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서 넘어져 뇌사한 50대...6명 살리고 별이 되다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6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이삼열)은 지난해 12월15일 가천대길병원에서 반종학씨(57)가 뇌사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같은달 11일 반씨는 자신의 집 계단을 오르던 중 넘어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반씨는 가족의 동의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 안구(양측) 등과 더불어 피부, 뼈, 연골, 혈관 등의 조직도 함께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반씨가 삶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도움과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 같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나눔을 간절히 기다리는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3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난 반씨는 밝고 자상한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쉬는 날이면 낚시하러 다니거나 가족들에게 요리 해주는 것을 좋아하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반씨는 젊어서는 트럭 운전을 하다가 20년 넘게 목수 일을 했다. 몸을 쓰는 어려운 일을 하기에 늘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다녔고, 아프고 힘들어하면서도 목수라는 일에 자긍심이 높았다. 최근 어깨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하면 일을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수술을 포기하고 일을 선택했다. 반씨의 딸은 “아빠, 지금 와서 생각하니 못 해주고 아쉬운 마음만 남아. 더 잘해줄 걸 하는 마음에 너무나 미안하고, 아빠가 우리 아빠여서 지금까지 이렇게 잘 커서 잘 살게 된 것 같아. 언제나 보고 싶고, 아빠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건강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반종학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국 하루아침 폐허로”… 슬픔에 잠긴 ‘부평 미얀마거리’

“미얀마 만달레이에 있는 집이 지진으로 무너져 가족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어요. 가족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잡니다.” 6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미얀마거리. 이곳에서 만난 음식점 사장 윈라이씨(52)는 최근 지진이 강타한 미얀마 만달레이에 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 3월28일 고국에서 지진이 난 뒤 엄마와 누나, 조카와 연락이 닿지 않아 잠을 설치던 중 4일이 지나서야 어렵사리 소식을 듣게 됐다. 윈라이씨는 “4일 만에 연락이 닿은 가족들은 집이 무너져 일주일 넘게 길거리에서 제대로 밥도 못 챙겨 먹고 있다”며 “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울먹였다. 부평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 닌우웨이씨(24)는 가족들이 살던 2층 집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보를 접한 후 마음이 심란해 공부마저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닌우웨이씨 가족들도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닌우웨이씨는 “가족들이 길거리에 내몰렸고, 친한 친구 2명은 지진으로 숨졌다”며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에게 당장 도움을 줄 수도 없어 무기력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 최대 미얀마인 집단촌인 부평구 미얀마거리 일대가 미얀마 강진으로 슬픔에 잠겨 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 중부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나 수도 네피도와 제2 도시 만달레이 등 미얀마 여러 지역에 큰 피해가 났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발표한 사망자는 이날 기준 3천471명이고, 부상자와 실종자는 각각 4천671명, 214명이다. 또 건물 5천223채, 학교 1천824곳, 불교사원 숙소 2천752곳, 사원·탑 4천817곳, 병원 167곳, 교량 169개, 댐 198개, 주요 고속도로 184곳이 피해를 봤다. 미얀마 지진 피해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평 미얀마거리에서 만난 미얀마인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부평지역 미얀마인은 909명으로, 이 곳 미얀마거리에는 미얀마 음식점과 종교시설 등이 몰려 있다. 이날 찾은 미얀마거리에 위치한 식당들과 술집들은 추모를 위해 신나는 노래 틀기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주말마다 소규모 콘서트를 열기도 했지만, 지진 이후로는 중단됐다. 특히 군정에 저항하다 고국을 떠나온 미얀마인들은 더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지진 피해 소식에도 체포 등의 위험 때문에 가족들을 보러 고국에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모아 한국미얀마연대 대표는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들은 고국의 지진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파면 후 일상 찾은 국론 분열 현장들…광화문 보수 집회는 여전 [현장, 그곳&]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풍경이 달라졌네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 조기 대선을 막아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이틀이 지난 가운데 탄핵 찬반을 두고 극한 대립이 이뤄졌던 헌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는 언제 국론 분열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다. 6일 오전 11시께 종로구 북촌 공방 거리 일대는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부터 맛집 앞에 장사진을 친 방문객을 비롯해 봄철 나들이를 나온 행락객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그제만 해도 집회와 통제로 인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부터는 관광객도 많고 평소 주말처럼 매장이 붐비고 있다”며 “금방 일상을 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 관저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이곳은 1만6천여명의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로 일대가 메워지고 인근 학교와 은행은 휴업을 단행하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일과 이날 이곳 일대는 두세명씩 짝을 지어 순찰하는 경찰 외에는 어떤 집회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완전히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관저 인근 카페 점주 B씨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매장을 열지 않았는데 어제부터는 영업을 재개했다”며 “대통령이 (관저에서)나오면 일대가 또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광화문 광장 주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윤 대통령 파면 규탄 집회를 개최, 조기 대선 기간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전 목사는 이날 광화문 광장 일원에서 6천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헌재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윤 대통령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조기 대선은 없다. 불법 대선, 사기 대선을 막아야 한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부정 선거를 막아내고 헌재를 해체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해 우리나라를 빨리 다스려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앞서 한 40대 남성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불만을 호소하며 자해를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일에도 사랑제일교회와 자유통일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은 광화문역 6번 출구부터 시청역 2번출구 일대까지 400m 구간에 걸쳐 1만8천여명 규모 집회를 열었다.

