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장욱진의 예술세계, 뉴욕 진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작가 장욱진(1917~1990)의 예술세계가 뉴욕에 진출한다. 양주시는 오는 5월 7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장욱진 특별전 ‘장욱진: 영원한 집’을 개최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첫 해외 순회전인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열리는 장욱진의 첫 개인전으로, 한국 모더니즘 회화를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한국 현대 회화의 기틀을 세운 1세대 모더니스트로, 가족과 자연, 일상의 소재를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형태로 풀어내며 한국 회화의 독창성을 확립했다. 이번 뉴욕 전시에는 ‘가족도’(1972), ‘집과 아이’(1959) 등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 작품 40여 점이 출품된다. 장욱진 특유의 조형 언어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아우르며 해외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1992년 뉴욕의 예술 출판사 LEC(Limited Editions Club)가 장욱진을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해 출간한 화집 ‘황금방주(Golden Ark)’의 실물이 공개된다. 작가가 생전에 직접 고른 12점의 유화를 바탕으로 수작업 판화로 제작된 이 화집은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시대를 초월한 본질의 방주’로 상징하며 그 철학적 깊이를 압축하고 있다.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양주시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이자, 장욱진 화백을 세계적으로 재조명 하는 출발점”이라며 “10년간 작가를 연구하고 전시해온 미술관의 성과가 뉴욕이라는 세계 예술의 중심지에서 빛을 발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

에밀리 드켄을 떠나보내며, 다시 보는 ‘로제타’ [영화와 세상사이]

벨기에 배우 에밀리 드켄이 3월 16일 향년 43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23년 10월 부신피질암을 진단받은 뒤 투병생활 끝에 가족의 곁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을 비롯한 세계 영화계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드켄의 데뷔작 ‘로제타’(1999년)를 연출했던 다르덴 형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에밀리는 훌륭한 배우였고, 그녀는 여전히 영화와 삶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애도했다. 앳된 얼굴에 깃든 삶의 무게감 에밀리 드켄은 ‘로제타’로 1999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어린 나이부터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아워 칠드런’(2012년)으로도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를 비롯해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2020년), ‘클로즈’(2022년)을 비롯한 6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감정의 깊이를 건드리는 풍부한 연기로 사랑을 받아 왔다. 그의 죽음이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왔기 때문인지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호흡할 여지가 사라져 버렸다는 데서 비롯된 상실감이 유독 짙어진다. 또 커리어를 찬찬히 보면 화려한 데뷔 당시의 후광이 그대로 이어지진 않았기에 더 씁쓸해진다. 간혹 세간의 주목을 받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대중은 드켄의 필모그래피를 오로지 ‘로제타’ 하나로 압축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 역시 야속할 뿐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만큼 연출자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칸이 사랑하는 거장 감독의 행보를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작품을 두고 논할 때도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동원한 연출로 현실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는 등 감독을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가 에밀리 드켄이라는 배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영화는 다르덴의 영화가 아니라 에밀리 드켄의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드켄을 추모하며 다시 마주한 ‘로제타’는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온다. 배우의 앳된 얼굴에 깃든 삶의 무게감이 이젠 구멍이 뻥 뚫린 허망함을 곁들인 채 관객의 곁을 맴돌고 있다. 바깥을 의식하게 만드는 영화 10대 소녀 로제타는 제대로 된 집도 없이 거주용 캠핑카에서 알코올 중독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다니던 직장은 수습 기간이 지났다며 그를 가차없이 해고한다. 옷가게나 마트 점원에 직원이 필요하지 않냐고 문의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채용 생각이 없다는 싸늘한 거절뿐이다. 영화는 이런 로제타가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내는 일상을 따라간다. 로제타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길 때마다 어린 소녀의 눈빛이 어디로 향하고 있나. 관객들은 과연 무엇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때 중요한 건 무엇인가. 영화 내내 소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는 이유로 이 영화가 얼굴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로제타의 얼굴은 우리가 의식해야 하는 요소들 중 하나일 뿐 영화 전체를 대변하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로제타의 눈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로제타의 생각과 마음이 어떤지 가늠해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로제타와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로제타의 주변부를 담는 대신 로제타의 얼굴과 신체에 매달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사실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같은 화면 구성으로 인해 관객들은 역으로 화면에 담기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로제타의 상황과 감정, 생각에 동기화되는 체험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게 바로 영화 ‘로제타’가 지닌 힘이다. 