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정상회담 1주년 기념 문화공연 판문점서 펼친다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 공연이 당시 회담 장소를 무대로 펼쳐진다.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가 이뤄진 뒤 사실상 처음으로 대규모 민간인 방문객이 판문점 남측 지역을 방문하는 의미가 있지만 북한은 행사에 참가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27일 오후 7시부터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약 1시간 동안 먼 길을 주제로 한국미국일본중국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평화 퍼포먼스 행사를 한다. 퍼포먼스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거쳐간 판문점 내 장소 6곳에서 대중음악과 클래식 공연,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공연으로 펼쳐진다. 먼저 남북 정상이 처음 조우한 군사분계선에서는 미국의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한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기념식수를 한 판문점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 옆 잔디밭 길에서 일본인 플루티스트 타카기 아야코가 작곡가 윤이상의 곡을 연주한다. 남북 정상이 단둘이 대화를 나눈 도보다리에서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바흐의 샤콘느를 들려준다. 양 정상이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던 곳에서는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고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이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인바람의 빛깔을 부른다.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가수 보아는 정상회담 장소였던 평화의 집 맞은편 잔디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순서로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 소리꾼 한승석, 오케스트라, 합창단이미디어 파사드(외벽영상)와 함께 저 물결 끝내 바다에라는 곡을 평화의 집을 무대로 공연한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독일 등의 주한 외교사절단과 유엔사 군사정전위 관계자, 서울시와 경기도 주민 등 500여 명의 내외빈도 참석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이지현기자

北 "김정은, 방러 마치고 오늘 새벽 귀국"…함북서 영접 의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7일 새벽 전용열차로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기차역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영접 의식이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이) 환영 군중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답례하시며 사랑하는 전체 인민들에게 따뜻한 귀국인사를 보내시었다"고 밝혔다. 통신은 영접 의식이 진행된 역을 언급히지 않았지만, "역 구내에 달려나온 함경북도 안의 인민들은 끝없는 격정과 설레임으로 가슴 끓이며"라고 언급, 함경북도 지역에서 의식이 진행됐음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앞서 김 위원장이 방러를 위해 출발했을 때는 환송의식이 진행된 지역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 의장대(명예위병대)의 영접 보고를 받고 영접의식을 한 뒤 마중나온 당정군 간부들과 인사를 나눴다. 통신은 "인민의 자주적 삶과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불멸의 대외활동 업적을 이룩"한 김 위원장에게 간부들이 축하의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시각으로 지난 26일 오후 3시 27분(한국시각 오후 2시 27분)께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 2박 3일의 방러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26일 밤 11시 10분(현지시간한국시간 10시 10분)께 북러 국경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북한 측 대표단을 수행하는 러시아 철도 관계자를 인용해 "저녁 10시 20분께 열차가 하산 역에 도착했고 뒤이어 11시 10분께 국경에 해당하는 두만강 철교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북중 국경 하산에서 '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에 들른 사실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귀국에 앞서 26일 조로(북러) 국경지역인 하산에 위치한 로조 친선각을 돌아보시었다"며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등 러시아 측 간부들이 안내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측이 '두 나라 친선의 상징'인 이곳을 잘 꾸리고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에 깊은 사의를 표했다고 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4일 오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이튿날인 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중앙통신은 이번 방문을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세기와 세대를 넘어 이어져온 오래고도 긴밀한 조로 친선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더욱 더 승화 발전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ㆍ경제협력 등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협상 등과 관련한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하는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 간의 회담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양자 관계에서 경제통상 관계 발전과 인적 교류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전략적으로 지역 정세 안정을 도모하고 공동으로 정세 관리하는 데 대해 심도 있는 의견 나누고 전통적인 관계를 요구에 맞게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키워나가고 의견 교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같은 양 정상간의 발언들로 비춰볼 때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어려움에 부닥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공조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정상은 또 비핵화 문제 해법과 대북제대 완화 공감대 형성, 남북러 가스관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해인기자

우크라이나 대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대통령을 연기한 연기자가 실제 대통령 취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이 재선에 나선 현 대통령을 큰 표차로 꺾고 승리할 것으로 21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돌풍의 주인공은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로, 그는 이번 선거에서 73%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은 득표율 25%를 기록했다. 정치 신인인 젤렌스키의 대선 성공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기성 정치인에 대한 깊은 불신과 염증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의 정치 무경험은 오히려 장점이 됐고, 교수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이력도 도움이 됐다. 젤렌스키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TV드라마에서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국민의 종'이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에서 젤렌스키는 부패한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다 하루 아침에 대통령이 되는 역사 교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문제는 드라마와 현실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젤렌스키가 실제 국정 전반을 이끌며 개혁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통해 동부 지역(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간 무력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공약과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여기에 군 최고사령광과 국가안보회의 수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되고 있으며, '재벌 후원자' 콜로모이스키의 꼭두각시가 되고 콜로모이스키와 그 측근들이 권력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스리랑카 연쇄폭발, 한국 교민 피해는?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면서 최소 200명 이상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다행히 한국 교민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뉴스 등 현지언론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 콜롬보에 있는 관광명소 성 안토니오 성당을 시작으로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주요 호텔 3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호텔은 총리 관저 인근의 시나몬 그랜드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 킹스베리 호텔로 모두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5성급 호텔이다. 이중 시나몬 그랜드 호텔의 경우 식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비슷한 시각 콜롬보 북쪽 네곰보의 가톨릭교회 한 곳에 이어 동부 해안 바티칼로아의 기독교 교회 한 곳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오후 들어 또 다시 콜롬보 인근 데히웰라 지역에 있는 국립 동물원 인근의 한 호텔에서 7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콜롬보 북부 오루고다와타 교외에서 8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스리랑카의 연쇄폭발로 피해 규모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사상자 중에는 외국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한국 교민의 피해 여부에도 이목이 쏠렸다. 영국, 네덜란드, 미국, 포르투갈인 등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고, 일본인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적인 4명 역시 다친 것으로 신화통신 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나, 아직 한국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스리랑카 연쇄폭발 발생 후 한인교회, 한인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 기업 주재원 등에게 차례로 연락해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교민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화염 1시간만에 지붕 무너져…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대화재

