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수원에 예술인 기회소득 없는 현실”…지역 예술인들 조례 제정 촉구 잇따라

수원지역 예술인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의회의 ‘기회소득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쟁취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원시민사회단체 협의회와 ‘수원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26일 수원 라포애 갤러리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원로예술인 간담회’가 열린 지 한 달이 채 안 돼 또 다시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원, 성남, 용인, 고양시 4곳을 제외한 경기도 27개 시·군에서 경기도예술인기회소득이 시행됐다. 반면 수원특례시는 지난해 9월 제377회 임시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시의회 문화체육교육위원회는 이를 보류, 같은해 12월까지 열린 제378회, 제379회 임시회 및 본회의에 한 차례도 상정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시민과 예술인 모두를 위한 기회소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대준 미술가(수원미술협회 이사)는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공공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생계유지의 어려움으로 전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43%는 창작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없고, 예술인의 69%는 ‘소득 불안정으로 예술인 전업을 포기했다”며 “경제적 이유로 창작 기회가 박탈되고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가 저하되면 결국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 공공재가 훼손되고 국민 삶의 질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박성현 경기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오연 SPA현장예술가, 이동숙 미술가(수원미술협회 회장), 정명희 수원문인(시인), 이창세 미술가 및 박영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가 토론에 나섰다. 이동숙 작가는 “수원지역의 수많은 미술전시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이를 지탱하는 예술가의 노력은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궁극에는 미술관은 존재하지만 미술인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명희 작가는 지역을 이끄는 문화예술인의 가치와 이를 지탱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 작가는 “코로나 때도 소외됐던 예술인들을 위한 관심이 예술인 기회소득으로 숨통이 트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의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 지역에는 유독 원로 작가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 작가가 젊은 작가는 낼 수 없는 수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수원의 역사를 녹여낸 시집, 수필집을 내고 있다. 이처럼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해내고 공표하는 일은 문화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들은 개인 사무실은커녕 출판비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반대로 젊고 유수한 인재들은 서울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한 수원의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창세 작가는 예술에는 재정적인 기반이 필수적인 현실을 가리켰다. 이 작가는 “수원이 화성이라는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던 데에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정조의 의지와 이로 말미암은 과학과 예술이 응축한 산물이 밑바탕”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수원예술인은 생계에 짓눌려 다른 경제적인 활동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다. 200년 후 수원화성만 존재하는 수원특례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영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지난해 도내 예술인 기회소득이 실시되지 않는 4곳 중 3곳이 ‘특례시’”라며 “수원의 특례시가 출범되며 수원시의회는 많은 혜택을 받았고, 정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 받아 5년간 200억이라는 예산을 받게 됐지만 정작 문화예술인들이 창작물을 만드는 상황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촉구문을 함께 제창했다. 범예술인 행동은 2월 예술인 기회소득 조례안의 시의회 상임위 통과 및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오는 25일 상임위에 조례안 통과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서명 및 입장문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잇따를 예정이다. 오는 27일 수원민예총은 정기총회에서 기회소득 조례안과 관련한 입장문을, 다음 달 2일엔 수원예총이 입장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예술로 채우는 일상의 힐링"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 운영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가 오는 2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성인을 위한 예술 실기와 감상․인문 강좌, 어린이 창의·융합 강좌 등 총 60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장르별 예술성과 전문성을 갖춘 실기 강좌는 직장인을 위해 저녁 강좌도 마련했다. 클래식기타부터 바이올린, 첼로, 성악, 실크스크린, 발레 등 단계별로 총 13개 반을 운영해 퇴근 후 예술적 감성으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수강생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감상·인문 강좌는 미술관이나 옥션 방문, 연주회 관람 등 현장학습을 확대한다. 또 수강생들의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 종강 연주회와 강좌별 전시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창의·융합예술 강좌는 프로그램을 한층 더 다양하게 확대했다. 유아들의 성장을 위해 그림책과 문화예술교육을 융합한 ‘연극 연계 그림책 예술놀이’와 신화를 주제로 이야기와 연계해 자신만의 조형물을 만들고 이를 상자 속 공간에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신화 인 더 박스’ 등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의 어린이 강좌를 아카데미 특성에 맞게 변형해 시범 운영한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층 로비의 세계악기전시관과 연계해 음악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세계소리여행’과 음악을 체육, 수학, 문학 등 다른 교과 과정과 연계해 사고력을 키우는 ‘음악큐브’ 등도 새롭게 진행한다. 성남시립예술단과 협력해 실기 교육뿐 아니라 실제 예술단 활동 경험 등을 공유하는 등 차별화된 예술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강좌별로 저소득층이나 새터민, 한부모 가정 등 성남지역의 소외계층 자녀 1~2명이 무료로 참여하는 ‘예(藝)그리나’를 시행해 문화소외계층의 예술교육 확대에도 기여한다. 1학기 강좌는 23일 성인강좌 온라인 접수를 시작으로 24일에는 어린이 강좌, 25일은 현장 및 온라인 동시 접수를 진행하며 선착순 마감이다. 자세한 내용은 성남아트센터 누리집 등을 통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하면 된다.

