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둘 작가 개인전 ‘Adventure Time’... 12월 3일부터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서 전시

화려한 색감 속 신비한 세상. 지금 어떤 일이 펼쳐지고 주인공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현재의 우리는 어떤 선택을, 어떤 길을 가는 게 마땅한 걸까. 예술로 인간다움을 표현하고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탐구하는 유둘 작가가 화려한 색감의 애니메이션 속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유둘 작가는 다음 달 3일부터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에서 개인전 ‘Adventure Time’을 개최한다. 전시에선 100호 근작 ‘Adventure-Duel’을 비롯해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아기공룡 둘리’와 ‘드래곤 볼’, ‘슬램 덩크’ 등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 캐릭터를 따라 그리며 ‘그리는 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작품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듯, 때론 현 시대를 풍자하는 듯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중 ‘소녀’, ‘토끼’, ‘돼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빠짐없이 나온다. 작가의 캔버스에 등장하는 소녀는 첫사랑과 추억처럼 향수를 자아내는 매개체이다. 토끼는 생존을 위해 경쟁하고 투쟁하는 현대인을 상징하며 작품 속 악당. 돼지는 작가의 분신으로 등장한다.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도전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로, 근작에서는 결투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즐기며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붉은 돼지’ 속 자유롭게 하늘을 비행하며 살아가는 붉은 돼지처럼 사회우리에서 벗어나 그림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는 작가의 다짐은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에도 투영됐다. 작품 속 돼지는 작가의 분신이며 도전과 시련을 겪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유둘 작가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작품을 보는 누구나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작품 속 세상에 대해 생각하며 이야기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경기도, 광교호수공원서 미디어아트쇼 ‘라이트 웨이브(LIGHT WAVE)’ 개최

깊어가는 가을밤, 수원 광교호수공원 신비한 물너미가 자연과 예술, 공연이 어우러지는 미디어아트 쇼의 장이 된다. 경기도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5일간 수원 광교호수공원 신비한 물너미 일대에서 미디어아트쇼 ‘라이트 웨이브(LIGHT WAVE)’를 개최한다. ‘빛의 파동, 새로운 물결’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서는 현대적 감각의 퓨전국악과 영상을 통해 ‘흥이 넘치는 경기도’의 매력이 펼쳐진다. 우선 길이 16m, 높이 3m 규모의 대형 영상벽(미디어월)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바람과 물결의 형상이 빛, 음악과 한데 어우러진다. 이들은 안성 남사당패, 양주별산대, 경기도 도당굿 시나위 등 경기도 전통 공연예술 이미지로 연결돼 경기도만의 신명나는 예술성을 표현한다. 행사기간에는 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도 만날 수 있다. 30일 오후 5시에는 퓨전국악밴드 악단광칠, 소욘피쉬, 예결밴드가 참여하는 ‘경기-흥 조선팝 콘서트’가 열려 경기가락을 신명나는 빛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매일 저녁 이어지는 경기도 예술인들의 열린무대(오픈스테이지)도 볼거리다. ▲29일 오후 6시 ‘빛’나는 재즈 나이트(어니스트 뮤직, 재즈보컬 김만희) ▲12월 1일 오후 3시 ‘흥’ 폭발 밴드 무대(음악제작소 We Mu, 월드뮤직 큰그림) ▲12월 2일 오후 3시 ‘흥’겨운 퍼포먼스 쇼(튠어라운드, 마술사 노윤수) ▲12월 3일 오후 6시 ‘물결’ 속 클래식 하모니(하모니스트 백찬영, 이앤아이앙상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린다. 공연은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는 대형 영상벽(미디어월)을 통해 관람객 참여형(인터랙티브 콘텐츠)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들의 움직임에 반응해 나타나는 전통문양과 경기도정 캐릭터 ‘봉공이’의 다채로운 모습을 통해 미디어아트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이원일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도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장을 열어 나가겠다”며 “흥이 넘치는 경기도, 신명나는 경기도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트윈세대’가 수원 슬기샘도서관서 꾸린 TRPG 프로그램 ‘평온한 한 해’ [현장리뷰]

