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A는 지난 2018년 11월 B공단과 자신이 소유하던 아파트에 관해 보증금 2억원의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는 공인중개사인 C의 소개로 D와 위 아파트에 관해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D가 위 임대차 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면서 그 금액(2억원)은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임차인인 B공단의 동의는 없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 임차인의 동의가 없다면 매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면책적 채무 인수란 기존 채무자는 완전히 채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채무자만 책임을 지는 것이다)할 수 없다(대법 2003년 7월25일 선고 2003다2918 판결 참조). 결국 D공단은 A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청구를 해 A는 이를 지급했는데, 이 경우 임대차 보증금의 면책적 채무 인수 시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정을 알려주지 않은 공인중개사 C는 A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까. 개업 공인중개사는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 제한사항 그리고 그밖에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사항을 중개 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며,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개업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 같은 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최근 대법원은 위 사례와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부동산중개업의 대상이 되는 중개행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해 거래 당사자 간의 매매·교환 ·임대차 그 밖 권리의 득실 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매매 등 법률행위가 용이하게 성립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주선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그런데 부동산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임차인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여부 등에 따라 위와 같은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4년 9월12일 선고 2024다239364 판결). 즉, 위 사안에서 공인중개사 C에게는 D가 인수하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가 면책적으로 인수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확인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C는 A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 사안과 유사한 거래를 했거나 하고자 하는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4년 경기가족친화 일하기좋은기업’ 인증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주관하는 ‘2024년 경기가족친화 일하기좋은기업’에 선정돼 신규 인증을 획득했다고 21일 밝혔다. ‘경기가족친화 일하기좋은기업’ 인증 사업은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자 경기도가 2017년부터 진행해 온 사업이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3년간 자격이 유지된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그동안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과 가족친화적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유연근무제 활성화, 자녀돌봄 지원 확대, 주니어보드 운영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현재 직원의 85% 이상이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경험이 있으며 올해엔 육아시간, 모성보호시간, 자녀입영휴가, 새내기도약휴가 등 다양한 가족친화 복무제도를 도입·확대했다. 또한 재단은 근무 자율성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무혁신TF’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는 세심한 근무환경 조성 노력이 인정받아 이번에 ‘경기가족친화 일하기좋은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이 오페라로…‘라 보엠’ 공연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경기아트센터가 오는 30일과 12월 1일 오후 3시 이틀간 오페라 ‘라 보엠’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푸치니의 ‘라 보엠’은 젊은 시절 예술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보엠(인습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젊은이) 그 자체였던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이 생생히 묘사돼 그 시대로 함께 몰입할 수 있다.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속 청춘의 고통과 낭만이 그려진다. 오페라 팬들에게 익숙한 명곡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평가받는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 등 대표 아리아를 들을 수 있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와 서울시오페라단이 함께한다. 박혜진 예술감독과 김덕기 지휘, 엄숙정의 연출이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돋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한국 오페라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서선영, 황수미 두 성악가가 한 작품에 캐스팅 돼 화제를 모은다. 미미역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등장한다. 로돌포 역에는 시즈오카 국제 콩쿠르 우승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활동 중인 ‘문세훈’과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라 보엠’에서 로돌포 역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던 ‘김정훈’이 출연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연주로 푸치니의 선율을 전할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기를 기대한다”며 “광역 공공예술기관으로서 앞으로도 순수예술의 문화적 가치를 보전하고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들을 기획해 예술적 경험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① 칸쿤 구도심 속 휴식

멕시코 여정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한 달 동안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아스테카 시대 수도 테노치티틀란 유적과 근교에 있는 테오티우아칸 유적을 탐방했다. 제2의 도시이자 마리아치의 고향 과달라하라를 거쳐 멕시코 혁명의 중심지 돌로레스 이달고, 과나후아토와 산미겔 아옌데를 둘러봤다. 그리고 멕시코 속의 멕시코를 만날 수 있는 오악사카에서 사포텍과 믹스텍 문명의 몬테 알반 및 미틀라 유적을 찾아갔다. 칸쿤 구도심 종합버스터미널 부근 에코 호텔에 나흘 동안 머물며 마야 문명의 주요 유적인 툴룸과 치첸이트사를 둘러봤다. 멕시코 고대 문명 탐방 여행을 모두 마치고 ‘카리브의 욕망’이라고 불리는 휴양도시 칸쿤섬으로 이동한다. 크리스털 호텔에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덤으로 여행 중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휴식하는 것이 마지막 여정이다. 유적지 탐방 여정을 모두 마쳐 모처럼 오랜만에 늦잠까지 자는 호사를 누린다. 한 달 동안 일정에 쫓겨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여정의 연속이었으나 오늘은 조식 마지막 시간이 다 돼서야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웨이트리스는 먼저 알은체하며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한다. 오늘도 퀘사디아를 주문하겠느냐고 먼저 물어 “그렇다”고 하자 그녀는 엄지척하며 퀘사디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박태수 수필가