프랑스 파리의 상징으로 최대 관광명소 중 한 곳이자 역사적 장소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저녁(현지시간) 큰불이나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파리시와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경찰은 즉각 대성당 주변의 관광객과 시민들을 대피시켰고,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발생 시점에서 네 시간 가까이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건물 전면의 주요 구조물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수 공사를 위해 첨탑 주변에 촘촘하게 설치했던 비계에 연결된 목재와 성당 내부 목재 장식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진화작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공중에서 많은 양의 물을 뿌리는 것은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소방당국이 (전면부) 주요 구조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불이 난지 1시간여 뒤 나무와 납으로 만들어진 첨탑이 무너졌을 때는 파리 도심 전역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위로 치솟는 짙은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2 방송이 전한 현장 화면에서는 후면에 있는 대성당 첨탑이 불길과 연기 속에 무너지는 모습도 잡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에서 아직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고 검찰이 화재 원인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남쪽 정면에서 두 블록 거리의 5층 발코니에서 화재를 지켜본 자섹 폴토라크는 로이터통신에 "지붕 전체가 사라졌다. 희망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파리에 사는 사만다 실바는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노트르담 대성당을 꼭 보라고 했다"며 "여러 번 찾을 때마다 늘 다른 모습이었던 노트르담대성당은 진정한 파리의 상징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장에서 투입된 경찰관은 "모든 게 다 무너졌다"며 허탈해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 30분께 "앞으로 1시간 30분이 진화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랑스2 방송은 경찰이 방화보다는 실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도 전격 취소한 채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마크롱은 현장이동 전에 트위터에서 "매우 슬프다.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했다. 마크롱은 당초 이날 13월 전국에서 진행한 국가 대토론에서 취합된 여론을 바탕으로 다듬은 조세부담 완화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현장 근처에 있던 파리 시민들은 충격을 호소하며 울먹거리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현장에서 취재진에 "안에는 많은 예술작품이 있다. 정말 큰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도 유명하고, 1804년 12월 2일에는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각국 정상도 신속한 진화를 당부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도 끔찍하다"며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에 큰 슬픔을 느낀다"며 파리 시민들을 위로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파리 시민과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南, 중재자 아닌 당사자 돼야"…정부 '중재역할' 위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간 대화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남측을 향해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될 것을 요구하며 대미의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중재역할에 '빨간불'이 켜졌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 참석해서 한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혹은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다짐해 온 문재인 정부에 대해 '외세'인 미국이 아닌 '같은 민족'은 북한과 한 편이 돼 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북한이 '외세 배격'과 '민족 공조'를 강조한 것은 새롭지 않지만, 김 위원장이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해 직접 이를 주문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그간 동맹국인 한국이 '중재자'임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을 더 고려하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며 우리측에 서운함을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빅딜'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달라는 게 미국이 바라는 한국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한국이 '중재자'가 아닌 '같은 편'에 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양측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중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중재 행보에 나서려는 시점에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김 위원장이 남측의 '중재 역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남북정상회담도 조기성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앞두고 남북 간 합의사항이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 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관계개선이냐 파국이냐의 엄정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남북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입장에선 비핵화와 관련한 문 대통령과의 합의사항이 북미 간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합의문에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카드로 내밀었지만 원하는 제재완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가 북미정상회담에서 관철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3차 북미회담 용의…제재해제 목말라 회담 집착 안해"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 3차 회담에 대한 용의를 밝히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 참석해서 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그러나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며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며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을 가상한 시험과 한미군사훈련 재개 움직임 등이 '노골화'되는 것에 "매우 불쾌"하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해서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남측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도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향후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에 어려움을 예고했다. 내부적으론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 노선을 이어가고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기강을 세워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제재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고 한 뒤 "장기간의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울러 "국가활동에서 인민을 중시하는 관점과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과정에 일군들 속에서 세도와 관료주의와 같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며 '부패와의 전쟁'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해 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회의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글자 수로 1만8천자, 47분 가량 진행됐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조기 남북 회담 추진”…3차 북미 회담 공감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빠른 시일 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하노이 핵 담판 이후 교착 상태로 접어든 북미 간 핵 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언론발표문을 통해 회담 내용을 전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해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적 관여 노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포함해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뜻을 함께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임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지속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웅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조한 한국의 초기 대응 인원들의 용기를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산불 진화에 도움을 주면서 한미 동맹의 유대를 과시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해 줄 것을 초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 또, 두 정상은 하노이 담판에 대해 합의에는 못 이르렀지만 적잖은 성과를 거둔 회담이었다라고 평가하고 이는 협상의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데 대해 공감했다. 이와 함께 한미 정상은 향후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단독회담, 소규모 회담, 오찬을 함께한 확대회담을 모두 마쳤다. 문 대통령은 1박 3일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강해인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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