“도시와 바다가 전쟁을 치러 세상은 황폐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추운 겨울, ‘서리몰이꾼’이 올 걸 대비해 지하 벙커에 대피소를 만들어 대비했습니다. 적이 몰려오면 싸울 로봇을 만들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배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전쟁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3분의 1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 같기도, 판타지 소설의 도입부 같기도 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다솔초 5학년 김장호 학생을 포함한 학생 세 명이 만들어낸 세계관의 줄거리다. 자신들이 구축한 마을의 지도 곳곳을 설명하는 김 군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김군은 “내 차례가 되면 내 마음대로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SNS와 모바일·PC 게임을 통한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 디지털 매체와 미디어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기를 기회는 부족하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책’을 가까이 두고 ‘독서’ 문화를 전하고 싶지만,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서관에서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수원 장안구 슬기샘어린이도서관 3층 트윈웨이브 다목적실에는 4개의 원형 탁자에 나뉘어 앉은 12명의 학생들이 열띤 모습으로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TRPG 프로그램 ‘평온한 한 해’에 참여한 참가자들이다. ‘트윈웨이브’는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12~16세의 ‘트윈 세대’만을 위해 구축한 전용공간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어린이라 하기에는 꽤나 ‘철’이 들고, 청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이자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전환기에 주목했다. ■ “참여자 스스로 배우이자, 관객이자, 각본가 돼” TRPG는 이미 해외에서는 어린이 문화프로그램으로 학교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TRPG는 유년 시절 모두가 한 번쯤 해본 일종의 ‘역할놀이’다. 참여자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대화하며 진행되는 놀이로서, 기본적인 상황과 이야기를 연계해 나갈 수 있는 설정이 담겨있는 얇은 ‘룰(규칙)북’이 되는 책을 기반으로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요소를 도입한 TRPG, 쉽게 말해 ‘이야기 놀이’ 콘텐츠를 도입해 참여자들이 직접 배우이자 관객이자 각본가가 돼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협동심과 공동체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의도했다. “숫자 6 카드를 골랐으면 이방인이 마을에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방인은 어디에서 등장할까요”, “아파트요!”, “이방인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얼굴이 두 개일 것 같아요!” 이날 도서관 문화프로그램팀 ‘도토리둥지’의 지도하에 진행된 ‘평온한 한 해’는 지도를 그리면서 진행하는 TRPG 게임으로 트럼프 카드와 주사위를 사용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모종의 이유로 위기에 처한 세상 속, 일부 인류가 공동체를 만들어 세상을 구하는 내용으로 참가자들은 공동체가 한 해 동안 다양한 사건을 겪는 과정을 직접 만들게 되는데 참가자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해 공동체를 현명한 길 혹은 어리석은 길로도 이끌어갈 수 있다. 각 조에 자리한 학생들은 카드를 뽑고 주사위를 굴리며 이야기를 진행해 갔다. 기본적인 상황 설정을 기반으로 학생들은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취했다. 송덕중 1학년 현유민양의 조는 힘 센 근육 집단, 오리 군단, 좀비 등 여러 부족이 등장하는 마을을 만들어냈다. 현양은 “여러 부족 간 싸움이 일어났고 마을 청년 잭슨이 핵폭탄을 누르며 결국 적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죽었지만 오리 부족만이 살아남았다”며 “이 마을에는 사실 오리만의 세상이 온다는 예언이 있었는데, 그 예언이 들어맞는 이야기가 완성됐고 그 예언은 내가 만들었던 것”이라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수원문화재단의 유정호 수원문화재단 책문화부 대리는 “책에 대한 관심, 스스로 무언가를 상상해 내는 힘, 다른 사람과의 합의 등을 고루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도서관이 트윈세대 이용자들에게 TRPG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시방과 코인 노래방, 유튜브 등 12~16세의 나이대 친구들은 놀 공간도 즐길 만한 거리도 많지 않다”며 “이 시기에는 도서관과도 친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휴식을 취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축가협회, ‘2024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경기·수원 건축기획전’ 개최