‘수능 끝’ 꿈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들 위한 책…‘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外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수능’이 지난주에 끝났다. 잠못 이룬 시간,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겪어낸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방감을 즐기는 시간이다. 수능과 스무살의 틈에서 꿈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수험생들이 읽기 좋은 책을 모아봤다. ■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퍼스트펭귄 刊)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는 결국 너의 편이다.” 방송과 기업, 대학의 러브콜을 받으며 강연해 온 인문교육 전문가 김종원이 청소년을 위한 인생철학 에세이를 펴냈다. ‘나’라는 존재와 친구와의 관계, 공부와 성적, 꿈과 진로 등에 관한 고민이 커지는 청소년기는 어둡고 막막한 터널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기다. 책에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존감, 관계, 꿈, 가치관, 지성에 관한 70가지의 다정하고 단단한 문장들을 담았다. 청소년 뿐 아니라 직장인, 학부모 등이 찾는 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책에서 저자는 ‘하루 5분’을 강조한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했던 니체의 말에 따라 책에는 5분 안에 가능한 필사 문장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하루 한 문장씩 필사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았다는 저자의 책을 통해 스스로를 믿는 마음, 힘들어도 꺾이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키우는 방법을 알 수 있다. ■ ‘현명한 이타주의자’ (페이지2북스 刊) “이타적인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에 이긴다.” 시간, 힘, 돈을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하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다정한 태도로 타인을 존중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빛내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철학·과학 등을 공부한 저자 슈테판 클라인은 “이기주의자가 단기적으로 볼 때는 훨씬 잘사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타주의자가 훨씬 앞서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뇌과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의 실험 결과를 들며 ‘이기심이 만연한 세상을 포용하는 이타주의자의 삶’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특히 우리의 뇌는 남을 돕고 관용을 베풀 때 초콜릿을 먹거나 성행위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회로가 자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타주의자가 이기주의자보다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건강하다는 의미다. 책은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나를 위해 훨씬 유익하다는 진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다정한 사람들은 많이 주면서도 절대 잃지 않는다”는 저자는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작고 사소한 친절’부터 베풀어 볼 것을 권유한다.

초록의 자연, 흰빛 비생명과의 호흡…이명희 시집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 [신간소개]

시간과 자연은 때로 원형으로 돌아가기도, 직선으로 흘러가기도, 점처럼 끊어져 있기도 하다. 지난달 말 출간한 이명희 시인의 시집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더푸른출판사刊)’에는 중년이 된 시인의 내면에 사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또 다른 어린 아이 ‘루시’가 등장한다. 그는 “나와 루시는 그린에서라면 못할 게 없다/ 맨땅에다 대고 헤딩을 한다지만 그린은 그린하다는 것만으로 푹신함을 선사했다”(‘루시’)고 말한다. 지난 2020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을 통해 등단한 이명희 시인은 총 3부, 58편의 시로 이뤄진 이번 작품에서 ‘그린’과 ‘흰빛’, 자연과 비생명체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곁’을 지켜주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고유의 영역을 존중한다. “색이 과하게 진하거나 연한 연두는 아니죠/ 나는 올리브를 좋아해서 그린이 되었어요…나는 어디에 있나요/ 나는 거기에 없나요…한 떨기 살아있는 그린 속에/ 올리브…나는 떠도는 계절 속에 살아요/ 쓰고 쓰지만 단단한 씨앗을 품고”(‘올리브그린’) 시인은 매일 아침 올리브 나무에 물을 주며 하루하루 모습을 바꿔가는 사계절의 모습을 바라봤다. 초록빛의 자연에서는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인내의 힘이 전해지기도,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한 방황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 속에 넣는다/ 차츰 분명해지는 가닥가닥/ 어쩌면, 처음부터 선명하게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두려움 같은 건 필요 없다/ 아우라가 문득, 단단해진다…눈앞에 하얗게 펼쳐지는 단아함/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 고여드는 생의 각진 흐름들…” (‘백자를 읽다’) 조선의 백자에 대한 감상은 삶의 순환으로 이어졌다. 이 시인은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아무것도 없는 흰색 도화지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재가 되어 다 타고 남은 가루 역시 흰빛”이라며 “흰빛은 바탕색이면서도 동시에 최후의 빛깔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효숙 문학평론가는 “이명희 시인은 생명의식을 관념에만 가두지 않고, ‘자연’다운 비인간 생명체들과 호흡을 나누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평했다.

