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백제도예연구소 대표 “韓 미적·기술적 결정체... ‘달항아리’ 세계에 전파”

다음 달 1일부터 11일까지 여주신륵사관광단지에서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여주 도자산업 문화 발전에 힘써 온 정지현 백제도예연구소 대표는 24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를 기점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자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를 앞두고 소회가 남다를 텐데. A. 침체를 겪던 여주 도자산업은 이충우 여주시장과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이래 차근차근 성장동력을 확보해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갖춰 나가고 있다. 여러 도자문화 육성과 산업 발전 지원 사업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개선돼 여주 도예인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는 출렁다리 개막식과 함께 여주 관광 원년의 해 선포가 이뤄지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객이 여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주의 주요 산업인 도자산업 역시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공고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Q. 축제를 찾는 분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A. 여주를 제외한 경기도 30개 시·군 도민을 대상으로 매일 선착순 10명에게 진사 미니 달항아리를 드리려 한다. 축제가 11일간 진행되니 110개의 달항아리를 준비 중이다. 달항아리를 받아 가시려면 경기도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백제도예연구소 부스로 오면 된다. Q. 많은 도자 작품 중에서 왜 달항아리를 선택했나. A. 1960년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었던 혜곡 최순우 선생과 수화 김환기 화백이 조선시대에 백항(白缸), 백대항(白大缸), 백자대호(白磁大壺)라 불리던 하얀 백자 항아리에 대한 애정을 주고받다가 이름 붙인 걸로 알려진 달항아리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로 한국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도자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은 강연에서 프랑스의 모나리자에 견줄 만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로 달항아리를 추천하며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한국만의 미적, 기술적 결정체”라고 하기도 했다. 이러한 달항아리를 재현하는 훌륭한 작가들이 많지만 만만찮은 가격에 집에 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 많은 이들이 달항아리를 간직하고 음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지만 고유의 미감을 담은 달항아리로 준비했다. Q. 달항아리는 순백색인데 이번에는 붉은색 달항아리를 내놓는다고 들었다. A. 붉은색은 진사라는 유약을 사용한 것이다. 진사는 산지였던 중국 후난성에 있는 진주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유약에 구리 성분의 산화동을 첨가해 1천300도에 이를 정도의 고온으로 구우면 붉은빛을 드러낸다. 가마 속 산소의 공급량, 불의 이동에 따라 그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없기에 하나하나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경기도 곳곳에서 여주를 찾는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110명이 저마다의 달항아리를 집으로 갖고 돌아가는 거다. Q. 행사를 앞두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도자산업의 미래를 제안했다. A. 도예인을 위한 정책, 재정적 지원이 훌륭하다 해도 결국 도예인이 주인공인 행사이니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예인이 주인의식을 갖고 축제의 성공과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평소에 시와 재단의 지원을 받는 분, 축제 예산을 지원받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일정 부분은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지원이라도 받는다면 감사하게 여기는 동시에 지역에 이바지할 방안을 스스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네 환경미화에 앞장서도 좋고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은. A. 작은 축제였던 여주도자기축제가 어느덧 37회를 맞이했다. 시와 재단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여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규모나 질적으로 큰 성장을 이뤄 감개무량하다. 축제의 주인공인 도예인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앞으로도 소중한 전통과 가치를 지켜나갔으면 한다. 여주도자기축제는 우리들의 잔치이니 특별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여주 도자기의 발전을 위해 여러 직책을 맡아 고군분투해 왔다. 이번 축제를 기점으로 저부터 과거를 돌이켜보고 지역과 사회에 작은 기여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모쪼록 이 작은 움직임이 우리 모두에게 긍정의 신호가 돼 지역과 함께하는 건전한 발전의 초석이 되길 바라본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에서 떠나는 여섯 번의 인문학 여행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은 이달 30일부터 오는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특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장고 문화산책: 수장고, 또 다른 세상을 여는 문’ 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립민속박물관파주관의 개방형 수장고의 민속 주제 특화 교육을 통해 민속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획 됐다. 수장고가 단순한 소장 공간을 넘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 되는 새로운 시도다. 특히 그동안 공예 체험 위주로 진행되던 성인 대상 교육의 틀을 벗어나, ‘인문학 산책’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전환해 눈길을 끈다. 교육은 이달 30일부터 오는 11월 26일 까지 매월 일강씩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며, 매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참여해 민속과 예술, 공간, 복식, 음식 등의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1강은 ‘한국문화의 창의적 재생산’(강우현 멀티아티스트), 2강 ‘세계무형유산의 合, 국악탱고’(김규호·이선민 국악탱고공연예술단), 3강 ‘전통에서 찾아낸 공간 미학’(양태오 공간디자이너) 4강은 ‘오방정색, 그 아름다운 발견’(문은배 색채디자인연구가), 5강 ‘보자기로 펼치는 예와 격 그리고 미’(이효재 한복디자이너, 보자기아티스트) 마지막 6강은 ‘삶과 문화의 근간, 한식’(노중훈 여행작가, MBC라디오 진행자)으로 진행된다.