한국건축가협회가 건축문화 예술의 가치를 경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건축문화제를 선보인다. 한국건축가협회는 26일부터 30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24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경기·수원 건축기획전’을 연다. 경기도와 수원특례시가 공식 후원하고, 한국건축가협회 경기건축가회와 수원컨벤션센터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문화, 유산, 이어가다’를 주제로 열린다. 행사는 건축유산의 살아있는 가치를 경험하고 새롭게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개막식에서는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3명의 기조강연과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젊은건축가상, 공로상 등의 시상식이 진행된다. 전시 프로그램으로는 ▲대한민국건축대전 국제일반공모전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 ▲경기건축대전 등이 열린다. 또 도시건축자료관 건립을 위한 심포지엄, 경기 역사문화도시 포럼, NFT·AI 관련 기술 세미나 등 다양한 학술 행사도 마련된다. 한국건축가협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건축문화예술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다”며 “또 국제건축가연맹, 유네스코와 협력하는 국제 교류를 통해 ‘K-건축’의 세계화를 실현해나가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술 소품 만나요! 경기문화재단 ‘지뮤지엄숍’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예술과 전통문화의 깊이가 더해진 소품을 지뮤지엄숍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은 2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3주간 온라인숍 ‘지뮤지엄숍’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특별 할인을 한다. 이번 행사는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온 인기 상품과 신규 상품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소속 7개 뮤지엄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기 상품과 신상품은 최대 50%까지 할인한다. 특히 경기도박물관 출토 복식 모양을 활용한 상품(동백 발 매트, 백팩, 보온병, 목도리, 보조 배터리 등)과 경기도미술관 소장 작품,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을 활용한 에코백과 티셔츠 등 새롭게 출시된 상품이 포함됐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한 ‘뮤지엄 문화상품 공모전’에서 선정된 상품은 일괄 30% 할인하며 지난해 경기도미술관 ‘이건희 특별전’으로 제작된 상품들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도록을 구매한 모든 고객은 경기도박물관 ‘책가도’를 활용한 봉투 꾸러미 사은품이 증정되는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올해 총 37종의 신규 상품이 제작했으며, B2B(기업 간 거래)를 통한 판로 확대와 문화누리 카드 전용 쇼핑몰의 안정적 운영으로 자체 수입을 강화했다”며 “문화상품 공모전을 통해 예비 창업가와 소상공인 협력 개발로 유통 판로 기회를 확대하며 다방면으로 높은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문화재단 누리집과 온라인숍 ‘지뮤지엄숍’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 경기시인상, ‘불멸의 밤’ 송소영 시인 수상

올해 ‘경기시인상’에 송소영 시인이 선정됐다. (사)한국경기시인협회는 2024년 경기시인상 수상자로 송소영 시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협회 계간지인 한국시학(발행인 임병호) 2024년 가을호는 허영자 시인, 유선 시조시인 및 김우영·김애숙·전영구·정은율·강양옥 시인 등의 작품 60편과 송소영 시인의 ‘불멸의 밤’ 외 8편의 소시집을 다뤘다. 송소영 시인은 지난 2009년 문학선으로 등단해 시집 ‘사랑의 존재’를 출간했다. 홍신선 시인 겸 전 동국대 국문학교 교수는 시집 ‘사랑의 존재’에서 ‘사랑은 세계와의 교섭을 위한 현실이자 타자를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추천했으며,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죽은 언어, 이미 재가 되어버린 시어가 아니라 시인만의 생생한 언어로 대상, 너와 일대일로 환하게 대면하려 하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 경기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소영 시인은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영혼으로 은밀하게 말을 건네는 사색과 깨달음이 작품에 녹아있다”며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경기시인협회는 송 시인에 “대륙의 오지 여행가로 걷고 또 걸으며, 깊이 있는 사유 공간의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삶과 죽음의 고뇌와 번뇌가 담긴 시, ‘불멸의 밤’을 비롯한 ‘한국시인’ 연간지(한국시인협회 발행)에 발표한 ‘오로라’, ‘가시나무새’ 등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시의 세계를 구축했다”며 “구도자의 삶으로 희구하고, 전율하는 시인의 낮은 목소리가 더해 시의 울림과 끌림이 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송 시인은 교육 현장에서 33년간 몸담고, 2014~2019년 수원문인협회 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곽재용 영화감독, 안태근 EBS프로듀서 등과 함께 수원영화인협회 부회장으로 임하고 있다. 