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보고 경기도…‘학예직 공무원’ 태부족 [道 학예직 공무원 태부족]

#1. 여주시 문화예술과는 문화재를 지정하고 관리하는 문화재팀과 박물관을 관리·감독하는 여주박물관팀으로 업무가 분장돼 있다. 하지만 문화재팀엔 학예연구사가 아예 없어 문화재 지정 등과 관련된 주요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박물관팀 소속 학예사에게 자문을 구해 일을 처리하고 있다. #2. 군포시에는 지역 문화재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에 관련 학예연구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렇다 보니 문화재 건축협의를 진행하거나 고도의 학술적인 판단이 필요할 때면 문화재청 자문위원이나 도내 타 지자체에 소속된 학예연구사에게 연락해 도움을 받아 업무를 해결한다. ‘문화재의 보고’ 경기도 지자체에 정작 문화재 업무를 담당할 전문 학예직 공무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수행할 전문가가 담당 부서에 단 한 명도 없거나 1인당 담당 문화재 수가 20건을 상회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서부터 지자체의 브랜딩 전략·정체성 확보가 시작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문화재 관리와 보존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경기도 지정·등록 문화재는 1천253건으로 이를 관리하는 도내 문화재 담당 학예직 공무원은 60명으로 집계됐다. 한 명당 20.88건의 문화재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도내 문화재 담당 부서 학예사 수는 남양주 7명, 수원 6명, 화성 5명인 데 반해 가평, 구리, 김포엔 학예사가 1명뿐이고 군포는 아예 없는 등 편차가 크다. 전문 학예사가 있다 해도 학예사 1명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휴가나 병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업무 시스템이 마비될 때도 있다. 또 상당수 학예연구사들은 임기제 형태로 근무하고 있었다. 전국학예연구회가 각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자료를 요청해 취합한 ‘전국 지자체 학예연구직 공무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9월 기준 도내 31개 지자체 중 학예사가 전부 일반직으로 채용되는 곳은 광주, 이천, 양평, 안산, 여주 등 5곳에 그쳤다. 또 절반가량인 15곳(고양, 과천, 광명, 김포, 부천, 의왕, 의정부, 오산, 안성, 안양, 양주, 수원, 시흥, 평택, 포천)의 지자체는 임기제 학예사의 수가 일반직보다 더 많았다. 이동희 인제대 인문문화학부 교수는 “문화유산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서부터 지자체의 브랜딩 전략·정체성 확보가 시작되고 지역 관광·교육 등의 바탕을 이루는 만큼, 각 지자체가 학예사들을 비롯한 전문 인력이 적재적소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학예사 전문성 발휘할 공통 가이드라인 필요” [道 학예직 공무원 태부족]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하는 경기도 학예연구직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재 분포에 따른 업무량 대비 담당 인력 부족과 학예연구직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한 인사 제한 등이 이유로 꼽힌다. ■전문 영역임에도 ‘팀장’은 비전문가가 상당수 국가 지정문화재를 제외한 지역별 지정문화재 업무는 기초·광역 지자체가 관리한다. 대부분 한 개의 부서에서 문화재 지정, 발굴 및 보존 등을 한번에 담당하고 있어 이를 수행할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장기 재직한 학예연구사가 팀장을 맡으면 업무 전문성과 책임감 강화, 체계적인 업무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지자체는 드물다. 도내에서 문화재·박물관·미술관 부서에서 학예연구사가 팀장을 맡고 있는 곳은 수원, 화성, 동두천 등 13곳 뿐이다. 나머지는 해당 업무와 무관한 일반행정직 등이 팀장을 맡고 있다. 해당 분야는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현행과 같은 직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양주시 문화관광과 박물관팀은 전공자인 팀장을 중심으로 지난 2015년부터 양주 회암사지 유적의 가치를 올리고, 축제를 기획해 지난해 7월 양주 회암사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성과를 올렸다. 순환보직인 일반행정직 팀장이 아닌 전공자 팀장이 지속가능한 업무를 추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는 사례다. ■ 문화유산전담관 도입했지만…정체성 ‘모호’, 실효성 ‘글쎄’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화재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10월6일 대안책으로 ‘문화유산전담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지자체장이 소속 공무원 중 ‘문화유산전담관’을 지정·운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담관은 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당 지자체의 문화유산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개선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화유산전담관이 기존의 학예연구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 업무 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문화재 