직장인 10명 중 7명 "탄핵 집회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윤석열 탄핵 집회와 민주주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8.7%가 ‘탄핵 촉구 집회가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상당수 직장인은 집회 참여를 통해 정치 효능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는 국민으로서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응답은 80.1%, ‘집회는 국가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응답은 79.8%였다. 그러나 실제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2.5%로 집계됐다. 향후 민주주의 전망에 대해서는 ‘탄핵 집호 이후 정치가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항목에 63.3%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일터 내 민주주의 확대’에 동의한 응답자는 47.3%로 절반에 못 미쳤다. 직장 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는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 마련’(35.6%)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불공정 노동 관행 개선’(26.8%), ‘경영 투명성 제고 및 정보공개 확대'(19.0%) 순이었다. 그 외에도 ‘노조 활동 보장’(8.5%)과 ‘직원 대표 참여 확대’(8.4%) 등도 거론됐다. 직장갑질119 이선민 변호사는 “많은 시민이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일터에선 여전히 사용자 일방의 결정과 불합리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치 민주화와 함께 직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변화와 실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尹 파면에 대한 국민저항권 발동”…빗속에도 광화문 광장 채운 보수단체 [현장, 그곳&]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우리가 전진해야 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앞 동화면세점 인근.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광화문에 집결할 것을 예고했다. 예고대로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보수단체 집회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인 집회 참석자들로 열기가 더해졌다. 참가자들은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빗물을 막는 우산에 ‘국민저항권 발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붙이기도 했다. 빗속에서도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오전 11시께만 해도 절반가량만 채워졌던 의자들은 집회 시작과 함께 보수단체 인원들로 가득 찼다. 집회 참석자들은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시청역 2번 출구까지 약 400m 넘는 구간을 가득 메웠다. 전날 500여 명 수준에 그쳤던 규모와 비교하면 35배 이상 늘어난 인원이 운집해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오후 2시 기준 비공식 추산으로 약 1만8천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주최 측은 100만 명이 운집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의 열기는 오히려 빗속에서 더 거세졌다. 한 발언자는 “조기 대선은 없다. 불법 대선, 사기 대선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저항권을 발동시켜 달라. 부정 선거를 막아내고 헌재를 해체하겠다”고 단장에 올라 외쳤다. 용인에서 올라왔다는 김천석씨(88)는 “오늘 오전 8시부터 광화문에 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며 “헌법재판관들이 괘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해 우리나라를 빨리 다스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경환 씨(70)도 “어제 헌법재판소의 결과에 분하고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가 이어지면서 동화면세점 앞 도로는 점차 혼잡해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주요 진입로를 부분 통제했으며, 광화문역 5·6번 출구 일대를 비롯한 집회 현장 인근에 경찰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광화문을 지나 종각역 일대 곳곳에도 경찰버스 수십 대가 배치돼 있었다.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종로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 공무원들도 나와 현장 점검과 상황 통제에 나섰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집회 주변을 순찰하며 안전 관리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집회가 끝날 때까지 대기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정확한 철수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내 건강, 우리의 삶과 직결돼 있는 미세먼지

1993년부터 미세먼지 관측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를 측정·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대기환경기준이 설정된 1993년부터다. 황사 등 ‘총부유분진’(TSP·Total Suspended Particulate)으로 불리던, 먼지보다 더 작은 입자인 미세먼지(PM10)의 인체 위해성이 해외 연구를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미세먼지에 대한 개념이 생겼고 2000년부터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던 대기환경 기준은 1978년 처음 생긴 아황산가스(SO₂) 물질이다. 아황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배출되는 물질로 인체에 자극적인 유독성 가스에 속한다. 이후 1984년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총부유분진,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이 대기환경기준에 추가됐고 많은 연구자가 이러한 물질을 관리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시에도 미세먼지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총부유분진 등 대기질에 대한 우려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자연 현상으로 기록돼 있으며 황사가 발생하면 당연히 총부유분진이나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황사 발생에 대한 추적 관측은 1960년부터인 것으로 짐작된다. 단, 1984년 이전은 어떠한 공식적인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아 어디까지나 추정할 뿐 확인은 어렵다. 미세먼지라는 용어나 개념이 도입되기 전에는 ‘황사·연무·에어로졸’ 같은 말로 입자상 대기오염물질을 표현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재직 중인 최용석 대기환경연구 부장은 1995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입사한 후 수질, 토양, 폐기물 분야를 거쳐 2000년 초반 다이옥신 분석 업무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기질 분석과 연구를 시작했다. 