송 시인은 “좋은 시집을 한권 묶는 일, 그 시집은 해탈을 담는 기록의 서사가 될 것으로 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낯선 대륙의 오지 여행을 통해 체험할수록 세상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어떤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다”며 “혼자만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너그러움을 발견한다. 유한할 수 없는 생명의 노선 끝까지 치열하고, 성실하게, 시심의 글 밭을 가꾸며 아름다운 작품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한국경기시인협회는 임병호, 김우영 시인과 박병두 시인(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이 1995년 11월19일 창립해 2024년 현재 통권 71호로 한국시학을 발간하고 있다. 2024년 경기시인상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오후 5시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 문화로 들여다 본…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기다림의 맛, 시_간’ [전시리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장(醬)’은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과 그 속에 깃든 정성. 가족 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우리의 밥상을 지켜온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세계무대로 향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최종 등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선보이는 기획전 ‘기다림의 맛, 시_간’은 장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장 문화를 재조명하고 우리 발효음식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도록 구성해 더욱 의미가 있다. 다양한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장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되짚었다. ‘1부 장(醬)의 과거를 보다’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발효음식을 먹었던 우리 선조들의 과거를 돌아본다. 콩 재배와 장(醬)과 관련된 기록과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을 담가 먹기 시작한 때는 ‘삼국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고구려인들이 술이나 장 등을 담았을 거라 추정되는 ‘고구려 항아리’와 우물가에 발효식품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물독과 설거지할 긴 나무통이 그 주변에 있는 흔적이 남겨진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4세기), 장이 전국으로 배송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고려시대 ‘죽찰’ 등이 전시돼 있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서 ‘제민요술’에서는 황고려두와 흑고려두를 통해 고구려부터 콩을 재배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특히 샘표에서 장 발효 과정을 사각 메주 틀과 스피커로 표현한 작품 ‘Ferment(발효되다)’를 통해 장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전시의 묘미다. ‘2부 생명을 만들다’에선 장독대 속 우리나라 장 담그기 문화를 담았다. 숨쉬는 그릇 옹기는 그 속에서 물과 공기, 온도 등 자연과 교감하며 미생물을 키워내고 숙성의 과정을 거쳐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탄생시킨다. 스크린 앞 진열된 다양한 크기의 옹기는 토끼 등 문양이 새겨져 있어 옹기에 숨겨진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그 너머 영상에선 계절이 바뀌는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장이 완성되는 과정이 느슨하게 펼쳐지며 쉼을 전한다. 전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미디어아트에선 장의 필수요소인 물·소금·메주가 담긴 옹기에서 미생물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탄생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 발효음식인 장(醬)을 다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곰팡이의 형상을 한 설치물에선 발효의 과학성과 자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가정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채록해 저술한 ‘규합총서’에는 장 담그기 좋은 날도 기록돼 있다. 순창고추장을 예찬한 ‘해동죽지’, 왕실에서도 장을 엄격하게 관리했다는 기록과 장고를 관리하는 ‘장꼬마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경국대전’ 등의 기록물과 ‘낙선재 주변’ 자료 등도 전시돼 있다. ‘3부 과거부터 미래를 먹다’는 식품 명인들을 통해 과거의 전통 장 문화를 현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된 조정숙 명인의 ‘씨간장 장석’에선 항아리 속에 생긴 소금 결정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장석은 간장이 증발하면서 보석처럼 생기는 소금 결정체로 발효음식의 신비로움과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지켜나간 장 문화를 들여다 본 이번 전시는 클릭 한 번이면 신선식품이 곧장 집으로 배송되는 지금 시대에 들려주는 감미로운 힐링 곡 같이 느껴진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한글’ 창제과정 ‘드라마 춤’으로 재현…경기도무용단 ‘세종’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한글’ 창제 과정 등을 드라마 춤으로 구성한 공연 ‘세종’을 선보인다. 