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치킨과 함께 먹는 그런 맥주 말고도 다양한 맥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그걸 크래프트 맥주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D와 함께 맥주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유성관, ‘여름 맥주 영화’ 중에서) ■ 4캔에 1만원부터 수제맥주까지 모든 것에 취향이 뚜렷해지는 세상이다. 늘 마시던 맥주도 좋지만 안 먹어본, 좀 더 특별한 맥주를 경험하고 그 맛에 열광하는 사람들. 얼음처럼 차갑고 목이 따가울 정도로 탄산이 강한 맥주만이 아니라 개성 넘치는 맛에, 적절한 온도, 목 넘김도 부드러운 맥주의 세계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그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우리는 맥덕(맥주 덕후)이라 부른다. 맥덕이라는 말이 나온 계기는 맥주 수입이 늘면서 생겨난 편의점의 마케팅 ‘4캔에 1만원’ 덕이 크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경험도 늘고 소비자들의 입맛도 늘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생성됐던 수제맥주 시장은 그렇게 다시 한번 조명받았다. 규모는 작지만 더 특별한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는 양조장과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수제맥주(Craft Beer)는 개인 및 소규모 양조업자가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드는 맥주다. 특정 과일 향이나 홉의 쓴맛이 짙게 배어 나오는 등 각 양조장 맥주 제조자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풍미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국내 수제맥주의 역사는 소규모주류면허가 도입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우스맥주’로 불리던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처음 등장했으나 생산된 맥주는 외부로 유통될 수 없어 양조장과 맥주 펍이 결합한 ‘브루펍(BrewPub)’ 형태로 자체 생산한 맥주를 자신들의 가게에서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초창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독일식 맥주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당시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는 맥주와 완전히 다른 맛인 데다 수입 맥주시장도 활발하지 않던 때였기에 브루펍에서 생산·판매되는 수제맥주는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소규모주류면허가 도입된 지 3년 만인 2005년 국내 수제맥주가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이와 관련해 (사)한국수제맥주협회 장명재 사무국장은 “대기업을 포함한 맥주제조면허가 118개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외부 유통이 금지된 제도적 환경과 전문 인력 부족 등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0년 국내에 다양한 수입맥주가 소개되기 시작하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도 새로운 활로가 열리기 시작한다. 벨기에의 수도원 맥주, 독일의 밀맥주, 미국의 페일 에일(Pale Ale)과 IPA(India Pale Ale) 등 대규모로 유통되는 크래프트 비어를 통해 국내 맥주시장의 다양성이 증가했고 이와 맞물려 2014년 주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장 사무국장은 “개성과 품질을 갖추면서도 전통적인 스타일과 최신 트렌드가 적절히 혼합된 각 양조장의 맥주 맛이 이미 세계 맥주를 경험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며 “미국의 월드비어컵, 독일의 유로피언 비어스타, 일본의 인터내셔널 비어컵 등 세계 맥주 대회에서 입상한 국내 브루어리들이 등장한 것도 성장의 계기”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30일부터 나흘간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제1회 K-비어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러브 크래프트, 드링크 로컬(Love Craft, Drink Local)’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축제에는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원사 중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 부산, 제주 등 각 지역의 22개 양조장이 참가해 총 130여종의 맥주를 소개했다. 특히 이번 축제 기간 이인기 수제맥주협회장은 국내 수제맥주의 새로운 활로로 ‘지역적 특색’을 강조했다. 지역마다 빚어낸 전통주의 맛과 향이 다르듯 전국 각지에 분포된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지역별 색깔을 갖는 것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경쟁력이 된다는 취지다. 장 사무국장은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뿐 아니라 그 지역 대표 음식과의 페어링을 고려해 맥주맛을 찾는 것도 차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브랜딩하면 또 다른 소구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최고급 이천쌀로 만든 쌀맥주, 더홋브루어리 2018년 이천에 자리 잡은 더홋브루어리(The WhotBrewery)는 이천 프리미엄 쌀을 활용한 쌀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더홋브루어리 김나래 대표는 “쌀맥주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보는 시각도 있으나 칭다오, 버드와이저 맥주도 쌀이 함유돼 있어 쌀은 자주 쓰이는 맥주 재료”라고 소개한다. 더홋브루어리의 시그니처 제품은 이천 백미로 만든 라거 ‘스노이’. 더홋 직영펍에서는 컵 상단에 쌀가루를 페어링해 서빙하는데 달콤쌉싸름한 매력에 가장 많이 판매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천 흑미로 만든 포터 계열의 흑맥주 ‘블랙스노이’, 이천쌀과 양평의 동국(국화)을 이용해 만든 플라워에일 ‘겨울아이 동국맥주’, 이천현미를 발아해 만든 ‘브로이브라운’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판매 중이다. 