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문화원이 용인미르아이 공유학교 Y로드 톡파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유산을 학생들과 연결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낸다. 29일 용인문화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용인문화원 1층 강의실에서 ‘Y로드 톡파원’ 상반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용인문화원과 용인교육지원청이 함께하는 Y로드 톡파원은 관내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해 학생 요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24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Y로드 톡파원을 성황리에 마친 용인문화원은 2025년에는 프로그램을 6회로 확장해 이론, 활동, 실습 그리고 답사 등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6월7일 처인성문화제에서는 참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처인빌리지’ 부스를 운영하며 처인성의 역사와 가치를 시민에게 전달 및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Y로드 톡파원은 참가학생만이 아닌 학부모도 프로그램 기간동안 함께 참여, 처인성문화제 현장에서 서포터즈 및 부스 운영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용인문화원은 Y로드 톡파원 프로그램으로 ‘배우는 역사에서 체험하는 역사’, ‘참가하는 축제에서 내가 만들어 가는 축제’의 경험을 제공하고 역사는 어려운 것이라는 청소년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 ‘청소년-문화유산-시민’의 관계를 연결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최영철 용인문화원장은 “우리 용인특례시의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우리지역의 문화유산을 미래에 전달하는 주인공은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다”고 전했다. 한편 2025년 Y로드 톡파원은 상반기 처인성문화제에 이어 하반기 포은문화제에서도 참가자들이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집행위원회는 최근 인천문화재단을 포함한 인천지역 6개 기초문화재단과 양해각서(MOU)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전무송 명예대회장과 김종진 집행위원장, 손미화 시 예술정책 과장 및 각 문화재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협약에 따라 각 재단은 축제 기간 동안 홍보 지원, 프로그램 연계 협업, 행정·운영 협조 등 실질적 참여를 바탕으로 집행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은 단순한 후원이나 명목 상의 참여를 넘어 각 지역 문화재단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대한민국 최대 연극축제를 공동으로 만들어간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화재단 대표들은 “전국적인 행사가 인천에서 열려 매우 기쁘다”며 “이번 연극제가 다양한 예술문화 확산의 기폭제이자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집행위원장은 “지역 문화의 핵심 거점인 6개 문화재단과의 협력은 이번 연극제의 질적 도약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문화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은 오는 7월5일부터 전국 16개 시·도 대표 극단의 본선 경연과 ‘제4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 인천’, ‘한국-북마케도니아 합동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도심 전역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는 경북지역 산불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1천500만원을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8일 전달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23일 경기여성의 전당에서 경기도 여성 활동의 성장과정과 50년 역사를 담은 ‘경기여성 활동 50년사’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협의회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군 여성단체회장 등 여성회원을 대상으로 최근 산불로 큰 피해를 당한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펼쳐 성금을 마련했다. 이금자 회장은 “경기여성이 정성으로 모은 성금이 경북지역 산불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으로 모금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아트센터인천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아트센터인천 운영위원회의 전문성 및 기능 강화, 지역예술단체 초청 기획공연 추진, 지역 영재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오는 5월부터 아트센터인천 운영위원회, 지역 예술인 간담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인천경제청은 지난 24일 개정·공포한 아트센터인천 운영 조례 일부 개정조례에 따라 기존 위원회의 인원을 10명에서 15명으로 확대했다. 위원장을 기획조정본부장에서 청장으로 격상해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강화한다. 또 지역예술인들과의 교류·상생 협력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 영재 아카데미 프로그램 등의 신규 사업을 통해 예술 영재 육성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트센터인천은 올해 총 40여회의 기획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 12첼리스트 등 해외 최정상 단체는 물론 조성진과 임윤찬, 손민수 등 국내 최고 연주자들이 공연한다. 이에 더해 하반기에는 인천예술단체 초청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원석 청장은 “아트센터인천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과 아트센터인천의 역량을 융합해 ‘문화강시(文化强市) 인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트센터인천은 1단계 사업을 통해 지난 2018년 콘서트홀을 개관했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오페라하우스와 아트&테크 센터를 갖춘 아트센터인천 2단계를 추진, 오는 7월 중앙투자심사에 도전한다.