수행으로 담아낸 108신룡, 양주사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 특별전시회 개최

한 획 한 획 먹을 먹은 종이엔 수행과 서화를 겸비한 진중함이 깃들어 있다. 때론 한지 위에, 더러는 나무 위에, 또 항아리 위에 108 신룡이 새겨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양주 석굴암의 주지 도일 스님(양주불교사암연합회장)이 갑진년 새해를 맞아 오는 24일부터 2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청룡의 해 108용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는 갑진년을 맞아 도일 스님이 기도와 신심으로 준비한 용(龍) 작품 108점을 최초로 선보인다. 또 청룡의 기운과 염원을 담은 108용 작품 이외에 달항아리, 은 다관, 옻칠목 항아리, 전통 한지등(燈) 용 조각 등 총 200여점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회에서 마련된 수익금은 종단에서 추진하는 열암곡 부처님 바로 모시기 등을 비롯해 청소년 장학금과 노인 경로 잔치 등에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도일 스님은 “양주 석굴암은 20여 년 간 쌀 나눔과 장학금 전달 등 이웃에게 자비를 전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수년 간 행사를 하지 못했다. 이번 특별 전시회를 계기로 자비나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일 스님은 전통서화의 대가인 여초 김응현, 우봉 한상갑, 청계 양태석 선생에게 사사 받으며 서화를 익혀왔다. 1993년 해인사 강원 재학 중 사진전을 개최하고, 백제미술대전 사진부문 특선을 비롯해 서예부문과 불교미술대전 등 다수 입상한 경력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수종사, 회암사, 용문사, 연화사, 태안사, 안심사, 1군단 법당 호국일승사, 92여단 쌍용사, 광동고등학교 운허역사기념관 등 전국 사찰의 편액과 주련 상당수가 도일 스님의 손을 거쳤다. 도정 권상호 문예평론가는 “도일 스님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고 있다. 흔히 소통이 어려운 난해한 글씨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님의 글씨는 전통서예를 뿌리로 하고 있어 소통이 잘 된다”고 평했다. 전시 관계자는 “작품을 통해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길을 보여주고, 혼탁한 무명의 사바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맑고 향기로운 한 줄기 법(法)의 향기를 선사해준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청룡의 뛰어난 기운과 기상을 담은 특징을 보인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24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 등을 비롯한 불교계와 지역 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아리랑&클래식 하모니…수원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 성료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우리의 전통 국악과 클래식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선사했다. 지난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2024 신년음악회’는 수원시향 예술감독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리드 아래 클래식 교향곡과 바리톤 김종표가 선보이는 한국 가곡, 독보적인 경기민요 소리꾼 송소희의 소리와 해금, 대금, 괭과리, 북과의 협연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동서양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들뜬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수원시향의 이번 공연 목표처럼 공연장엔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무대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작곡한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제자로 등장한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음악으로도 유명한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가 펼쳐졌다. 해당 곡은 마법사가 외출한 사이 제자가 마법사의 주문을 사용해 빗자루로 물을 나르며 벌인 소동을 다뤘는데, 3대 바순이 함께 연주되는 ‘빗자루의 행진’ 등 묵직한 연주 속 별자리처럼 수놓아진 경쾌한 선율은 긴장감 속 장난스러움을 더하며 곡의 줄거리를 생생하게 그렸다. 이어 피아노와 심벌즈 등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화성을 조합해 밝고 날카로우면서도 감각적으로 밀양아리랑을 풀어낸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에서는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리자 관객석에서 감탄의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매력적인 바리톤 김종표의 목소리는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물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을 거치며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임’을 찾아 노 젓는 모습에 담아낸 ‘뱃노래’가 끝나자 관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봄같이 노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경기민요 소리가 송소희는 등장만으로 환호를 자아냈다. 송소희가 펼친 우리가락과 수원시향의 클래식한 연주는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줬다. 대미의 ‘아리랑’ 무대는 서정적으로 시작해 이내 해금소리와 함께 신나고 경쾌한 리듬으로 변화하며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했다. 관객들의 환호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펼쳐진 앵콜무대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바리톤 김종표와 국악인 송소희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꽹과리와 북으로 시작해 바이올린, 첼로 등이 함께하는 동서양 협연의 앙상블은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앞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수원시향 연주자들은 해금, 대금, 꽹과리 등 국악 연주자들과의 합주 과정 속에 서로 같은 듯 다른 동서양의 악기 결에 놀라움과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올해엔 수원시향의 사운드를 보다 깊이 있게 보여드리며 음악 애호가를 위한 여섯 번의 정통 클래식 정기연주회와 시민 친화적이고 클래식 입문자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기획연주회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술가 ‘조용경’,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한계 없는 도전’ [인터뷰 줌-in]