한때 서울시청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서울N타워 조명 서비스 및 버스 안내 전광판 대기질 표출, 비상저감조치 및 계절관리제 등 다양한 대기질 개선 업무를 수행한 ‘대기 전문가’다. 최 부장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기상 요소 하나하나가 미세먼지 발생에 양과 음 양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역으로 미세먼지 증감이 기후변화에도 다시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달 10~11일 우리나라를 강타한 황사는 몽골 동쪽과 고비사막, 중국 네이멍구 고원 등에서 발원한 것으로 북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 황사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보다는 큰 입자에 해당하는 PMc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가 유입될 때 중국 산업단지의 미세먼지가 포함되는 경우엔 초미세먼지도 함께 높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고비사막, 네이멍구 고원 등은 기후변화에 의해 사막화 및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비사막은 매년 서울 면적의 5배 정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막화가 진행될수록 황사 발생량과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고 한반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 부장은 “황사가 발생한다고 해도 황사가 포함된 기류가 한반도를 비켜 가거나 지나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부연했다. 1960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서울에서의 황사 관측 일수를 분석한 자료가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평균 황사 발생 일수가 2.4일이었으나 최근 10년간 황사 발생 일수는 평균 9.4일이다. 1995년부터 측정한 서울의 미세먼지(PM10)의 연평균 농도와 연평균 황사 발생 일수를 비교해 보면 황사 발생 일수가 하루 증가한 만큼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0.31㎍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30년 후 황사 일수가 지금보다 8.6일 늘어나 17일이 되고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도 m³당 2.66㎍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결국 황사 발생 일수가 미세먼지 농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론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웃 나라와 주고받는 미세먼지 영향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황사 외에도 다양하고 많다. 2019년 발간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한·중·일 3국 간 국제공동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대기오염 배출원이 일본 대기질에 8%, 중국에 2%의 영향을, 일본은 우리나라에 2%, 중국에는 1% 영향을 주는 것으로 산출됐다. 반면 중국의 배출원은 우리나라의 대기질에는 32%, 일본에는 25%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돼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2017년 우리나라 환경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5~6월 관측 결과를 기반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초미세먼지 국내 자체 기여도는 41%, 국외 기여도는 59%로 이 중 중국이 45%, 기타 국가가 14% 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에는 국내 기여도 21%, 국외는 79%였으며 이 중 중국의 기여도는 53%로 늘어났다. 2019년 발간된 보고서 결과보다 우리나라 대기질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부장은 “나라별로 대기질 모델과 대기오염 농도를 추정하고 기여도를 평가하는 방식과 기준이 다양하다”며 “시기에 따른 차이, 다양하고 복잡한 기상 현상, 정확한 배출량 산정의 어려움, 사용모델(방법)의 차이와 불확실성, 연구자들의 역량 혹은 성향 등에 따라 결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해 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질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이 평균 40%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1급’ 아닌 ‘1군’ 발암물질 최 부장은 흔히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알고 부르는 것에 대해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1급, 2급처럼 ‘급’이라는 단위는 순서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발암성이 강하다는 의미로 비치기 쉽다”며 “‘군’을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1군 발암물질은 인간에게서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 2A군 물질은 인간에게서 발암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물질, 2B군은 인간에게 제한적으로 발암 가능성이 있고 동물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물질, 3군의 경우 발암성이 불확실해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지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물질을 의미한다. 최 부장은 “미세먼지, 소시지 가공육류, 벤젠, 석면, 자외선 등은 모두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지만 발암성과 위해성은 크게 차이가 난다”며 노출이 곧 암 발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발암성은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헌재 판결 하루 만에 일상 찾은 안국동…헌재 진공상태는 여전 [현장, 그곳&]

“어제가 맞나 싶어요. 같은 장소, 다른 풍경이네요.” 5일 오전 10시께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졌던 전날,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5번 출구 인근에는 보수 성향 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면서 이 일대는 경찰 차벽과 바리케이드가 들어선 ‘통제 구역’이었지만, 이날은 집회의 흔적이 자취를 감춘 채 일상을 되찾았다. 안국역 출입구 곳곳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삼삼오오 상점가로 흩어졌다. 전날엔 차벽에 가로막혀 인기척조차 드물던 상권은 비오는 날씨에도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북촌 방향 공방 거리와 음식점에도 우산들의 행렬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어제는 집회와 통제로 인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관광객도 많고 평소 주말처럼 매장이 붐비고 있다”며 “금방 일상을 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오전, 선고 이후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차벽으로 폐쇄됐던 안국역 5번 출구 앞 주유소도 하루 만에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만 헌재 청사 일대는 여전히 ‘진공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헌재로 가는 길목에는 경찰 버스 50여대가 줄지어 서 차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경찰력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삼청동 방향으로 향하려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안국역 2번이나 3번 출구에서 내려 헌재 앞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통상 경로가 막혀 있는 탓에 큰길이나 다른 골목길로 우회해야 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없지만 아직 철수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헌재 앞은 일부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께 윤석열 대통령에 파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尹 탄핵심판 선고 하루 만에…한산해진 한남동 [현장, 그곳&]