‘제1회 봄버들축제 및 국악경연대회’가 5월 2~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구로구 구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도솔전통예술진흥회 본부와 서울지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진흥회 소속 예술인 24개 단체와 개인 등 총 95명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전통예술을 선보인다. 오후 1시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장기자랑이 열리고 오후 2시부터는 재담소리, 승무, 해금, 도살풀이, 고구려 무용 등의 예인열전과 초청가수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김혜미 고구려 복식연구무용가가 고구려 소매무용과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 벽화에서 발견된 무희리(복원 제작)등 고구려 무용과 관련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인다. 김 무용가는 ‘고구려 소매무용’에서 고구려 벽화 속에 등장하는 무용총 의상의 색상과 디자인을 복식해 짙은 황토색 의상을 무대에 처음 공개한다.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했던 삼국시대 요고(腰鼓)악기와 함께 요고 소매무용을 선보인다. 무용총 의상과 삼국시대가 요고가 조화를 이뤄 옛 고구려인들의 마음을 표현해 내는 무대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2일 공연에 이어 3일엔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 복식 의상,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 신발 무희리, 삼국시대 요고를 공연장 앞에 전시한다. 김 무용가는 “하남시 이성산성과 백제지역인 유성의 고성(내사지성)에서 실물이 발견된 바 있고 각종 문헌과 고구려 벽화를 참고해 요고를 복원했다”며 “고구려무용총 의상과 삼국시대 요고로 그려내는 고구려 소매무용은 우아하고 가벼운 소매의 역동적인 멋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의미와 해석을 담은 옷은 잠시 벗어뒀다. 오래 보고 의미를 곱씹어야 알 수 있는 해석 대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의상과 재미난 표정, 쉽고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동작을 곁들였다. 연습실에서 만나는 전문 무용가들의 무용과 흥미로운 음악에 어린이 관객들의 몸이 절로 들썩거렸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지난 26일 오전 11시 무용단 연습실에서 선보인 어린이 무용극 ‘춤, 상상보따리’의 사전 프로그램엔 어린이 관객과 부모 등 40여명이 참여해 본 공연 전 무용의 재미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은 무용단원들의 작품을 미리보고 어린이들이 직접 음악에 맞춰 따라해보기, 큐브를 만들고 직접 체험해보기,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 세트 제공 등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마련됐다. 경기도무용단이 5월 17~18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이틀에 걸쳐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춤, 상상보따리’는 도무용단이 기획한 첫 어린이 무용극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공연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소재와 소품을 사용해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돼 상상할 기회를 오히려 빼앗긴 현대 사회에서 몸을 매체로 하는 춤을 통해 상상력을 되찾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어린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상 속 이야기를 토대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 아이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목표로 한다. 3막으로 이뤄진 작품은 성격유형 MBTI에서 소재를 얻었다. 얼렁뚱땅하고 제멋대로인 ‘P’,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빈틈없는 ‘J’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의 이야기로,‘P’와‘J’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기까지 못마땅하고, 어려움도 많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무대에서 무용으로 펼쳐진다. 사전 프로그램에서는 본 공연에서 펼쳐질 안무를 어린이들이 직접 해보고 ‘P’와 ‘J’에 대한 간단한 소개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첫 선을 보이는 어린이 무용극인만큼 관객층과 대중성을 확장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무용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냈다. 이현주 안무가는 “몸의 언어가 주는 무한의 이미지를 무대로 실현되게 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감성 어린 움직임들이 모여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이엘(JL)한꿈예술단이 도내 발달장애인들의 자립과 예술성 발현을 위한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를 개최한다. 제이엘(JL)한꿈예술단이 주최·주관하며 경기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예술제는 개별 접수와 예선을 진행한 이후 무대에서 경연을 펼치는 본선이 5월 29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제이엘(JL)한꿈예술단은 2020년 4월 경기도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지역사회의 발달장애인과 보호자의 일상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장애 인식 개선 문화예술 활동 등을 위한 메시지를 사회에 심어왔다. 올해 열리는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는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이 음악으로 자신의 꿈을 찾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도록 해 일상생활의 자립과 자아 실현을 도울 예정이다. 예술제 부문은 노래와 악기 부문으로 나뉘어 개인과 단체로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 내에 주소지를 둔 발달장애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분 30초 분량의 노래 또는 연주 영상을 편집 없이 담아내어 지원자의 프로필(양식 무관)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심사를 거쳐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4팀, 장려상 4팀을 선정해 상금과 상장 등을 전달한다. 