쌀 외에도 복숭아, 고구마 등 이천 특산물 활용에 적극적인 더홋브루어리는 산수유를 활용한 맥주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산수유 자체가 워낙 비싸고 소량 생산되지만 인근 농가와 협업해 안정적인 공급책을 구축할 예정이다. ■ 인천 개항로의 바이브를 맥주에 담은, 인천맥주 2017년 인천 개항장 부근에 양조장을 설립하며 시작된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는 3대째 인천에 살고 있는 인천 토박이다. 한때 인천의 중심지였던 신포동, 동인천 일대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 대표는 개항로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 인천맥주를 브랜딩했다. 인천맥주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수제맥주다. 시그니처 제품인 ‘개항로 맥주’는 지역 노포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탄생했으며 보리의 풍미와 홉의 싱그러움이 강조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라거 계열 맥주다. 골든에일 계열의 ‘파도’는 레몬, 라임 껍질을 갈아 넣은 후 숙성시켜 싱그러운 맛이 도드라진다. 일반적인 IPA와는 달리 쓴맛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브작 IPA’는 2020년 코리아인터내셔널비어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사브작 IPA의 2배 버전인 몽유별 DIPA’는 8%의 높은 도수와 홉에서 기인한 열대과일 향이 매력적인 맥주다. ■ 국내 최초 논알코올 수제맥주 브루어리, 부족한녀석들 ㈜부족한녀석들은 2021년 논알코올 브랜드 ‘어프리데이(Afreeday)’를 론칭하고 2022년 남양주시에 양조장을 설립,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황지혜 대표는 알코올 대체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비해 소비자들의 맛과 다양성을 충족시킬 브랜드가 없다고 판단해 어프리데이를 개발했다. 논알코올 맥주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맥주맛 향료를 섞어 탄산만 주입하거나 맥주를 만든 후 가열해 알코올을 증발시키는 방식 등 맥주맛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운 편. 어프리데이는 수제맥주에 쓰이는 독일산 맥아, 미국산 홉을 원재료로 사용하며 논알코올 맥주용 효모를 활용한 발효, 숙성 등 수제맥주와 동일한 양조 과정을 거친다. 부족한녀석들은 남양주에서 많이 나는 딸기, 오디를 활용한 계절 음료와 먹골배를 이용한 ‘마시면서 해장하는 음료’ 등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순환거버넌스와 KD운송그룹이 폐 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을 통한 탄소감축에 동참하며 이를 통한 지역사회 아동 지원에 나선다. E-순환거버넌스와 KD운송그룹은 지난 11일 정덕기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 허상준 KD운송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버스터미널에서 ‘전자제품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순환거버넌스는 전기전자 폐기물 무상 수거 및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환경부 인가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생활가전 속 2차전지 회수・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순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자원순환기금은 초록우산에 의해 저소득 가정 아동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친환경 버스 도입 확대 및 충전 인프라 확충 등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KD운송그룹은 이번 협약으로 전국 5천여개 버스에 장착된 전기장치와 24개 터미널(매표소)에서 폐기되는 전기・전자제품을 E-순환거버넌스로 인계해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함께한다. 정덕기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체제 전환을 통해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KD운송그룹과 함께 전자제품 자원순환을 동행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며 “오늘 업무협약이 자원순환 가속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김원경, 이하 경기혁신센터)는 창업문화조성을 위해 기업지원허브에서 연 버스킹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11일 밝혔다. ‘2024 스타트업 그루브 아워’는 기업지원허브 6~8층에 위치한 창업기업 클러스터 ‘판교창업존’을 운영하는 경기혁신센터와 기업지원허브를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2017년 개설한 LH기업지원허브는 스타트업의 시작을 돕는 인큐베이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한 판교창업존 및 과기부, 국토부 등 부처별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입주해 있다. 특히 판교 창업존은 120여 기술창업 스타트업과 VC 등 투자사가 입주해 있으며, 500여 내외의 임직원이 상주한다. 지난 달 26일 기업지원허브 1층 광장에서 열린 마술사 듀오 ‘뿌뿌청년’(현기, 션)의 버스킹 현장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모였다. 판교창업존에 입주해 있다는 한 스타트업 직원은 “눈 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마술 공연이 펼쳐져서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며 “평소에 볼 수 없는 공연들이 펼쳐져서 매달 기대하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혁신센터 관계자는 “판교 창업존을 포함한 기업지원허브에는 초격차 등 기술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꿈꾸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을 통해 스타트업 임직원의 창업 의욕을 높이고 지역 내 창업 분위기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혁신센터는 판교 창업존 홍보 및 창업문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월 1회 버스킹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 예술인 정책패널’을 만들어 예술인 의견을 정기적으로 듣고 정책을 설계한다. 9일 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 예술인 조사 데이터 7천건을 활용해 예술인 정책 패널 200명을 구축한다. 