바깥을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 ‘로제타’에서 또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음향’이다. 로제타를 도와주다가 된통 당하는 친구 리케가 타는 오토바이를 떠올려 보자. 리케는 자신의 일자리를 뺏은 로제타에게 왜 그랬냐고 추궁하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엔진음을 요란하게 울리며 그의 주변을 따라다닌다. 당장 돈을 구해야 하는 로제타의 절박한 마음이 친절과 온정을 베푼 리케를 향한 미안한 심정을 압도했을 테다. 이 과정에서 로제타 역시 인간인지라 혼돈에 빠지는데 리케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릴 때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그가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 바로 이 오토바이 소리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이 소리는 화면에 자리하지 않아도 바깥에서, 또 인물이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끊임없이 인물을 괴롭힌다. 관객 역시 이런 과정에 동참하면서 로제타의 내면에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관객들은 ‘로제타’를 보면서 바깥을 상상하다 어느새 소녀의 얼굴과 몸짓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관객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역시 에밀리 드켄의 존재감이다. 서사가 필요없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럴 때 쓸 수 있지 않을까.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눈빛으로, 수십번의 설명보다 한 번의 몸짓으로 삶의 단면을 담아낼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각사각’ 마음에 새기는 문장... 책방서 즐기는 필사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거나 옮겨 적는다. 얼마 후 그 문장들을 다시 발견했을 때 또 한 번 공감하기도 하고, 내가 적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 때도 있다. 필사전문서점 ‘사각사각책방’ 방지운 대표는 “필사를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각사각’ 마음에 새기는 문장 2021년 2월 문을 연 ‘사각사각책방’은 필사전문서점이다. 서점 대표 방지운씨는 서점을 열기 전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경기서점학교’를 다녔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창업스터디를 하는 등 책방 창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11기로 창업지원금을 받아 책방을 열기까지 다른 책방과 명확히 구분되는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방씨는 ‘필사’를 책방의 포인트로 잡았다. “학창시절부터 문장 수집하는 걸 좋아했고 직장인일 때도 좋아하는 책을 컴퓨터로 필사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그 취미를 살려 점자 봉사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이 바탕이 돼 ‘필사’라는 콘셉트를 잡게됐습니다.” 책방을 열기 전까지 방씨도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오랜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면에서 많이 소진됨을 느꼈고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자는 생각에 책방을 열었다. 본인과 자매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에 큰 고민 없이 의왕시를 선택했다. 책방 개업 5년 차에 접어드는 사각사각책방의 ‘필사’는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15~20명으로 구성된 필사 모임원들이 정해진 책을 읽고 각자 취향에 맞게 필사를 한 후 인증 절차를 거쳐 서로의 독서와 필사를 확인해주는 방식이다. 고전 책만 필사하는 모임은 24번째 책을 마쳤고 장르 구분 없이 방씨가 선정한 책을 필사하는 모임은 30기를 넘어섰다. 함께 읽고 필사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질문엔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꼽았다. ‘시와 산책’은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삶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담긴 산문집으로 방씨가 이야기하는 필사 과정과도 닮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비행기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필사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골목길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곳의 바람과 냄새, 색깔, 날씨까지 오롯이 느껴보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과 그 느낌이나 단상을 옮겨 적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등대’ 같은 책방 ‘사각사각책방’의 책 기준은 방지운씨 본인이다. 본인이 좋아하거나 좋아할 만한 책 위주로 서가를 꾸미는 편이다. 필사 책 추천에 있어서도 초기엔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고르기 위해 애썼으나 지금은 어떤 책이든 괜찮다고 생각해 부담을 덜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마음에 새기는 구절도 필사하는 문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필사의 또 다른 장점은 책을 깊이 읽으면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고요하게 문장을 옮겨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평상심을 찾게 되고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독특한 서체로 기록하거나 그림을 곁들이며 일상에서 예술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책에 온전히 빠져들 마음과 정성이 있다면 어떤 책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필사모임 외에도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낭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낭독은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읊고 