구리문화재단, 2025년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총 4개 공연 선정

구리문화재단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내년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이 더욱 폭넓은 순수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지역 공공 공연장에 일부 사업비를 지원해준다. 이에 따라 내년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국·도비 지원사업을 추진, 첫 성과로 이번 사업에 총 4개 공연이 선정돼 사업비 2억3천600만원을 확보했다. 선정된 작품은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 감자다의 오페라 ‘양촌리 러브스캔들’, 고블린파티의 ‘공주전’, 카로스타악기 앙상블의 ‘타악기와 놀자’, 움직임 팩토리의 ‘살로메’ 등이다. 한편 재단은 올해 총 16건에 13억4천300만원 규모의 문화사업 지원금을 확보해 운영했으며 하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 및 찾아가는 대중음악 콘서트 등 2건, 국비 3억원과 위탁사업비 4억1천5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진화자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국·도비 재원을 바탕으로 문화사업 분야 콘텐츠를 확장하고 예술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역을 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팔달산 기슭에서

며칠째 따뜻하더니 계절이 본색을 드러낸다. 추위는 툰드라의 늑대처럼 거칠게 닥쳐올 것이다. 작업실 뒷문은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밀폐되리라. 벚꽃이 필 즈음 뒷문을 열면 비로소 봄빛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우내 난로가 피어 있고 작업도 움츠릴 수밖에 없다. 전시도 뜸하고 외부와의 소통도 겨울잠을 잘 것이다. 수강생들과 식사 후 커피 한잔할 요량으로 전망 좋은 산자락 골목길을 오른다. 그런데 뜻밖의 청초한 길이 빛과 그림자 사이로 열렸다. 아스팔트 위의 꽃 같은 골목길은 오르는 정감이 있다. 지나간 청춘은 늘 앞만 보이는 오르막이었지만 이젠 오르막도 내리막같이 좌우가 보인다. 급하게 시간을 굴려 갈 이유가 없다. 오늘 새벽 집을 나올 때 한 미화원이 보도 위의 낙엽을 도로 위로 쓸어내는 걸 봤다. 어떨 땐 모터가 달린 청소기로 마구 쓸어내고 있었다. 소음이 극심했다. 차들이 달리자 낙엽들은 바스러져 심한 먼지를 일으켰다. 무엇이고 한꺼번에 치우려는 관행은 시민의 정서적 여유를 박탈하고 있다. 가로수의 낙엽이 벤치에도 보도에도 시처럼 내려 포근한데 겨울로 이동할 때까지라도 그냥 두면 딱딱한 보도블록보다 낫지 않을까. 짧은 시집 같은 가을을 지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낭만 가득한 길은 도시의 때를 벗을 수 있는 순수한 탄력을 길을 수 있다. 언덕 위의 카페에서 커피 향이 핀다. 그곳에서 저무는 가을에 잠시 머물러 보자.

[청소년Q&A] 학습이 느린 우리 아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Q.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친구를 배려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학습 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느린 면이 있었고, ‘성장하면서 서서히 배우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기다려도 나아지는 것이 없습니다. 내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A. 어린 시절부터 또래에 비해 살짝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일대일 대화할 때 산만스러움을 보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했을 때, 혹은 상황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면 응용이 어려워 보일 때 지능적인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느린 학습자’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느린 학습자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경계선 지능이란 지능이 71~84로 평균보다는 낮으나 장애 범주에 해당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학습이 천천히 되고 다양한 상황 판단이 어렵습니다. 감정도 일차원적인 반응이 높아 기분에 따라 행동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느린 학습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학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된다는 것입니다. 더 오래, 더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익숙해진다는 것이죠.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답답해, 안돼, 하지마, 왜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지’라는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자녀를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의 상태를 잘 판단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상태를 잘 파악해 그 아이의 상황,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 주고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의 상황을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능검사를 해보고 전문가의 소견을 받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자존감을 성장시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잘한다고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기효능감을 많이 느껴볼수록 자존감은 성장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시선이 아닌 스스로가 익히고 아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응해 줘야 합니다. 어려우실 경우 언제든 전문가에게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습니다. 전화 문의를 통해 상담 신청이 가능하며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온라인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란경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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