남양주시립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 ‘한글문화’ 유물 선봬

남양주시립박물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상설전시실을 일부 개편했다. 이번에 개편된 상설전시는‘한글문화’를 주제로 하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애쓴 선인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시민들에게 한글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박물관 1층 상설전시실 ‘기증자 전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남양주 지역 선학들이 남긴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한글문화 유산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1443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창제된 ‘훈민정음’이 18세기 문화 황금기와 20세기 전반 일제의 문화 탄압 속에서도 지켜졌으며, 해방 이후 한글로 꽃피운 역사적 과정이 펼쳐진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근대국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경서언해본 ‘서해’와 ‘주역언해’, 일제강점기 출판 문화의 흔적인 ‘조선태조실기’와 ‘태조대왕실기’ 규방 문화를 담은 ‘규문오론’과 ‘불경 한글 필사본’등을 선보인다. 또 해방 이후 한글을 정리하고 알리기 위한 ‘한글맞춤법 해설’과 ‘훈민정음 해례본(1946년 영인본)’과 한글 시와 동요를 적은 ‘달밤’과 ‘회갑연 축시’도 전시한다. 시는 올해 하반기에 상설전시실 개편을 한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며,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남양주시립박물관은 지난 4월 1일부터 특별기획전시인 ‘초상화로 살펴보는 남양주 명가: 99번째삼도수군통제사 이복연’을 함께 개최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남양주시립박물관 관계자는 “한글문화 상설 전시와 초상화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이 우리 문화의 역사와 의미를 직접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글과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거짓말보다 더 나쁜 ‘개소리에 대하여’

◆ 개소리라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번역, 필로소픽 刊)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2016년 국내에 출판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의 철학적 가치와 깊이와 함께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테다. 우선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낱낱이 뜯어본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이가 이런 사실마저도 알고 있다한다. 우리도 모두 개소리를 한 번씩은 하니까. 개소리의 개념풀이 이후 거짓말과의 분류 또한 시도한다. 프랭크퍼트에 의하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반면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은 그와 반대되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어떤 노력이 수반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게 진짜인지 판별을 해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즉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음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꾸며내는 것, 독창적인 예술이란 것이다. 그리고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다.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분석한 뒤 비판하는 대상은 결국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개소리에 관대한 사회다. 우리사회의 회의주의는 문제의 진상 파악과 객관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나 가치, 믿음을 저하시킨다. 이때 개소리는 확산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기 어려운 말들이 넘쳐나는, 넘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개소리의 시대인가 아닌가. 국내에서 이 책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뜨는 이유를 우리 사회와 결부지어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개소리가 담고 있는 ‘실체없는 것들의 향연’, ‘공인의 공들인 개소리는 사회의 악’이라는 저자의 지적을 곱씹어 볼 만하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상반기 상설 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 비전에 따라 올해 상반기 상설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나선다. 먼저 만 2세 이상 유아부터 참여가 가능한 동화구연 프로그램 ‘이야기 속으로 풍덩’을 선보인다. 주요 관람객인 어린이집과 유치원 단체 관람객을 대상으로 매주 화, 수, 목 오전 2회 각 20분씩 동화구연지도사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5월13일부터 7월18일까지 초등학교 1~6학년 단체를 위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모두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을 연다. 학급 단체를 대상으로 매주 화, 수, 목, 금 오전 10시부터 100분간 진행되며, 전시 관람과 창작 워크숍이 함께 운영된다. 개편된 3층 전시실을 함께 관람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심화 학습과정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내 모습을 그려보는 창작 활동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주말 가족 프로그램 ‘학습기계’도 선보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학습 방법인 ‘기계학습’의 단어 순서를 바꿔 조합한 ‘학습기계’는 기술 발전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의 교육 환경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감각을 함께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총체인 AI 기계학습과 비교해 거꾸로, 가로질러서 혹은 나란히 하는 배움의 과정을 현대 예술가들이 제안하고 이를 교육적 경험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소요, 무늬만 뮤지엄, 신승백, 김용훈 등의 미술 작가들이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으며 상반기 프로그램은 오는 27일부터 6월2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운영된다. 특히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매달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주간 토요일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 ‘하나, 둘, 우리!’를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명상을 통해 어린이와 가족이 주변의 다양한 존재를 인식하고 리듬에 맞춰 신체를 움직이며 협력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기획됐으며, 26일 첫 프로그램이 시작될 예정이다.