다음달 6~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세종과 그의 동반자 ‘소헌왕후’, 세종의 사람들인 최만리, 정인지, 박팽년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세종의 손자인 ‘예종’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작품을 구성해 관객들이 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확장했다. 이번 작품은 예종의 시간 여행을 통해 장면이 가시화되며, 3막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 3막,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구성은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대 구성으로 짜임새를 갖췄으며, ‘전환’과 ‘변화’의 묘를 살려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세종대왕의 천장(遷葬)을 주관한 예종의 시대와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성군(聖君)의 도를 다한 세종의 시대, 그리고 인본의 극치로 세종과 그의 사람들이 만든 한글 자모를 글자춤으로 구성했다. 한류 문화의 근원을 ‘한글’로 탐색해 ‘한글 자모의 춤’에서 인체 예술의 조형성과 구성미를 발휘할 예정이다. 세종에 김용범, 소헌왕후에 박지유, 예종에 정준용, 최만리에 김상열, 정인지에 박영일, 박팽년에 이진택 등이 출연해 세종과 그의 사람들이 함께 펼치는 춤의 대서사에 개성 있는 춤꾼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작품 구성에 현대시대를 포함해 관객의 감성적 참여를 유도한다. 더욱이 이번 공연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이뤄져 한층 더 풍성한 국악과 예술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 외로움 해결 위한 ‘포스트 문화도시’ 포럼 개최

125만 시민,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대도시 수원에서 문화자원을 활용해 시민의 외로움을 달랠 ‘대도시 모델형 문화도시’의 비전을 제시하는 포럼이 열린다.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26일과 28일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도시 내 문제와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하고자 대도시와 1인가구, 도시 속 외로움을 주제로 한 ‘포스트 문화도시 포럼’을 개최한다. 수원은 문화자산을 통해 지역민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고유의 문화가치를 발견해 가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된 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도시 특성에 맞춰 지향점을 변화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인문지향적 문화도시’에서 ‘대도시 모델형 문화도시’로 목표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125만 시민의 외로운 ‘틈’을 찾아,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찾으려는데 의미가 있다. 26일 포럼 첫째날은 ‘대도시와 1인가구-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주제로 노명우 아주대 교수, 박민진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 강영규 전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이 1인 가구의 특성 등에 관한 발제 및 토론을 할 예정이다. 포럼 둘째날은 ‘도시 속 외로움 톺아보기’를 주제로 고영직 문화평론가와 신인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각각 ‘도시 속 현대인의 다양한 외로움’ 및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대응 정책’에 관한 발제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꿈, 사랑 내가 찾겠어!” 21세기 가족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 웃음가득 연습현장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고, 개척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용감한 신데렐라’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음 달 7~8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수원시립공연단(수원시립예술단)의 제25회 정기공연 가족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의 권호성 연출 겸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아이들에게 꿈을 향한 응원과,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2주 앞둔 지난 20일,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공개 시연회 현장은 단원들의 열기와 함께 극의 내용처럼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은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밝고, 유쾌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표정은 이내 진지하게 변했다. ■ “새엄마 사랑받는 신데룰라 통해 다양한 가족 보여주고파”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명작동화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왕자님을 만나게 되고, 왕자와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 2024년 어린이 뮤지컬로 재탄생한 ‘신데룰라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데렐라와 닮은 듯 달랐다. 