재단은 예술인 정책패널을 통해 경기도 예술인과 직접 소통하고 정책 파트너 채널을 공식화 해 예술인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설계하고, 사업의 방향성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책 패널은 재단의 예술인 지원 사업·복지정책 등 필요한 사업에 의견을 제시하는 파트너로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재단은 사업을 설계할 때, 예술인 정책 패널의 의견을 활용하고 반영 결과를 공유해 건강한 예술 생태계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책 패널의 활동기간은 임명일부터 2025년 12월까지다. 이번 사업은 기존 일회성으로 했던 예술인 조사 등과 다르게 일정 기간 정례화 된 설문조사를 통해 실효성·일관성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 관계자는 “경기도 예술인의 당사자성이 반영된 사업, 정책을 실현해 예술인과 경기문화재단 간 투명하고 공정한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예술인들의 실질적인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하 역문콘)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지난 6일 수원시 마이크로웨이브공유오피스 세미나룸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기억, 기념 그리고 기약’을 주제로 한 기념식은 윤유석 경희대학교 연구교수가 사회를 맡아 1부 기억, 2부 기념, 3부 만남, 4부 기약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엔 김금향 경기도사편찬위원, 김성하 경기학회장(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김성환 충북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김영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노현균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 신영주 수원지기학교 대표, 윤여빈 경기문화유산돌봄센터장, 이기만 출판사 역사만들기 대표, 이기배 한국지역진흥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성운 역사아카이브연구소장, 최영철 용인문화원장, 한문희 작가 등 15년의 여정을 함께 걸어오거나 지켜보며 응원해 온 역사·문화 연구자와 학자 등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역문콘에서 같이 연구한 과제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역문콘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함께 그리며 의견을 나눴다. 또 역문콘이 15년 후에도 경기지역과 한국사회의 역사·문화를 연구하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연구소가 되기를 한목소리로 바랐다. 강진갑 원장은 ‘21세기 지식사회를 여행하는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이라는 논문 발표를 통해 “역문콘은 창립 이후 80건이 넘는 학술 및 정책과제 연구를 수행,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26회의 학술회의를 진행했다”며 “이는 그동안 연구에 참여한 200명이 훨씬 넘는 연구자와 전문가와 함께 이룬 성과”라고 함께한 연구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대표적인 성과로 경기일보와 공동으로 진행한 ‘경기 새천년 유리시아 대륙 열차횡단 프로젝트’, 경기도 조례 제정과 경기도 사업으로 이어진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를 비롯해 ▲경기도 의회사 편찬 및 도의회 의정기념관 전시 계획 수립 ▲대통령 기록전시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 개편 및 계획 수립 ▲수원·안양·여주시의 인문도시기본 계획 수립 및 시정 반영 등을 꼽았다. 강 원장은 “역문콘은 이제 전국 각 지역에서 연구 과제를 의뢰 받아 연구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민간 연구소로 발돋움 했다”며 “연구원의 비전은 경기는 물론 한국사회의 역사문화콘텐츠를 연구·개발해 더 나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곳이다. 그 길을 응원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7월 9일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창립한 역문콘은 강진갑 당시 초대 소장이 취임한 후 역사, 문화 등의 연구자들이 모인 문화기업이자 문화연구플랫폼으로 지역 사회 등과 함께 해왔다. ‘문화자원을 세상에 쓸모 있는 문화콘텐츠로 만들자’ 라는 정신에 입각해 ‘문화자원을 문화보물로 만들고, 역사에서 미래가치를 찾는 열린 문화연구플랫폼’을 지향하며 연구를 이어왔다. 지역문화, 문화유산, 박물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문화정책과 문화도시, 지역 역사를 연구해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마르지 않는 호기심을 조형, 설치, 부조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인체의 모습과 일상의 오브제를 변형하고 접합해 다양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을 사유하게 한다. 가방과 반지, 사람의 형태로 ‘이해, 공존, 관계하는 삶’을 조명한 김선영 작가의 초대전 ‘NET’가 오는 13일까지 갤러리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존재와 삶’에 대해 탐구한 김 작가의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레진을 소재로 한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청동을 소재로 한 작품, 스테인리스 스틸로 작업한 최근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김 작가는 가장 최근 작품인 반지 형상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형을 전시장 한가운데에 설치했다. 3m 높이의 거대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4천명의 사람이 각각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손과 발을 뾰족하게 표현했다. 