오직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사유…‘단 한 번의 삶’ 外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땐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낸 인생사로 삶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로 삶을 사유하고, 울림을 주는 책들이 있다. 어머니 빈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담백하지만 깊은 사유를 담은 책, 남다른 여행으로 세상을 겪은 경험담을 풀어낸 신간을 모았다. ■ 단 한 번의 삶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에세이로 주목 받은 조승리 작가가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시각장애인이자 안마사, 여성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신간에서는 저자가 외국 여행을 비롯해 시도한 낯선 경험과 면밀하게 관찰한 삶의 감각을 밀도 높은 감정과 함께 펼쳐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저자의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일본 도쿄를 여행할 때는 일본저시력협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의 여행길엔 협회 회원, 가이드, 친구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전맹으로 살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조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다. 안정적이지만 무감각한 삶보다 차라리 엉망이 되더라도 세상을 구경하고 경험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다”며 공감각적인 표현들로 새로운 글맛을 선사한다. 책에는 베트남 나트랑과 하노이, 말레이시아 페낭, 일본 도쿄, 홍콩 마카오, 필리핀 클라크, 백두산 천지 등에 대한 여행기와 함께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저자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담겼다.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푸른칠판 刊 [신간소개]

첫 입학, 새학기의 설렘과 초조함이 함께한 3월이 지나고 4월의 중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초조함과 걱정, 기대로 마음이복잡할 것이다. 자녀에 관한 불안과 걱정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부모의 뒤를 따라온다. 신간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현운석 지음,푸른칠판 刊)는 17년차 초등교사이자 초등 4학년의 학부모, 교원 대상 학부모 상담 전문 강사, 교원단체 교권법률팀 등에서 활동 중인 현운석 교사가 부모의 지나친 불안을 잠재우고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담았다. 저자는 불안은 불확실성, 평가나 책임에 대한 부담, 불확실한 정보, 불공정한 기대와 지나친 비교·경쟁 문화에 의한 균열이자 총체적인 흔들림이라 분석한다. 흔들림이 심해지면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붕괴될지 아니면 흔들리면서도 균형과 중심을 잡아 나갈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자녀의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 사회성, 자기효능감, 자기존중감 등을 온전히 지켜 나갈 수 있다는 것. 저자 역시 많은 부모들을 만나 온 현직 초등교사이면서도 한때 자녀에 관한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들었던 기억도 있다.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내용 등을 정리하면서 그는 부모로서 불안은 당연히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불안과 대면할 용기를 갖자며 위로하고 응원한다. 학교 현장에서 자녀가 겪는 실체적 갈등과 부모의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실천 가능한 교육 솔루션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법률플러스] 분묘 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권자

분묘는 민법 제1008조의3에 따라 그 분묘에 안장된 망인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이 승계하는 것이다. 구 관습법에 따르면 선조의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권리는 제사주재자인 그 종손에게 있었다. 그 후 대법원은 위 입장을 변경하면서 제사주재자는 먼저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망인의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2023년 5월11일 선고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시 종전 견해를 변경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하고, 이 법리는 위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뤄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종중이 공동 선조의 분묘를 수호 관리해 온 경우 해당 분묘의 수호 관리권 내지 분묘기지권은 종중에 귀속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제사주재자가 아닌 후손이 망인의 분묘 발굴 등의 행위를 한 사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까. 분묘를 파헤치고 그 안에 안치된 망인들의 유골 4구를 꺼내 양철통에 담은 후 불에 태운 다음 분묘 입구 쪽 땅에 묻어버린 행위에 대해 망인들의 손자 또는 아들이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하급심은, 위 아들은 위 분묘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갖는 제사주재자가 아니므로 위자료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5년 4월23일 선고 2023다283401 판결)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분묘를 발굴하거나 유체·유골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고 그러한 행위가 어떤 사람의 추모 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람은 해당 분묘의 관리 처분권자인 제사주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해자를 상대로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위 판결에 따르면 이 경우 분묘발굴, 유체·유골 훼손 행위가 추모 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그 행위자가 분묘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분묘발굴 또는 유체·유골의 처리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피해자와 망인 사이의 친족관계 또는 생전 생활 관계, 평소 분묘 등의 관리 상황, 분묘나 유체·유골의 손상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 ‘2025 이주배경아동 지원 협력사업’ 협약식 진행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본부장 여인미)는 화성시 ㈔그레이스가든,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과 2025년 이주배경아동 지원 협력사업 협약식을 23일 진행했다. ㈔그레이스가든에서 열린 이번 협약식은 여인미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장과 해당 복지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 내 이주배경아동 지원을 위해 경기도 내 총 4개 복지기관에 3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이주배경아동의 한국어 교실과 돌봄교실 운영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이주배경아동의 한국어 실력 향상 뿐만 아니라 진로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해 공교육 진입률을 높이고,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남부 16개 시군의 이주배경아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해 이주배경아동을 포함한 다양한 취약계층 아이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 여인미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장은 “2025년 협력사업을 통해 이주배경아동의 안정적인 한국 적응을 통한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 아동권리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규현 ㈔그레이스가든 대표는 “지역사회 내 이주배경아동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어 교실 등의 운영을 통해 이주배경아동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정호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장은 “이주배경아동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를 반영한 맞춤형 진로 발달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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