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노사협의회의 정기회의 개최는 의무

‘노동조합’은 익숙하지만 ‘노사협의회’는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에 의하면, 노사협의회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는지, 그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이 어떠한지에 관계없이, 노사협의회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노사협의회의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상시 3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은 예외다. 노사협의회의 주요 활동 중의 하나는 회의의 개최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하고(근로자참여법 제12조 제1항) 필요에 따라 임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이처럼 정기 회의의 개최는 법률에 따른 의무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만일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근로자참여법 제32조).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의 ‘협의 사항’과 ‘의결 사항’을 규정하면서, 사용자로 하여금 ‘정기회의’에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에 관한 사항,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에 관한 사항, 인력계획에 관한 사항, 기업의 경제적·재정적 상황’을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일 사용자가 ‘정기회의’에서 근로자참여법에 따른 보고와 설명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근로자위원은 보고 및 설명 사항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는 그 요구에 성실히 따라야 한다.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위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벌금형으로 처벌을 받는다. 최근 대법원(2025년 5월1일 선고 2025도2059호 판결)은 노사협의회 의장이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아 근로자참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와 같은 근로자참여법의 관련 규정과 노사협의회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기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상 ‘협의 사항’, ‘의결 사항’ 등에 관한 구체적 안건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피고인의 행위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의 경우, 특별한 안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기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분야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 멋대로 즐기는 클래식”…‘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신간소개]

매일 밤 유튜브의 세계에서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클래식 애호가’다. ‘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리아나 워소팬 라우흐는 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는 것 같고, 클래식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숨겨진 ‘덕후’들에게 “클래식엔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다”며 “오늘 밤 그저 이 음악을 즐기면 된다”고 말한다. 철저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누구보다 클래식의 세계에 깊이 몸담았던 저자는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 신랄하면서도 재치 있게 담장 높아 보이던 그곳의 이면을 알려준다. 권위의식과 엘리트주의 세상에 서 있던 저자 특유의 유머는 “클래식 별거 아니야”라고 속삭인다. 그 속엔 누구보다 클래식을 사랑하고, 클래식의 세상을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애정이 담겨있다. 안내자는 따뜻하면서도 친절하게 독자를 이끈다. 1천년이 넘는 클래식의 역사를 짚어주고, 50여개의 그림 자료와 200여개의 각주를 통해 시대별, 작곡가별, 형식별 필수적인 지식을 알려준다. 여기에 저자가 엄선한 20여개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200여곡의 추천곡은 큐알코드로 담겨 클래식 문 앞까지 독자를 안내한다. 클래식 세계의 뒷이야기는 ‘덤’이다. ‘론도형식의 곡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라’는 저자 특유의 농담부터 ‘작곡가의 9번 교향곡은 그 사람의 인생 마지막 교향곡이 된다’는 클래식계의 미신까지 흥미 가득한 에피소드는 독자를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노작홍사용문학관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공모 선정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길 위의 인문학’과 ‘지혜학교’ 2개 부문 공모에 선정돼 지역 주민에게 폭넓은 인문학 강좌를 선보인다.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주민이 일상과 가까운 문화시설에서 친근하게 인문의 가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지혜학교’는 대학 교양과정 수준만큼 깊이 있는 인문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다.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일반과정) 프로그램은 6월에 시작해 총10회, 지혜학교(심화형)는 7월부터 총12회 운영된다. 길 위의 인문학 ‘화성문학을 탐探하다’는 화성과 관련된 작가와 문학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한다. 인문에 대한 관심 증진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을 담아 강연과 체험, 지역 인문 자원 탐방 등을 결합한 일반 인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허민 고려대 연구교수와 조성면 문학평론가가 강사로 나선다. 지혜학교 ‘K-콘텐츠의 원천, 드라마와 연극의 인문학’은 주요 문화 소비층인 중년 여성과 함께 드라마를 둘러싼 문화 콘텐츠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강좌다. 인문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로 삶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대학 교양 과목 수준의 심화 인문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김기란 연극평론가가 강사로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강좌, 탐방, 관람, 후속 모임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역사 문화 등 지역 인문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매력을 발굴·확산하고, 인문 가치 확산을 통해 국민 삶의 질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문학관 측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손택수 관장은 “문학관이 처음 참여하는 이번 사업에서 두 개 부문 선정의 기회를 얻었다”며, “공공재로서의 문학관형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프로그램 모델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회원에게는 SNS를 통해 사전접수 안내 문자가 발송된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골탕