예술제는 예술제의 취지와 심사자 소개, 예술제, 축하공연, 시상식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김영식 제이엘(JL)한꿈예술단 이사장은 “이번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를 통해서 지역사회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새로운 기쁨과 희망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경기문화재단이 도민과 함께 숨쉬고 성장하는 ‘문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취임 6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는 ‘중심은 남기고, 흐름을 바꾼다’는 재단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재단의 근본 가치를 지키면서 문화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통합과 융합’, ‘조직 리듬 조율’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한다. 재단은 내년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경기도미술관 개관 20주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는다. 이에 유 대표는 재단 소속 8개 뮤지엄을 연계한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을 통해 ‘통합과 융합’을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은 뮤지엄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협업해 전시·교육·공연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는 대형 문화 프로그램이다. 유 대표는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아 페스티벌의 주제를 ‘서클(원)’로 생각 중이다”라며 “8개 뮤지엄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뮤지엄별 특색이 담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람객들은 박물관·미술관 투어를 하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올해 기획해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단은 최근 각 뮤지엄의 학예사를 비롯해 10여명으로 이뤄진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유 대표는 이를 통해 기존의 단일 기관 주도 사업에서 벗어나 재단 고유의 기획력과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재단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융합 콘텐츠 개발도 본격화한다. 유 대표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로봇 등의 기술을 문화예술과 융합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라며 “어린이 대상 체험형 전시부터 인공지능 예술가와 협업한 창작 프로그램까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성과 미래지향성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 대표는 ‘조직 리듬 조율’이라는 다른 한 축을 위해 실무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 예정이다. 소규모 워크숍, 기획 티타임, 부서 간 협업 회의 등을 정례화해 직원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아울러 유튜브 숏폼 콘텐츠, 도민 참여형 퀴즈 콘텐츠 등 직관적이고 친근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경기문화재단이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올해는 재단 고유의 브랜드를 확립하고 도민과 함께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수원시 팔달구 정조로)에서 오점균 초대전 ‘시간의 몸에 대하여’가 지난 23일 개막했다. 영화감독이자 미술가인 오점균은 이번 전시의 주제로 시간의 몸을 화두로 내걸었다. 전시에선 몸을 기치로 한 초기작에서 몸과 맞물린 자연과 사회라는 맥락으로 확장한 그 무엇을 담아냈다. 그 무엇은 시간을 움켜쥔 예술가의 몸짓 회화다. 작가는 ‘시간을 움 켜쥔 예술가의 몸짓’을 창조적이고 인상적인 그림들을 화폭에 담았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작가는 ‘경축! 우리사랑’(2008)으로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몸과 자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는 영화와 미술판을 오가며 그동안 예술세계를 확장한 이력으로 더 깊은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직관적이고 다의적이다. ‘습작-원천리 풍경’은 실제로 텃밭을 가꾸는 자신의 아틀리에 주변 풍경을 담아내면서 한 폭의 화폭에 담긴 추상화들은 취업준비생의 현실과 여성과 출산, 계엄을 겪어낸 대한민국 등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오늘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5월 7일까지.
하얗고 깔끔한 오픈형 갤러리에 살랑이는 바람이 분다. 벽면에 형형색색 전시된 여러 그림들은 그 흩날리는 바람과 꽃·나무·폭포 등의 ‘자연’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품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이사이를 잇는 하얀 선이 유독 눈에 띈다. 심장박동 같기도 하고 실오라기 같기도 하고 오선지에 놓인 음표 같기도 한데, 누군가는 안정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낀다. 이 뒤편으로 더해지는 잔잔한 물소리가 괜스레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 이곳은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서울 강남구의 <FLOWERS FROM HEAVEN> 전시회. 가수 ‘솔비’로도 알려진 화가 권지안(40)이 2년 만에 개인전을 진행하고 신작 30여 점을 공개했다. 권 작가는 천국에 있는 아버지를 향한 애도의 서사를 넘어, 예술의 감각을 통해 사랑과 기억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권 작가를 만나 예술 활동의 신념과 개인적 목표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문화·예술 매체나 방송·연예 매체가 아닌 경기도 일간지와의 인터뷰, 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군포에서 태어나 고등학생까지 산본에서 지냈으니 경기도는 제 고향이다. 또 제가 매년 수원시에 있는 영유아 양육보호시설(경동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경기일보가 취재를 와주기도 했다. 그런 연을 고려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경기도랑 인연이 깊다고 생각해 이번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Q. 가장 먼저 이번 전시를 포함해 보통의 창작활동 기저에 어떤 감정을 갖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행’하게 되는가. A. 저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는데 ‘이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꿈을 이뤘음에도 꿈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제 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1년 주변의 권유로 처음 미술을 시작했다. 