보존 및 관리를 위해선 문화재 담당 학예연구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적에 따른 문화재 매장량이나 문화재 갯수에 따른 인원 수 배치 등 정량 지표를 따져 본 후 인력을 재배치해 관리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호 교학박물관학연구원장은 “행정직은 광역과 기초 지자체 간 구분된 현행의 인사 체계를 따르되, 그와 달리 연구직렬은 기초 지자체를 오가는 인사교류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군간 부서를 오가게 하면서 지자체별 특성에 맞게 인력을 배치하면 각자의 특화된 전문성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착화된 학예연구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사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호철 안양대 교수(문화재 정책 전공)는 “특수한 전문성을 갖췄기에 이들에게 관련 업무가 전부 할당되지만 소수 직렬이라는 이유로 행정직 등에 밀려 과장급 승진 등 인사 전반에서 비상식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며 “학예연구직이 특정 업무만 할 수 있다는 편견 내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간의 재발견 '오산소리울도서관'

도서관이 책만 보는 공간이라는 건 옛말이 됐다. 학교 끝나고 잠시들러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고, 악보와 악기를 집으로 빌려와 한참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2019년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오산시민 1인 1악기가 가능한 그날까지 책과 음악이 흐르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시민 곁에 머물 것이다. ◆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 오산소리울도서관 휴대폰을 들고 손가락만 까딱해도 정보가 범람하고 굳이 책이 아니어도 읽을거리가 넘쳐 나는 시대에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오래된 자료를 보존하는 기존의 기능 외에 최근 도서관은 점차 복합 문화·커뮤니티 기능이 더해져 그 모습과 역할이 변하고 있다. 2019년 7월 22일 개관한 오산소리울도서관은 연면적 2천999㎡,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전국 최초 악기 전문 도서관이다. 시민 모두가 책과 음악, 악기를 쉽게 접하고 이를 통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전체 4층으로 구성된 소리울도서관 지하 1층은 악기대여관·도서대출 반납 층이다. 국악기·관악기·현악기·건반악기·타악기·전자악기 등 180여종 1천여점의 악기가 전시돼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비돼 있는 악기는 대부분 시연이 가능하며 연주가 불가한 악기는 키오스크를 통해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또 도서관 대출회원이면서 오산시민·오산시 소재 학교 재학생, 오산시 소재 재직자의 경우 최소 1천원~최대 1만원의 대여료를 지불하면 30여종의 악기를 1개월 단위로 최대 5개월까지 대여할 수 있다. 지상 1층은 음악 전문서적과 악보 등 3만5천여권의 장서가 구비된 종합 자료실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으며 카페와 작은 연주홀, 어린이 공간 등이 마련돼 있어 항상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 분위기를 조성한다. 2, 3층은 배움터 및 음악감성 공간으로 소리울아트리움, 두드림홀, 음악동아리실, 음악강좌실, 연습실, 녹음실, 보컬실, 국악실 등으로 구성됐다. 음악을 공부하고 익힐 수 있는 공간이고 수장고도 있어 악기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특히 소리울아트리움은 교육·음악·문화 기능을 복합적으로 융합한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공연,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성행한 시기에 소리울도서관은 폐가제 중에도 악기 대여 서비스를 실시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이 대여하고 싶은 악기를 신청하면 도서관 측에서 수령 가능 문자를 보내고, 시민들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도록 수령 시간을 조정해 대여와 반납이 이뤄지도록 진행했다. 악기를 ‘드라이브 스루’로 받길 원하는 경우엔 직원이 악기를 갖고 주차장으로 이동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소리울도서관 관계자는 “직접 만지고 부는 악기의 특성상 철저한 소독과 관리로 시민들이 감염 걱정 없이 믿고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코로나 시기가 아니어도 항상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에 시민들이 위생적이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책과 음악을 매개로 한 동네 사랑방 오산시는 오산의 미래이자 희망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방안으로 ‘도서관’을 택했다. ‘평생교육도시’라는 대표 브랜드에 걸맞게 각 도서관에 특징을 부여하고 도서관이 마주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산 시내 7개 공공도서관에 변화를 줬다. 도서관마다 특성화 주제가 있는데 소리울도서관은 ‘음악 및 악기’, 중앙도서관은 ‘교육’, 꿈두레도서관은 ‘체험 및 여행’, 초평도서관은‘ 가족’, 햇살마루도서관은 ‘어린이도서관’, 청학도서관은 ‘사회과학’, 양산도서관은 ‘역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오산시는 소리울도서관 운영의 주안점을 시민 모두가 책을 편하게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두고 있다. 