골탕 이성자 엉뚱하기로 소문난 우리 반 대풍이 4학년으로 올라온 첫날 -선생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그야, 된장찌개지. -그럼 제일 싫어하는 음식은요? 잠시 생각에 잠긴 선생님 활짝 웃으며 -그야, 골탕이지. 한 방에 아웃된 대풍이 일 년 내내 힘 못 쓰겠다. 짓궂은 학창시절 추억 어느 학급이고 짓궂은 친구가 있다. 특히 선생님만 골라서 골탕을 먹이기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이 동시 속의 대풍이도 그중 하나다. 4학년이 돼 처음 맞는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 대풍이. 그런데 이를 눈치 챈 선생님이 먼저 한 방을 먹인다. 가장 싫어하는 음식은 ‘골탕’이라고. 이때의 대풍이 표정은 어떠했을까. 보나 안 보나 우거지상이었을 것 같다. 학창시절은 참 많은 추억을 남긴다. 그 가운데는 아름다운 추억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추억도 있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도 있지만 못된 친구도 있다. 남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는 친구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런 친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모범생보다 말썽꾸러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던가. 글도 다를 게 없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반면에 못된 짓만 골라 하는 골칫덩어리는 항상 글의 중심에 선다. 위 동시에서 대풍이가 착한 아이였다면 이성자 시인은 글을 못 썼을 것이다. 고맙게도 말썽꾸러기였기에 작품 하나를 얻은 것이다. 작가들은 이처럼 고약한(?)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그러고 보면 작가들도 참 못된 취향을 갖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매산로2가

세계 어느 곳을 가나 도로명 주소가 보였다. 2014년 우리나라도 도로명이 도입돼 시행 중이다. 행정동과 법정동이 따로 있어 헷갈리기도 하지만 옛 지명이 아직 익숙하다. 사는 동네를 잊어버릴 순 없는 것이다. 매산로2가는 옛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이다. 수원역 근처라 아직 여관, 여인숙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기억공간 잇~다에서 전시를 끝내고 오는 길에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를 이 거리를 지난다. 따지고 보니 이 도시에 살면서도 가지 않은 길이 너무나 많다. 모든 길은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오늘은 어반 스케치의 소재를 살피다가 이 낯선 길을 만났다. 그래도 옛날 건물은 요즘 건물들과 달리 붉은 벽돌집이 많아 나름대로 멋이 있다. 교외엔 찔레꽃, 아카시아 꽃이 만개하고 산천초목이 신록을 지나 점점 짙푸르다. 모처럼 북한강변 미술관들을 둘러봤다. 서호미술관, 한강미술관, 모란미술관 등 각기 다른 운치와 규모 있는 전시를 하고 있었다. 현대미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 난해하지만 신선하다. 이런 걸 보면 아날로그 세대에서 이어온 작업관을 어떻게 바꿔 가야 할지 의문이다. 우리 교실에 비교적 젊은 김희선님이 있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학부모라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간다. 3시간의 취미 생활에 집중하다가도 생활전선에 바삐 투입돼야 하니 분주한 시절이다. 그의 조용한 성격처럼 그림도 고요하다. 세상도 더러 고요했으면 좋겠다.