감상하는 등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마음에 드는 책과 구절을 나눈다는 점에서 필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진행해 오던 필사·낭독·글쓰기 모임 등을 더 활발히, 많이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인근의 고천중학교 학생들과 해마다 낭독필사 모임을 했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모임을 확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방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출판계에 ‘필사’가 큰 축이 된 것도,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도 고맙기만 하다는 방씨. “저는 책방이 등대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작은 빛을 깜빡이며 빛이 꼭 필요한 단 한 사람에게라도 끝까지 불을 비추는 등대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밤에 더 빛나는 화성...그 달빛 속 꽃과 대화를

수원문화재단은 내달 3일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수원시의 대표 야간관광 프로그램 ‘2025 화성행궁 야간개장 – 달빛화담(花談)’의 막을 올린다. 이번 야간개장은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관광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궁궐 곳곳에는 조선시대의 꽃을 모티브로 한 전시 및 조명 콘텐츠가 설치된다. 또 화성행궁을 ▲달빛의 초대 ▲달빛마루 ▲놀이마당 ▲꽃빛화원 ▲정원산책 ▲태평성대 등 총 6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해 포토존, 미디어아트, 전통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수원시 문화관광해설사가 행궁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별 야간해설 프로그램 ‘빛 따라 고궁산책’, 지난해 복원된 별주를 활용한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 지역 주민배우가 해설과 공연을 선보이는 ‘주민 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등이 준비됐다. 올해 최초로 선보이는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도 눈여겨 볼 만하다. 119년 만에 복원된 별주에서 계절별 궁중다과 시식과 작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부터 운영까지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은 화성행궁의 생활상을 고증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주민 배우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형 해설 투어다. 2025 화성행궁 야간개장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 ‘화음난장(和音亂場)’은 개장 첫날인 5월 3일 오후 7시에 화성행궁 낙남헌 앞마당에서 열린다. 화음난장은 전통과 현대, 음악과 사람, 리듬과 감정이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무대를 의미한다. JTBC ‘풍류대장’ TOP12의 소리꾼 최재구, MBN ‘조선판 스타’ TOP4의 퓨전 국악밴드 거꾸로 프로젝트, 수원시립합창단이 참여해 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감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금·토·일 개장하며, 입장료는 성인 2천원, 청소년 1천5원, 어린이 1천원이다.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 등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진행…애도 속 영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됐다. 미사는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하고, 십자가가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 안에서 바깥에 위치한 제단으로 운구하는 동시에 시작됐다. 교황청은 이날 장례미사에 2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례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허리 높이 관대를 쓴 전임자들과 달리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의 목관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入堂頌)이 이뤄졌고, 이후 기도와 성경 강독, 레 추기경의 강론이 이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고별 의식이 이어진다. 의식에서는 성찬 전례와 관에 성수를 뿌리는 분향을 한다. 미사 후에 신자들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를 외치며 경의를 바친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와 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평소 소박하게 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제로 대성전은 약 6㎞ 거리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한다. 교황의 관은 이날 오후 2시∼2시30분께 장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된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개국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아 애도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도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황의 무덤은 오는 27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5월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은 콘클라베 첫날 오후 한 번,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 투표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당선자가 나왔다고 알린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1천282년 만의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됐다. '빈자(貧者)의 성자'로 불렸던 이탈리아 성인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청빈하게 살았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는 등 역대 가장 진보적인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독서 가능...‘책과 삶을 잇는 책마루’