“어제 여기가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라는 게 믿기질 않습니다.” 5일 오전 10시10분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일대. 흐린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관저 앞은 한산한 모습을 자아냈다. 전날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인해 경찰 비공식 추산 1만6천명이 모였던 이곳 일대는 이날은 지나가는 시민 몇 명만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모이지 않자 남산터널로 향하는 한남대로 초입부터 양쪽 차선 끝에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던 경찰버스와 기동대 차량은 대부분 철수, 3~4대만 갓길에 정차돼 있었다. 다만 곳곳에 방치된 경찰 펜스와 울타리에 묶인 태극기가 전날 이곳이 집회 현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산을 든 행인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경찰버스와 ‘이재명 구속’이 적힌 현수막, 자신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살펴보다가 자신의 갈 길로 향하곤 했다. 시민 A씨는 “어제는 대통령 탄핵 선고로 여기가 막혀서 지나가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참 조용하다”며 “탄핵 정국 이후 이곳이 참 시끄러웠는데 오랜만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시민 B씨는 “오늘 탄핵 반대 집회가 광화문에서만 열린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곳이 조용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집회로 인해 문을 닫았던 매장들도 이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일부 매장 관계자는 전날 집회로 인해 방치된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어내기도 했다. 관저 인근 한 매장 관계자는 “전날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매장을 열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영업을 결정하게 됐다”며 “대통령이 나오면 일대가 또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대에 기동대를 집중 투입한 전날과 달리 경찰도 2~3명으로 일대 순찰에 나섰을 뿐 별다른 행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다만 한 경찰관은 간혹 지나가는 시민에게 목적지를 물어보는 등 혹시 있을 비상 상황 등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순찰하던 경찰관 C씨는 “현재 한남동 일대에 대한 별도의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며 “순찰 활동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진행,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화마가 휩쓸고간 산림…“식목일 계기로 복구·변화 시작돼야”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종’이 영남권 산불을 ‘역대 최악의 참사’로 번지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오는 5일 식목일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산림 수종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 지역 등 전국 산지의 대다수가 송진, 솔방울 등 불길 확산 요인이 다분한 소나무 등으로 구성된 침엽수림이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 복구를 시작으로 활엽수림 조성 등 산림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산림 면적은 총 51만2천105ha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강원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에 이어 다섯번째 규모다. 이 중 침엽수림은 4분의 1 수준인 12만5천175ha로 집계됐다. 국내 침엽수림은 대부분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으며,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등이 섞여 형성돼 있다. 이들 수종은 잎이 바늘처럼 얇고 수지가 많아 불이 쉽게 붙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으며, 특히 소나무의 경우 산불 발생 시 송진과 솔방울이 바람에 날려 화재를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지난 1월부터 이달 2일까지 발생한 도내 산불 건수는 57건으로 집계, 같은 기간 전국 산불 발생 사례(248건)의 약 23%를 차지, 2위 충남(26건)과 두 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전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산림에서 전국 최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침엽수림으로 인한 대규모 확산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도내 각 시·군 역시 영남권, 경기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을 계기로 수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산불 당시 피해를 확산시켰던 수종을 점진적으로 내화수종(불에 잘 타지 않는 나무)으로 점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도 “건조한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활엽수림 조성이 힘든 점, 송이버섯 등이 소나무에서만 재배할 수 있어 산주 반발이 큰 점 등이 난관”이라면서도 “침엽수림이 산불에 취약한 점이 여실하게 드러난 만큼 침엽수 비중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간 국내 산림 정책이 송이 재배가 가능한 소나무 중심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 수종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밀도가 높고 소나무를 집중 재배하는 우리나라 산림 특성은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며 “관계 부처와 각 지자체, 민간 등은 산불 방지를 위해 나무 식재, 산림 조성 사업 과정에서 활엽수종, 내화 수종을 적절히 조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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