건네받은 명함 속 이력이 빼곡했다.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가, 예술감독, 교육자…. 뭐라고 하는 게 좋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괜히 물었다’ 싶은 대답이 돌아왔다. “조용경이요. 예술은 호기심을 근원으로 하는 방황의 연속이라 생각해요. 음악가나 작곡가나 뭐 직함으로 특정 되는 게 아닌, 새로운 것을 자꾸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조용경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조용경 한양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39)는 음악, 극, 공연, 연출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다. 지난해 11월 안산시립국악단의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 네 번째 공연에서 공개된 ‘나비환상곡: 新 아라리’에서 관객의 오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종합예술로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그는 장르와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어릴 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배움은 끝없고 폭은 넓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음악극창작과 석사 학위를, 이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또 바이올린, 작곡, 음악학, 뮤지컬 등의 음악극 등을 꾸준히 배우고 음악과 스토리텔링 연구에 집중하며 자신의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았다. 대학 강의도 만 24세부터 시작해 서른 살부턴 전임 조교수 학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한양대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곡가 겸 음악감독, 연출가, 예술감독, 공연·영화 스토리텔링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가수 에일리의 ‘아임인러브’ 뮤직비디오에 바이올린 켜는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월드 오케스트라 작곡가이면서 케이 팝(K-POP) 음원도 제작 중이다. 대학 졸업 후, 공대에서 학점 수료를 하고 서울대병원 의과학과 학생인턴연구원으로 뇌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혼자 장구를 들고 부여에 가서 장단 수료를 하고 오기도 하고, 뮤지컬 워크숍에 참가해 극작가 수료도 마쳤다.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그를 틀에 가두지 않는 문화예술인으로 만들었다. 그 진면목은 이미 2015년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던 ‘낭만활극 :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에서 드러났다. 그가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처음 국립극단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당시 공연은 전 곡을 모두 작곡하고 배우와 악사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지방공연, 재공연까지 이어졌다. 2022년 안산시립국악단 ‘천산개화 대취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연에선 무궁화가 장관을 이루는 장면을 대취타에 접목한 창작곡을 선보였다. 당시 공연은 하늘에서부터 뻗은 천산을 따라 만개하는 무궁화의 극적 스토리텔링을 대취타 선율에 옮겨 색다른 국악오케스트라 무대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성남 세계태권도 한마당’ 개회식에선 판소리와 양악이 함께하는 애국가로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올 상반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개되는 움직임극 ‘프랑켄슈타인’에선 음악감독을 맡아 작업 중으로 그가 가진 다양한 영역의 색깔을 극 음악에 녹여 드러낼 예정이다. “문화 정책에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 등 문화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호기심을 기동력으로 다다른 미지의 곳에서 꾸준히 작업하고 성과를 낼 꿈을 꾸고 있다. “음악에만 매몰되지 않고 음악과 다른 장르 간, 기술과의 융합 등 다양한 실험과 유기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요. 계속해서 남은 시간 방황하며 새로운 성과 만드는 재밌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1개월…경기도 의료계 ‘반발’ 극심 [로컬이슈]

올해 설 연휴에는 몸이 아프면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설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해 연휴 기간에 대면 진료 경험이 없는 곳에서도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약 처방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턴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이어가며 대상 등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취약지역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장점이 있지만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도 있어 찬반 논란이 뜨겁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경기도 의료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문제와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비대면 진료’ 확대 1개월…수요 높은 경기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한 지 1개월여가 흘렀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15일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과 시간,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비대면 진료의 시범사업을 전격 시작할 당시, 그 대상은 만성질환자와 해당 의료기관에서 1회 이상 대면 진료한 경험이 있는 환자로 정했다. 