부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입었던 예복, 성균관 유생과 학자들이 입었던 일상복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영·정조 때 입었던 붉은 색의 홍곤룡포와 조선 말기 고종 황제가 입었던 황곤룡포 등 지하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조선시대 왕의 옷은 자수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특별하다. 발가락이 다섯 개인 용을 금실로 수놓은 오족룡원보가 가슴과 등, 양어깨에 달린 용포는 왕의 위엄을 자아낸다. 선조들이 입었던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옥 사랑채로 지어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옷에 비춰지며 원단의 주름 하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배 명인이 2003년 전승공예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서는 상의와 하의 이음 부분에 자리한 1mm 간격의 주름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복식의 원단에 멋스럽게 자리한 문양은 오히려 현대의 기술로 복원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원단 위에 자수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원단을 직조할 때부터 다양한 문양을 함께 새기며 천을 짜낸 것이다. 배 명인은 “선조들은 대단한 손기술을 가졌다”며 “오히려 지금에 와서 컴퓨터를 통해 이를 재현하려고 해도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예전의 원단만큼 섬세한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나갔는지와 함께 화려함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실용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조선시대 무관인 포도대장, 병마절도사 등이 입었던 포인 구군복은 길고 넓은 소매가 분리될 수 있다. 전투에서 부상 시 이는 붕대의 역할을 할 수도, 식량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외 다른 철릭를 보면 소매 부분이 분리되도록 쌍미리(쌍밀이) 단추가 달려있다. 활을 쏘기 용이하게 한 것이다. 복식의 세밀함을 들여다보면 오래전 조상들이 이 옷을 갖춰 입고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했는지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배 명인은 “목 부분에 자리한 깃에 달린 동정은 흰색의 멋만 내는 것이 아니라, 때가 타거나 낡으면 이 동정만 따로 떼면 언제든 새 옷처럼 깔끔하게 입어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라며 “조상들은 옷에 화려함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실용성까지 함께하는 지혜를 자랑했다”고 말했다. 배 명인은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는 고리타분한, 선비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멋과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가까이서 옷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리의 옷에 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건강칼럼] 잠들기 전 음주 ‘알코올 의존증’ 위험성 키워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무더운 여름 탓에 시원한 술 한 잔을 마신 후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이런 행동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 진료를 받은 환자는 78만2천381명이다. 이는 2013년(44만8천22명) 대비 1.7배 높은 수치다. 그만큼 제대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수면을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실 경우 ‘알코올의존증’ 위험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입원환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입원한 환자 449명 가운데 275명이 수면장애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상당수의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밤마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 불면증을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 술은 수면의 질을 낮추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손꼽힌다. 잠들기 전 마신 술은 뇌를 자극하고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렘(REM) 수면을 방해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얕은 잠에 머무르게 한다. 이렇듯 지속적인 음주는 수면 패턴을 무너뜨리며 알코올 의존과 중독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 덥다고 무심코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오히려 열을 발생시킨다. 더위로 체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의 혈관은 확장돼 알코올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빠르게 흡수된 알코올은 더 빨리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게 되는데 간에서 채 분해되지 못한 독성물질이 혈관을 확장해 얼굴을 붉게 만들고 다시 체온을 상승시킨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 등 심뇌혈관 질환자는 폭염 자체가 위험한 만큼 음주는 반드시 삼가해야 하며 수시로 수분 보충을 하는 것이 좋다. 회진 시 술 문제가 수면장애에 가려진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전문가의 처방과 복약 지도에 따라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극단 ‘인파’, 오는 9월 14일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

극단 ‘인파’가 다음 달 14일 학산소극장 4층에서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극단 ‘인파’는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주축으로 구성한 인천지역 극단이다. 극단 대표는 하병훈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페스티벌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창작극 개발을 위한 제작지원금과 극장 대관을 지원하고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키는 인큐베이팅 작업 중 하나로 이뤄진다. 페스티벌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열리며 청소년극 ‘위아 원’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위아 원’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해 학교 부적응, 가사 문제 등의 사유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 청소년 4명이 자퇴 동아리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지만, 극 중 자퇴 총량제 도입으로 생기는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병훈 인파 대표는 “문화예술 불모지라 불리는 인천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이번 페스티벌로 인천 지역 연극계 발전에 결코 작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극단 인파의 낭독극 페스티벌은 인터파크 티켓으로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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