작가는 우리가 자기 방어를 위해 뾰족한 부분으로 상대를 아프게 할 때도 있지만,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손을 잡았을 때 ‘변함없는 약속’을 의미하는 반지의 형태를 띤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작가는 “미국의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을 여행하던 중 선인장 가시에 찔렸던 경험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며 “선인장이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내기 위해 가시를 가지고 있을 뿐 누군가를 공격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자기 방어를 위해 상대를 아프게 할 때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300명의 사람이 운집해 마치 벽과 바닥에서 일어나 몰려드는 듯한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김 작가는 ‘삶에 무엇을 담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가방과 반지의 형태를 빌려와 인간의 몸을 표현하기도 했다. 2019년 완성한 대부분의 작품 제목이 ‘VESSEL’인 이유다. ‘VESSEL’은 ‘선박, 그릇’으로 풀이되지만, 보다 깊은 의미의 ‘거룩한 몸’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김 작가는 ‘담는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가방을 인간의 몸과 동일시했다. 특히 레진으로 만든 과거 가방 작품엔 부패를 방지하고 정화의 역할을 하는 ‘소금’이나 ‘성경’ 등의 오브제를 담았다. 우리에게도 소금 같은 마음을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후 청동으로 만든 가방 형태의 작품들은 비워 둠으로써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 밖에 전시장에선 유명 삼품을 다양한 색으로 오마주한 부조, 가방 형상이 접합돼 돌고 있는 키네틱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예술은 지식과 통념으로 굳어진 고정관념을 녹여 자유로운 시각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삶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내면에 있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삶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대한민국의 힘이고, 경기도의 힘입니다. 함께해 온 50년을 100년의 미래로 만들어 나갑시다.” 경기도내 여성단체들이 100년의 미래를 열기 위한 변화와 화합의 다짐을 선포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4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39회 경기여성대회 및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경기여성대회는 여성의 권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여성 발전 유공자를 축하하고 경기 여성들이 함께 모여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경기도만의 특화된 행사다. 올해는 협의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부인인 정우영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이상일 용인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정운찬 제40대 국무총리,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 등 기관·지역사회 단체장과 국회의원·시장·군수의 배우자, 여성단체 회원 1천여명이 참석해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창립 50주년을 축하했다. 김동연 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성분들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 참여, 불합리한 정치판과 잘못된 경제의 틀, 교육 시스템, 갈등을 일삼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얼마나 많은 행동과 목소리를 내는가에 달렸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저출생, 기후변화, 지방소멸에 협의회가 함께 힘을 보태 주시고 뜻을 모아 앞으로 100년간 더 발전하는 길을 걸어 나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협의회는 도내에서 각기 다르게 활동하던 여성단체들이 여성의 권익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대한민국 경기도 여성이 발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과 현재의 여성단체들이 함께했기에 5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100년의 미래를 위해 저출생 극복, 경기 RE100 비전에 맞춘 기후행동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여러분의 발자취가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의 100년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1975년 설립돼 여성의 삶 증진과 인권 개선을 통한 권익 신장의 지평을 넓히는 데 역할을 해왔다.
“생신을 며칠 앞둔 새벽에 구슬프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는 무엇을 말할 건지 직감하게 했다. 강물에 맥없이 떠다니는 빈병처럼 헛헛한 가슴으로 멈춰버린 시계.(중략) 엄마의 삶은 굳게 닫혔다.”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中) 다양한 문학 장르 중 특히 수필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수식어구나 꾸며낸 이야기로 가릴 수 없는 적나라하면서도 오롯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 한 편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으면서도 평범한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글, 얼핏 가장 쉬워 보이는 장르인 듯하면서도 사실을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분야가 수필이라고 한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에서 이경선 수필가가 그의 세번째 수필집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 수필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그가 수상했다는 소식에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문단계 거장들도 한달음에 모여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수필 한편 한편이 저마다의 깊이를 보이며 아프게 사고와 사유를 불러낸다. 간파하기 쉬운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무엇이 참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그의 글에 관해 이러한 심사평을 남겼다. 이경선 수필가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저물어 가는 그곳’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담아냈다. ‘내게도 다가올 깊은 응달의 시간’으로 마무리되는 그 글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며 이 시대 대부분이 경험하는 죄스러움이 하소연하듯 이어진다. 