‘외로움’을 예술로 바라보다…‘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

‘외로움’을 예술적 관점으로 조망해 위축된 공동체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임을 환기한다.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록은 지난 1일부터 기획전 ‘섬 프로젝트: Linking Island’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인 ‘뮤지엄×즐기다’ 공모에 선정돼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한다. 이번 전시는 권혜성, 윤지영, 이영욱, 임소담, 정찬민, KL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외로움을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본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총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혜성 작가는 한지와 먹, 유화와 에어브러시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연으로부터 얻은 생명력을 강렬한 선으로 표현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심리적 방황을 겪은 권 작가는 제주도의 거친 바람과 빗속에서 견디는 식물의 에너지를 통해 삶과 자연의 본질적 순환에 대해 깨달았다. 이에 ‘여름 비 바다 수영 해파리 풍경’ 등 그의 작품에는 자연의 리듬이자 외로움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선이 등장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명하는 순간,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윤지영 작가는 영상 작품 ‘오죽 -겠, -으면’을 통해 현실에서 겪는 불안과 고통에 맞서는 개인의 내면을 포착했다. 가족을 돌보며 매일을 살아내는 영상 속 인물은 사소한 일상적 의식과 자기최면적인 반복된 행동을 통해 불안을 견딘다. 이 같은 모습은 각자의 섬처럼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비슷한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 작가는 개인적 고립의 문제를 인간 전체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하며 공감으로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특히 이영욱 작가는 낯설고 불안정한 형상을 회화작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조작된 이미지의 파편들을 해체하고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사회적 구조를 교차한다. 익숙한 장면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변형시키면서 개인의 불안, 욕망, 긴장을 사회·문화적 맥락과 병치시켜 우리가 무심코 수용해온 관념과 제도 속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와 함께 임소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선명하게 그려내며, 물거울·수평선 등 모호한 풍경 속에 숨은 정서를 포착한다. 작가는 회화와 세라믹을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주며 부재하거나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을 보여준다. 물감이 겹겹이 쌓이듯 외로움은 일상 속에 서서히 스며들지만 역설적으로 그 흐릿함을 통해 새로운 몰입과 공감을 일으키는 장이 열린다고 믿는다. 정찬민 작가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가져온 변화 속에 놓인 개인의 무력감을 들추어낸다. ‘행동부피’ 등 작품을 통해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이야말로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L 작가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이 만들어내는 혼란과 이질감을 탐구한다. 설치 작업 ‘섬_딩검리’에서는 고립된 섬들이 보이지 않는 지층으로 연결돼 있음을 암시한다. 세 편의 영상은 해변에서 노래하고 수영하는 인물들, 물속에서 흙으로 만든 배가 시간에 따라 녹아 흩어지는 장면, 수년간 기르던 앵무새 한 쌍의 죽음을 담은 장면으로 구성된다. 삶과 죽음, 일상과 사건이 교차하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상실과 기억의 흔적, 존재의 불안과 평온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사유하게 한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록 관계자는 “외로움을 사회적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번 전시가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고립으로 여겨졌던 감정을 모두가 함께 다뤄야 할 공동의 화두로 전환시켜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 보는 의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소리문자 한글의 무한함과 만났다”…한글 팝아트 작가 이대인, ‘디귿 도깨비’ 전시회

한글 자음을 감각적인 팝아트로 풀어내는 한글 팝아트 작가 이대인의 ‘디귿 도깨비’ 전시가 오는 18일까지 서울 이태원의 진저 한남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이대인 작가의 ‘기역양 니은군’의 두 번째 이야기이자 한국의 전통 도깨비와 한글 칼리그램이 한 데 어우러진 4년간의 연속 전시다. 앞서 작가는 ‘기역양 니은군’을 통해 기역, 니은, 시옷, 이응, 지읒의 초성을 토대로 각 자음의 초성과 관련된 캐릭터들이 한글을 깨우쳐 사람으로 변하는 서사를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람을 지켜주는 한국 도깨비의 이야기에 전 세계와 한반도의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평화를 주제로 ‘풍어제’, ‘평화만선’, ‘막걸리’ 전시를 이어감과 동시에 평화 퍼포먼스도 함께 구성해 진행할 예정이다. 작가가 태초의 소리와 그 소리가 만들어낸 세상을 표현하며 한글의 자·음을 활용한 칼리그램은 특히 주목된다. 작가는 ‘세상은 소리로 이뤄졌다’는 서사를 전하기 위해 소리문자 한글을 소재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한글의 추상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캐릭터와 칼리그램이 한글 브랜드 제품으로 선보이며, 한류의 마지막 보루인 한글 디자인과 이야기를 차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업체와의 협업도 진행한다. 작품 속 한글의 예술성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대인 작가는 “한, 중, 일 도깨비 가운데 사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지켜주는 도깨비는 한국 도깨비가 유일하다”며 “도깨비가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소리문자 한글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회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대인 작가의 공식 누리집 ‘기역양 니은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농 김가진을 통해 ‘독립문에서 통일문으로’…경기도박물관 학술포럼 개최