다만 조용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책과 음악을 매개로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다른 도서관들과의 차별점이다. 무엇보다 공공도서관으로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이 악기와 책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악기를 다뤄보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음악 거점 공간이자 지역의 아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산시는 ‘학생 1인 1악기’에서 ‘시민 1인 악기’로 확산해 오산을 문화도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리울도서관을 비롯한 각 도서관의 특징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도서관 관계자는 소리울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오산시 음악문화의 거점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시민들에게 양질의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 “소리울도서관 관계자 모두 우리 도서관이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감성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웰, 당신은 절반만 맞았어” 4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유쾌한 백남준’

백남준아트센터가 올해 ‘예술과 기술로 연결된 미술관’이라는 비전과 맞닿은 다양한 사업과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는 백남준의 기념비적인 위성 생방송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이 40주년을 맞는 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작품이 지닌 ‘전 지구적 소통’의 메시지를 연결한 다채로운 전시를 마련했다. ■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조망하는 ‘세계평화’ 가치 먼저 오는 3월 ‘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를 통해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평화의 가치를 조망한다. 미디어 감시 사회를 예견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서 착안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전 세계로 방송돼 유쾌한 영향력을 확산했다. 100여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세계 각지의 춤과 노래, 시와 코미디를 뒤섞은 흥겨운 쇼는 오웰의 디스토피아가 아닌 밝은 미래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소설 속에는 기술 네트워크가 전체주의적 감시망이었다면, 백남준에게 TV와 위성은 각 도시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시공간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었다.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라이브 퍼포먼스로 참여한 미국 밴드 오이고 보잉고의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올해 연도로 재설정한 것으로, 40년 전 새로운 기술과 감시 사회에 대응하는 방식을 점검하며 2024년을 마주하게 한다. ■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 점검 같은 날 개막하는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한다. 백남준은 1984년 1월1일이 암울한 기술문명의 미래를 예견했던 조지 오웰에게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고 답할 기회로 봤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동시대 기술환경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마련한다. 홍민키 작가는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소개하며 진행하는 사회자 역할을 새롭게 해석하고, 조승호 작가는 감시 초소와 안가의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장서영, 휘(WHI), 히토 슈타이얼, 삼손 영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오는 9월 열리는 ‘NJP 커미션’은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회적 어젠다를 다루는 작가를 발굴, 신작을 제작하고 전시한다. 기술문명과 삶의 관계를 탐구하고 기술을 통한 소통과 전쟁이 공존하는 시대의 모순을 돌아보는 예술가의 창의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도 재개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운영된 국제예술상은 역량있는 작가의 수상 및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디어 흐름을 제시하며 국내 국공립미술관 유일의 ‘국제’ 수상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지난해 국제예술상 시상 제도를 정비, 올해 예술상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내년에 수상자 전시를 열 계획이다.

이번 설 연휴, 경기도 나들이 떠나볼까?