그는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결핵을 앓았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 스프링 노트 한 권을 다 채울 정도로 글을 썼다. 그렇게 써내려가면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지고 삶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수십 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던 그는 자녀들이 초등학생이 되던 1990년대 후반 다시 문학의 길에 발을 디뎠다. 천리안 PC통신 시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문학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6년 ‘한국문인’ 등단 후 그는 수원문인협회 등에서 20여 년간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경기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이 범람하는 시대, 좋은 수필의 비결을 묻자 그는 ‘객관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일기와 다른 점은 자신의 경험과 제3의 이야기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연결시켜 기승전결이 담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상 이후 이경선 수필가는 “책임감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수필에는 온전히 작가의 삶이 녹아나기에 좋은 수필의 선행에는 좋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삶을 통해 좋은 글을 계속 써내려 가고 싶다”고 전했다.
3일 창립 27주년을 맞는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1일 재단 아트홀에서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기념식엔 100여 명의 재단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허남진 이사장, 유인택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소속기관장, 이경호·김일용 노조위원장 등이 자리해 창립 27주년 기념 케이크 커팅식을 했다. 특히 문화예술 진흥과 재단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우수직원 유공 표창과 20년 장기근속 직원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 신입직원들의 임명식이 진행됐다. 유인택 대표이사는 창립 기념사를 통해 “27살이라는 나이는 성숙한 청년의 나이로 나아갈 길을 알게 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한 나이기도 하다”며 “그간 함께 한 경기문화재단은 변화에 대한 담대한 용기를 갖고 있는 조직이었다. 모든 임직원분의 땀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도민이 재단을 찾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 같은 시도가 재단 소속기관들을 명소화하고, 나아가 지역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복합문화예술기관으로서 재단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공공 문화재단으로, 경기도 문화예술인의 활동 지원과 창작 기반 조성, 예술교육 및 생활문화, 역사문화유산 발굴·보존·활용 등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가락 마디에 매달린 인형들이 마치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움직인다. 조그마한 무대는 반짝이는 동심의 눈과 귀를 통해 무궁무진한 세계로 펼쳐진다. 국내와 해외 대표 인형극단들이 그림자 인형극, 마리오네트, 블랙라이트(조명)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예술 축제를 선보인다. ㈔경기인형극진흥회는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 내 공간1986 멀티벙커와 코워킹스페이스에서 ‘2024 경기인형극제 in Suwon’을 개최한다. 올해로 22회에 접어든 경기인형극제는 만 3~7세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인형극 무대와 축제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 이후 약 5년 만에 해외극단을 초청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극단이 더욱 풍성해진 무대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지난 5월 공모전에 응모한 열다섯 작품 중 최종 선정된 국내 세 팀의 작품 및 그리스, 태국의 해외 극단 등 테이블 인형극·오브제 이미지극· 복합그림자 인형극 총 5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공식초청작으로는 2006년 창단, 환경이란 대 주제와 ‘세계의 중심에 어린이가 있다’라는 모티브로 운영되는 창작연극 전문 ‘극단 나무’가 작품 ‘늙은 개’를 선보인다. 작품은 할머니와 늙은 개 누렁이가 살고 있는 어느 시골 집을 배경으로 한다. 또 다른 국내 공식 초청작으로는 공연 창작자이자 거리예술 퍼포머인 이대열의 1인극단인 ‘일장일딴 컴퍼니’의 작품 ‘일장일딴 컬렉션’이 진행된다. 프랑스에서 연극과 클라운(광대극)을 공부한 이대열 대표는 이번 무대에서 아주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있는 두가지 인형극 ‘줄로 하는 공연’과 ‘돌연한 출발’을 동시 상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공식기획초청작으로는 가족극 시리즈, 인간 성장을 위한 힐링 뮤지컬 등을 선보이는 전문예술단체 ‘아트컴퍼니 행복자’의 화려한 블랙라이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극단은 모두에게 미움 받던 못난이 새끼 오리의 좌충우돌 모험과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해외 공식초청작으로는 인간의 동작을 자연스럽게 모방하는 특별한 인형 기술을 개발한 그리스의 ‘Baruti 극단’이 선보이는 마리오네트 뮤지컬 쇼가 펼쳐진다. 태국의 유명한 무언극 예술가 낫타폴 쿰마타가 설립한 ‘타 렌트 쇼 씨어터’는 장갑, 컵, 슬리퍼, 선글라스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용품을 소재로 한 5가지 이야기의 복합 공연을 꾸린다. 경기인형극진흥회 관계자는 “올해로 22살이 된 경기인형극제는 언제나 도민의 예술성 고취와 문화예술 함양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다시 해외팀과 함께하며 더욱 풍성해진 경기 인형극제로 동심에 감동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