의왕시 도서관은 2024~2028년 5개년 목표로 ‘책과 삶을 잇는 의왕, 도서관 속에서 행복해지는 시민’이라는 비전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선포했다. ‘책 읽는 의왕’을 골자로 한 이 계획을 통해 책과 독서를 기반으로 한 복지를 실현할 예정이다. 적재적소, 필요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도서관 의왕시중앙도서관 ‘책마루’는 2007년 개관한 도서관으로 의왕시 내 5개 공공도서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책마루는 오봉산 앞에 지어진 도서관 모습이 책이 펼쳐진 마루같다고 해 시민 공모를 통해 지어진 이름이다. 의왕시중앙도서관은 ▲공공기관으로서의 도서관 ▲독서 문화의 장이 되는 도서관 ▲정보서비스센터로서의 도서관 ▲문화예술기관으로서의 도서관 ▲커뮤니티로서의 도서관 등 필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의왕시 내 공공도서관 5개소, 공립작은도서관 7개소, 작은도서관 33개소를 대표하는 도서관인 책마루는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식정보취약계층에 독서 서비스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고령자, 느린 학습자 등이 대상이며 장애인의 자아 존중감 형성 및 소통을 위한 찾아가는 프로그램, 노인 기억력 및 인지력 향상을 돕는 프로그램 등 책을 매개로 사회적 참여와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의왕시민들의 독서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독서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영·유아를 위한 놀이형·체험형 프로그램,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독서 습관 유지 프로그램, 성인은 연령대별로 진로 탐색 및 은퇴 후 취미 확장에 도움일 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고령자들은 ‘독서’의 의미보다는 치매 및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그램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있다. ‘책과 삶을 잇는 의왕’ 의왕시는 지난해 6월 10일 ‘의왕시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획(2024~2028년)’ 최종보고회 및 ‘도서관 홈페이지 통합 개편’ 중간보고회를 통해 의왕시 공공도서관의 변화될 미래를 예고했다. 시민 투표를 통해 정해진 비전 ‘책과 삶을 잇는 의왕, 도서관 속에서 행복해지는 시민’을 주제로 ▲도서관 인프라 확충 및 체계화 ▲미래를 여는 혁신, 도서관 서비스 수준 향상 ▲지역사회 협력 강화 ▲‘책 읽는 의왕’ 독서문화 진흥 ▲한글의 맥을 잇는 의왕 등 5대 정책 목표를 수립했다. 의왕시 공공도서관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연차별 시행 계획과 과정, 결과를 점검하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반영해 도서관 정책의 시민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관련 조례를 제정·개정해 독서 기반을 정비할 방침이다. 독서동아리 활성화, 독서전문가 양성 및 파견 등 시민 독서전문가 발굴 및 역량을 강화해 지역사회 곳곳에 독서 복지를 실현하고 ‘의왕 한글 이음 사업’과 ‘의왕한글한마당’을 운영해 ‘한글의 맥을 잇는 의왕’을 본격 추진한다. 그 밖에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에 전자책 키오스크를 설치, 교육해 보다 쉽고 빠르게 독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작은서재’ 경로당 책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지식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도서관’ 사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5년 의왕시도서관 신규 사업으로 ‘의왕의 기억, 모으고 담다’를 주제로 아카이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왕시 역사, 문화, 사회, 경제, 행정 등 의왕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지역 작가의 도서를 활용해 의왕시만의 지식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도서관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지역 자료 유통까지 수행한다는 포부다. 생활권 독서 환경 조성 의왕시중앙도서관 책마루의 특화 주제는 ‘자연과학’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의 지형적 특색을 살린 주제로 관련 장서를 1만1천996권 소장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생태환경 등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AI 혁명과 우리 아이들’, ‘그림책과 숲에서 놀아요’ 등 특화주제 프로그램엔 200명이 참여했다. 특화 북큐레이션을 연 6회 운영해 이용자에게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책마루 도서관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도서관별 특화 서비스 강화는 의왕시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획의 목표이기도 하다. 중앙도서관은 ‘과학’에 가장 적합한 독자 대상을 어린이로 확립하고 어린이 과학자료를 확충할 예정이며 그에 맞는 특성화 프로그램과 사회 문제를 연계한 북큐레이션을 운영할 방침이다. 의왕시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이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의왕시 곳곳에 독서문화를 발현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거점 도서관으로서 지역 생활권의 빈틈을 메우면서도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비전을 앞세웠다. 노후한 사립작은도서관 리모델링, 부곡커뮤니티센터 공공도서관 건립(2026년 예정) 등 보다 원활한 ‘생활권 독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목표를 다각화하고 있다. 의왕시 도서관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1인당 대출권수도 5% 늘었다. 시민 1인당 장서 수가 전국 2.41 권, 경기도가 2.59권인 데 비해 의왕시 도서관은 시민 1인당 3.59권을 확보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발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의왕시중앙도서관 책마루 주소: 경기 의왕시 골우물길 49(고천동) 운영 시간: 어린이책마루 평일·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문헌정보실·디지털정보실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6시 반디움 오전 7시~오후 11시 휴관일: 어린이책마루·문헌정보실·디지털정보실(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 반디움(셋째 월요일, 법정공휴일)