인자한 미소를 지닌 ‘이야기 할머니’가 등장해 관객을 신데룰라가 사는 ‘노리야리 마을’로 안내한다. 동화 속 계모와 달리, 신데룰라의 새엄마는 마음 따뜻한 ‘슈퍼우먼’으로 그려진다. 신데룰라를 포함한 온 마을의 축복 속에 새엄마와 아빠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병으로 죽고 만다. 홀로 남겨진 새엄마는 신데룰라, 신데뽈라, 신데꿀라 세 자매를 때로는 사랑의 매를 들어가며, 때로는 보듬어주며 깊은 사랑과 애정으로 열심히 키워나간다. 권 감독은 “한부모, 재혼 가정 등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여러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래동화와 고전동화 속에는 늘상 ‘못된’ 계모가 등장한다. 권 감독은 “현실에선 자식을 사랑으로 보듬는 새엄마, 새아빠가 훨씬 많고, 다양한 형태의 결합 가족이 존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멋진 발명가 꿈꾸는 엉뚱발랄 소녀, 신데룰라 “난 만들 거예요. 사람들을 이롭게 할 거예요!” 새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난 신데룰라는 엉뚱하지만, 마음 착한 발명소녀다. 작업복을 입고, 목에는 줄자를 매고, 돋보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신데룰라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한 유익하면서도 이로운 것을 발명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이롭게 하기 위해 연신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만들어내는 신데룰라 덕에 마을은 난장판이 되고, 곤경에 빠진 신데룰라 앞에 그녀와 생각이 비슷한 한 엉뚱한 남자가 나타난다. “실패할까 봐 무서워하는 거예요”, “말도 안 돼. 실패 없는 성공은 없어요! 밀어붙여!” ‘신데룰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왕자는 신데룰라만큼 엉뚱하다. 높은 신분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랑을 기다리던 왕자는 평범한 백성으로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 왕자는 다른 이를 돕고자 하는 신데룰라에게 푹 빠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며 ‘꿈이 있다면 밀어 붙여!’라는 응원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 “만들어 보자 꿈꾸어 보자 꿈이 있다면 한 걸음씩 밀어붙여!” 이번 뮤지컬의 주제곡이기도 한 ‘밀어 붙여’ 노래를 통해 권 예술감독은 꿈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은 조금씩 노력하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서로의 꿈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인생의 동반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 “화가, 요리사, 과학자 되고 싶은 꿈 많은 어린이들 용기 얻길” 지난 2005년 창작 어린이극 전문인 김정숙 작가와 함께 ‘신데룰라 이야기’를 만들었던 권 예술감독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2024년 작품에는 음악도, 대사도 더욱 세련되게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신데룰라는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왕자의 신부가 될 수 있었을까? 신데룰라는 발명가의 꿈을, 왕자는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었을까? 온 마을 사람이 축복을 받으며 행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의 미소를 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새털보다 가볍고, 고무줄보다 질기고 무쇠보다 강한 옷을 만들고 싶다는 신데룰라에게 왕자는 ‘우리 함께 해보는 거예요!’라며 두 사람만의 행복하고 당찬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이번 정기공연 외에도 축약된 형태의 ‘신데룰라 이야기’를 찾아가는 예술무대로 선보이고 있다. 찾아가는 예술무대는 학교, 도서관, 기업체 등 문화예술 체험 기회가 적은 이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지난 10월 셋째 주에 공연을 선보인 이들은 오는 12월을 비롯해 내년에도 수원 관내 초등학교 강당 등에서 ‘신데룰라 이야기’의 찾아가는 예술무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권 예술감독은 “아이들이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한 문화예술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12월 7~8일 총 4회 공연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 및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보호자 50%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해 가족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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