동농 김가진(東農 金嘉鎭, 1846~1922)은 조선의 선비이자 대한제국의 혁신관료로 항일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였다. 아들(김의한), 며느리(정정화), 손자(김자동)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김가진은 독립운동가로서 그동안 알려졌지만 당대 명필로도 이름을 날렸다. 김가진의 독립투쟁 업적과 예술세계를 다양한 방면에서 심층적으로 밝히는 학술포럼이 오는 16일 오후 2시 경기도박물관 뮤지엄아트홀에서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관장 이동국)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합合’을 주제로 한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로 ‘김가진-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포럼은 특별전과 연계해 (사)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대동단이 독립운동사에서 가지는 위치를 밝히고, 그의 정치와 민족독립투쟁 업적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본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 임형택 성균관대 석좌교수,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이규수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장, 황필홍 단국대 명예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한국사)는 ‘돌아오지 못한 민국의 국로(國老) 김가진’을 통해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의 삶을 조선-대한제국-한일강제병합-대한민국임시정부 시기로 민족 독립투쟁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임형택 성균관대 석좌교수(한문학)는 ‘김가진의 한시(漢詩)를 다시 읽다’를 주제로 조선 선비이자 대한제국 혁신관료, 독립투사인 김가진의 절의(節義)정신이 한시(漢詩)에 녹아 나오고 있는지를 살핌으로서 오늘날 정치와 예술의 결별시대를 반성한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김가진이 쓴 ‘독립문 獨立門’의 글씨 고증과 현재적 의의’를 발표한다. 한글 ‘독립문’과 한자 ‘獨立門’을 쓴 사람이 이완용이 아니라 김가진임을 서체 조형분석을 통해 밝혀낸다. 이규수 동농문화재단 강덕상자료센터장은 ‘일본 언론의 동농 김가진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주일공사이자 대한제국 대신으로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임시정부에 74세 노구를 이끌고 망명해 독립전쟁에 투신한 김가진의 행적을 제국주의 일본 언론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황필홍 단국대 교수(정치철학)는 ‘명성황후 민자영의 진짜 사진 고증과 역사바로 세우기’를 발표한다. 특히 박은식, 이승만, 장도빈 등 명성황후와 동시대 인물들이 발행한 8가지 저작과 잡지수록 동일 사진을 가지고, 기록의 역사가 스스로 증명하는 명성황후 민자영을 밝혀낸다. 이것은 서구 언론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역사를 밝혀내는 주체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의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新한복 중심에 선 ‘기로에’ 여백선옥 대표…“한복의 디지털화, 새로운 ‘기로’ 될 것” [문화인]

“각종 드라마와 예능이 OTT를 통해 해외에 방영되기 전에는 영국에 사는 사람이 우리 한복을 입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올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에도 한복의 세계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워 말고 이러한 흐름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패션 브랜드 ‘기로에(Guiroe)’의 여백선옥(박선옥) 대표 겸 디자이너(54)는 ‘옷이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디자인 철학이 있다. 때로 옷은 백 마디의 말보다 그 사람에 관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장 회장’(유재명 분)의 내공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한복 의상과 어울리며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예능 ‘놀면 뭐 하니?’의 캐릭터 중 하나인 ‘유야호’(유재석 분)가 입고 나온 한복 의상 역시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한껏 드러냈다. 장 회장과 유야호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은 박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올해의 한복인 상’(2022)을 수상하고, 최근에는 드라마 ‘보물섬’에 이르기까지 패션쇼·전시·문화·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복 문화콘텐츠를 기획, 한류의 중심에서 한복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는 ‘기로’에서의 선택을 강조한다. 그는 “인생에서 우리 모두 기로에 서는 순간이 다가온다. 나 역시 수많은 기로의 순간에서 변화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서양 학문인 의생활학을 전공했다. 패션 디자인은 서양의 학문으로 대학 때 배웠던 모든 것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커리큘럼이었다. 8등신의 패션 일러스트도 서양 사람을 기반으로 한 미의 기준이다. 동양인인 박 대표는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우리’만의 미를 찾기 시작했다. 기로에서 맞이한 첫 번째 변화였다. 그는 “내가 만드는 옷에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며 “내가 그리는 디자인의 대부분은 한국적인 것에서 차용하는데 정작 그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한복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2004년 ‘여백’이라는 한복 브랜드를 런칭한다. 한복을 패션의 개념으로 접근하며 창의성을 추구했던 그는 전통 오방색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한복에 데님과 레이스·벨벳 소재를 사용하는 등 새로움을 시도했다. 서울패션위크부터 해외 전시 등 성과를 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좌절을 겪고 2012년 호주로 떠났다. 기로에서 두 번째 선택이었다. 타국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가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호주 친구들과 만나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때 한복이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야심차게 돌아왔지만 시대는 변해있었다. 당시 한국에선 무관이 입던 ‘철릭’을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도록 변형한 ‘철릭 원피스’ 등 일상 패션으로의 한복을 추구하는 ‘신한복’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선발주자라고 생각했던 그가 오히려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기로에 선 그는 과감히 ‘블루오션’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적인 한복, 서양의 정장에 대척할 만한 남성 한복 슈트(정장)를 만든 것이다. 2015년 한복진흥센터와 함께 신한복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 오방색 중 적색을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서양화가인 마크 로스코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한복 디자인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한복 슈트 모태 디자인이 돼 그는 2017년 아시아의 전통에 서양 패션을 접목한 ‘기로에’의 문을 열게 된다. 이후 문체부와 한류 협업 콘텐츠 기획 개발 사업을 하는 등 그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한다. 그가 그리는 한복의 미래는 변화의 기로에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넓혀가는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직접 입는 실물 한복뿐만 아니라 AI 기반의 디지털화된 한복 문화콘텐츠 시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많은 후배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러한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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