오늘 밤 서울 종로서 연등행렬…동대문~종각 일대 통제

다음달 5일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2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에서 연등행렬 행사가 열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사회적 갈등 및 최근 영남지방에 일어난 산불 피해로 혼란과 고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원회는 연등으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계획이다. 동대문~종각 사거리의 도로는 행사 시작 전부터 단계적으로 통제되고, 종각역 인근은 인파가 밀집하는 경우 통행이 통제될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종단들로 구성된 연등회보존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날 흥인지문(동대문)부터 종각까지 이어지는 연등행렬을 진행한다. 이날 연등은 전국 각지의 사찰과 불교단체 구성원 및 불교 신자 5만명가량이 직접 제작했고, 불교의 상징물이 활용된 대형 장엄이 포함됐다. 연등행렬 시작 전에는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灌佛) 의식이 선행되고 이후 연희단이 다양한 율동을 선보인다. 오후 9시30분부터는 종각 보신각 앞에서 ‘트로트 신동’ 김태연이 공연을 선보이고 관람객들은 강강술래, 꽃비 대동놀이를 하며 함께 어울리는 대동한마당에서 즐길 수 있다. 종묘 앞에서는 내·외국인 체험단이 전통등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된다. 오는 27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선명상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비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날 오후 7시부터는 소규모 연등행렬을 열고 이후 조계사앞사거리 특설무대에서 방송인 겸 DJ인 줄리안이 선보이는 EDM 난장이 열린다. 26~27일 이틀간 연등행사를 위해 서울 일부 지역의 교통이 통제된다. 위원회는 26일 오후 4시부터 연등행렬 종료 때까지는 동대문∼종각 사거리의 도로가 단계적으로 통제되며, 종각역 인근은 인파가 밀집하는 경우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도보 통행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7일에도 안국사거리∼종각사거리 교통이 제한된다. 이 일대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우회하며 종로의 버스 정류소는 폐쇄된다.

대한한약사회, 식약처와 간담회… "한약제제 분류·제도 개선 시급"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를 방문해 윤태기 한약정책과장 등 실무진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약제제 분류 ▲약국제제 제도 개선 ▲수입 한약재 관능검사체계 등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한약사회는 먼저 한약제제 분류 문제와 관련해 ▲한방원리의 정의 명확화 ▲약사의 한약제제 취급 기득권 제한 ▲약사의 한약도매상 자격 제한 ▲한의약분업 ▲한의사 처방의약품 범위 재검토 ▲민관 협의체 구성 등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한약사회는 "한약제제를 올바르게 분류하려면 정부가 의료일원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보건의료제도의 정비와 국민 이익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방제약산업의 위축으로 인해 한약서 처방 기반 의약품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약국제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안전성과 관련한 규제를 명확히 명시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약사회는 "한약처방의 다양성은 한의약학의 학문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같은 적응증이라 하더라도 환자 개별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다품종 생산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수입 한약재의 관능검사체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검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상원 작가, 뉴욕 ‘디 아더 아트 페어’ 참가... 도시 감성, 회화로 선보인다

회화 작가 전상원이 오는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디 아더 아트 페어(The Other Art Fair)’에 참가한다. 이번 행사는 브루클린 제로스페이스(337 Butler St.)에서 열린다. ‘디 아더 아트 페어’는 세계적인 온라인 갤러리 사치 아트(Saatchi Art)가 주관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전 세계 120여 명의 아티스트가 공모를 통해 선발돼 개인 부스를 운영하며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페어는 지난 10여 년간 브루클린을 비롯해 런던, 시드니 등 7개 도시에서 개최되며, 독립 작가들에게 국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티스트 부스 외에도 퍼포먼스, 디제잉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돼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예술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 작가는 이번 페어에서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유화, 송화가루를 활용한 실험적 회화, 그리고 초상화 한 점을 선보인다. 그는 “색채가 주는 조화와 충돌 효과를 통해 도시 속에서 느끼는 정서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풍경의 원근을 캔버스 평면 위에 새롭게 재구성하는 조형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에는 목탄, 철 가루 등 다양한 재료도 활용된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전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주요 전시로는 나인원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전상원 개인전(2023)’, ‘Now and Then(2024)’, 갤러리 디 아르테의 ‘가역성의 페노미나2(2024)’, 일본 오카야마에서 개최된 ‘한국미술 과거, 현재, 미래(2024)’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 맞춰 전 작가의 이름을 딴 할인 코드 ‘20SANGWON’을 통해 티켓 구매 시 2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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