당시 저는 전문 입시학원이 아니라 동네 초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미술학원을 갔다. 이전까지는 혼자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서 학원을 다녔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아는 세계에서 좀 더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그 과정들이 정말 보람찼다. 이후 점점 저의 부정적인 시각들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긍정적인 마음의 씨앗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싶으면서 미술이 제 삶의 희망이자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됐다. 캔버스 앞에서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평가받지 않고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것, 그게 제 ‘실행’의 원동력이었다. Q. 개인전 <FLOWERS FROM HEAVEN>은 작가가 직접 부른 곡 ‘Flowers from heaven’에서 출발한다. 노래와 미술의 결합처럼 ‘퍼포먼스의 융합’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 같은데. A. 저의 의도도 그렇다. 제 작품은 고정된 결과물인 것 같지만 사실 작업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들이다. 또렷하게 정지된 느낌이 아니라 항상 흐르고 있고, 쏟아지고 있고, 불고 있는, 그러한 생명력을 주고 싶다는 게 주안점이다. 우리의 숨도 그렇듯이, 꽃이 바람에 닿아 “나 살아 있어!”라고 하는 것처럼 살아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시각, 그에 대한 고민, 그 속에 들리는 음률을 캔버스에 담는 게 가장 저 다운 활동이라 생각한다. 저는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추모곡 ‘Flowers from heaven’의 가사를 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노래니까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싶었는데, 그 어떤 단어로도 저의 상실감이나 그리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가사를 지우고 허밍으로만 노래했다. 이번 전시가 그 허밍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림에 들어간 ‘하얀 선’은 저의 허밍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멜로디와 캔버스를 통한 퍼포먼스, 그러한 예술 활동이 저의 작업 산물인 것 같다. Q. 그렇다면 권 작가 창작활동의 중요한 매개체는 ‘살아있는 풍경’일까. A. 최근에 자연을 많이 그리고 있는데 그 생각 저변에는 아버지가 계신 곳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천국에 계실 텐데 ‘과연 천국은 어떤 곳일까’를 점점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과거 프랑스 전시에 초대됐을 당시 지베르니에 갔는데 모네의 정원을 다녀오면서 ‘천국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도 더욱 천국이라는 곳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제가 상상하고 머무는 곳이 천국이지 않겠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디든 천국이고,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모든 곳 또한 곧 천국이다. 생전 아버지는 플로리스트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후 꽃에, 풍경에, 더 관심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저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하는데, 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곳엔 늘 꽃, 나무, 물, 하늘이 같이 있더라. 이러한 생각들의 연결선에서 제가 풍경을 매개체로 저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게 된 것 같다. Q. 사회 곳곳에서 마찰도, 갈등도 많다. 예술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좋았던 시기가 있었나 되묻고 싶을 정도로 매번 힘든 환경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각자 개개인은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저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디스토피아가 일상이 된다 하더라도 유토피아를 상상하면서 게을리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흐르니,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하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다 보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겠나. 스스로의 코어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해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휴머니즘이 있는데, 저는 그게 예술이자 창의라고 본다. 매사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삶을 사시길 희망하며 그러한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한다. Q. 끝으로 경기도 독자에게 한마디. A. 음악이건, 미술이건, 방송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오래도록 하고 싶다. 항상 기회를 감사히 생각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는 많은 분들께 저의 진심이 전달됐으면 한다. 아울러 앞으로 경기도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제가 느낀 추억들이 많은 곳이니까, 그 추억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전시와 공연 등에 대한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일상에 가까이 있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다름을 존중하고, 그런 예술의 특성들이 지역의 분위기를 그려가기도 한다. 모든 지역 예술인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끔 예술 환경이 넓어져 서로의 진심이 닿는 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저 역시 미약하게나마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다. 제 진심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잘 산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