그러나 6개월 뒤 발표한 이번 보완 방안에는 일반 질환자와 신규 환자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또 야간과 휴일에도 가능하게 해 비대면 진료의 문턱을 낮췄다. 비대면 진료는 도서 지역·비수도권 등 의료취약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고 고령자와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건강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료인·의료기관의 감염병 발생 위험을 낮추고 의료 인력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한 지난해 6월 총 14만373명의 환자가 비대면 진료 15만3천339건을 이용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비대면 진료(2020년 2월~2023년 5월) 이용 건수가 월평균 22만2천404건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69% 수준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에 초진 환자로 대상을 제한해 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이용 건수가 감소했던 것으로 분석,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높다.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자료에선 경기도의 비대면 진료 이용이 지난해 6월 3만4천56건으로 서울(3만7천509건)에 이어 전국 2위로 나타났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확대해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 곳곳에선 안전성 등을 문제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 “안전성 부족·약물 오남용·반쪽짜리 정책” 의료계 반발 극심 의사·약사들은 진료의 한계,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들어 비대면 진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비대면으로 진료는 받을 수 있어도 약사법상 약은 환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들은 이 같은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의 장점을 없앤 ‘반쪽짜리’라고 지적한다. 특히 비대면 진료 의사의 처방전 자체를 거부하는 약국도 있어 ‘약국 뺑뺑이’ 문제도 불거진다. 또 여드름약, 탈모약, 다이어트약 등은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중복 처방을 확인하기가 어려워 ‘약물 오남용’ 가능성이 지적되고,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어 정확한 진료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지난해 6월 의료정책연구원의 ‘비대면 진료에 관한 의사 인식 조사’를 보면 ‘비대면 진료 허용’에 관한 질문에 55.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4.6%였다.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안전성·유효성 미검증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이 89.4%로 가장 높았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해 5월 비대면 진료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범사업의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강봉수 경기도의사회 총무부회장은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진단하기 위해선 시진, 청진, 촉진, 타진의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지 않곤 정확한 진료가 어렵다. 어린아이들은 의사 표현이 미숙해 환자 특성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크다”며 “특히 초진 환자를 정확한지 알 수 없는 카메라를 보고 진료하라는 것은 의료 쇼핑을 부추기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비대면 진료는 보조수단일뿐, 간호사가 동석해 실제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태에서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한다”며 “결국 국민의 건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진이 발생했을 때 법적 문제도 의사에게 떠넘길 것이다. 모든 문제를 떠나 의사로서 직업윤리상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비대면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약사회 역시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플랫폼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비대면 진료 민간 플랫폼에서 개인 정보가 담긴 처방전을 다량으로 갖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병원과 약국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환자를 많이 받으려고 수수료를 지급하게 될 테고, 앱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는 등 불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이 확대된 뒤 예상 이용자를 조사했더니 600만명이었다. 그중 75%는 탈모·미용·다이어트 등의 약을 필요로 하는 비급여 환자로 나타났다”며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로 볼 수 없고 의료인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다간 약 배달 우려도 있는데, 약은 정확한 설명을 듣고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며 “노약자의 경우 먹는 약이 많아 약끼리 충돌의 우려가 있고 인지능력도 떨어져 상세한 설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비대면, 대면 진료 병행해 환자 건강 체크…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의 기회를 열어 주되 진료 주체인 의사를 비롯한 약사 등의 입장을 고려해 규제와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장애인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있을 때만 병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면 진료를 하도록 규제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있는 의사, 약사의 우려에 크게 공감하기 때문에 의료진 등과의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정화하고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큰 부작용이 없다면 비대면 진료를 열어주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에 기회를 주는 대신 해외 사례처럼 간호사 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게 하는 보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방전은 공공 플랫폼으로 전송해 의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대안도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후적으로 규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예술감독 “경기도민 지친 삶에 활력 주는 공연 펼칠 것”

“수원시민, 경기도민의 지친 삶에 활력이 되는 공연, 우울하고 버거운 일상을 극복하고, 한 발짝 전진할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공연. 그런 무대를 펼쳐내기 위해 오늘도 예술을 품고 삽니다.” 뮤지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미로 뭉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성장을 5년째 이끌어 가고 있는 정유진 예술감독.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예술감독은 물론 작곡가와 공연 기획자 등으로 기관과 무대 현장을 활발하게 오가는 그는 열의 넘치는 작가, 연출가, 편곡가, 안무가, 조연출, 배우 등을 한데 모아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뮤직 크리에이티브 정’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예술과 삶의 일체다. 정 감독은 예술을 통해 삶의 회복과 누림, 내면의 채움이 순환되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그는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뒤늦게 실용음악을 전공해 뮤지컬을 만난 지 20년이 넘었다. 안정적인 교사 일을 그만두고 음악을 다시 배웠을 때든,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필드에서 뛰는 유명 음악 감독들을 다짜고짜 찾아가 조언을 구했을 때든 정 감독은 언제나 망설임이 없었다. 단순 흥행만을 노린 공연이 아니라 왜 이 공연이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따져보는 일이 정 감독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젊었을 적 한창 대학로에서 정신없이 상업 뮤지컬 작업을 반복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 그는 다른 노선을 택한 셈. 이에 지역사회와 공명하는 작업은 그의 주요 관심사다. 2006년부터 대학로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누적되는 치열한 제작 환경을 견디지 못해 잠시 휴식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다 성남으로 집을 옮기면서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던 극단 성의 김성열 대표와 접점이 생겨 그와 함께 작업을 이어가게 됐다. 정 감독과 수원의 인연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뮤지컬 ‘성균관 유생 이옥’,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의 삶을 담아낸 뮤지컬 ‘백년의 침묵’, 뮤지컬 ‘정조대왕’ 등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는 등 지역과 연계된 역사를 조망하는 콘텐츠를 많이 기획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오는 2월 항일 콘텐츠로 선보이는 정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곳곳에는 예술을 향한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정 감독은 “2월 공연은 해마다 3·1절 소재 공연에 출연하는 뮤지컬 단원이 오래 전 일을 소재로 살린 공연을 왜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찰나, 갑작스레 1919년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타임슬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지난해 동안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무대를 누비며 보여줬던 공연들에 아이들의 감성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면, 이번엔 어른 세대도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주제로 접근해 한 아이의 성장과 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의식의 중요성 등을 다채롭게 담아내겠다”며 웃어 보였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눈사람

눈사람 박수빈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다 놓고 아빠도 한 스푼 엄마도 한 스푼 동생도 한 스푼 나도 한 스푼. 맛있는 눈사람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와야 제 격이다. 어릴 적 기억으로 말하면 사흘도리로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밤새 내린 눈이 발목도 부족해서 무릎까지 내린 날도 있었다. 그런 날 아침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눈 치우느라 한바탕 난리를 피우곤 하였다. 그때의 필자 생각을 고맙게도 박수빈 시인이 요렇게 지었다. 눈사람이 설탕이면 좋겠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설탕사람을 살살 꾀어서 집에 데려오겠다는 것. 그래서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나도 한 스푼씩 맛있게 먹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장난기 넘치는 작품인가. 동시는 이래야 맛이 난다. 그게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종종 어린이들의 작품을 심사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글, 어른스런 글들이 많다. 어린이의 글은 어린이다워야 한다. 세련되어 보이는 작품보다 조금은 모자라 보일일지언정 풋풋한 글에 마음이 끌리게 돼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꾸미는 글은 오히려 글맛을 잃게 한다. 여기에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할 일. 단순 명료한 글에 감동도 수반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시인의 ‘눈사람’을 좋게 보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는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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