◆ 한국 안 작은 유럽 마을...피노키오&어린왕자별빛축제 청평댐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이국적 건물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 문을 연 한국 안에 작은 유럽 마을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이 이달 29일까지 ‘제3회 피노키오&어린왕자 별빛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꽃과 별, 그리고 어린왕자’를 콘셉트로 하는 쁘띠프랑스와 ‘피노키오와 다빈치’를 모티브로 한 이탈리아마을의 두 주인공을 주제로 한다. 야외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별빛 포토존을 새롭게 준비했으며, 특히 짙은 쪽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겨울 밤하늘과 유럽에서 직접 공수한 LED 전구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밤거리를 구현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별빛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옹기종기 모여있는 파스텔톤 건물들과 그 사이사이를 밝히는 조명 빛이 한데 어우러진 동화 같은 모습이다. 은은한 밝기의 불빛들이 유럽 마을의 곳곳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겨울밤 엄마가 들려주던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피노키오와 어린왕자 동화 속 배경을 옮겨놓은 듯한 빛 조형물도 시선을 끈다. 그 외 오르골시연, 베니스가면체험, 윈터하우스 개장 등 다채로운 문화 체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 청정 자연 속 한겨울...산들소리낭만등불축제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 불암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산들소리는 4만2천평 부지를 23년간 무농약으로 조성해 청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사립수목원이다. 2002년 설립된 이곳은 1200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습지원, 야생화정원, 허브정원 등 15개의 테마 정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이번 겨울은 ‘낭만 등불축제’를 주제로 등불을 무료로 대여해 방문객들이 불빛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며 3월 말까지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족욕 및 맨발로 걷기 체험 등을 제공하며 겨울에는 오후 6시 이후 방문 시 1인 1음료만 주문하면 별도의 입장료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 썰매로 호수를 가르는 기분...포천산정호수썰매축제 ‘산 속에 있는 우물’이라는 뜻의 산정호수는 명성산 아래 작은 봉우리들로 둘러쌓여 절경을 이룬다. 봄, 여름에는 잔잔한 물길이 흐르는 호수 둘레길을 거닐 수 있고 억새가 장관인 가을도 아름답지만 산정호수의 백미는 단연 겨울이다. 눈 덮인 호수의 탁 트인 경관과 꽁꽁 언 수면을 썰매장으로 활용한 행사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기업 산정호수마을회가 직접 기획하는 포천 산정호수 썰매축제는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축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대형 오리의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오리 썰매는 물론이고 펭귄, 푸우, 산타 등 다양한 캐릭터 썰매와 얼음 썰매, 러버덕 기차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만한 겨울 콘텐츠를 이달 12일까지 즐길 수 있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오산 하프앤보울 [공간의 재발견]

오산시 외삼미동에 위치한 ‘하프앤보울’은 책과 커피, 꽃이 공존하는 북카페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만한 그림책 위주로 서가를 꾸몄고 판매하는 책 외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이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도 구비해두고 있다. ◆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어른 2021년 3월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에 문을 연 하프앤보울에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주인장 박지애씨는 아이가 태어난 2017년부터 그림책을 접하게 됐고, 그쯤 봤던 그림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그중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이 아플까봐’는 박씨에게 큰 영향을 줬다. “한 소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상처받은 마음이 아플까 봐 두려워 마음을 꺼내 유리병에 담아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닫힌 마음의 문을 세상을 향해 열 수 있는지 어른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에 대한 애정은 하프앤보울의 위치를 오산으로 정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오픈 전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 서점을 찾아보면 수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산에 북카페나 독립서점이 드물어요. 책도 팔고 커피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복잡한 도심보다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더라도 여유 있는 동네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프앤보울엔 그림책 서가가 별도로 있다. 그림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것보다 표지가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이 들어 전면 책장에 배치하고 있다. 또 그림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어른들이 읽고 생각할 만한 책을 엄선해 큐레이션하고 있다. “어른이 된 후 삶의 목적과 가치관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본연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에 대한 물음인 것이죠. 그림책뿐만 아니라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역사, 신앙 서적 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책을 고릅니다.” 한편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고를 때도 지식보다는 감정과 마음을 우선에 두고 있다. 마음껏 상상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책을 선별한다. ◆ 우리의 그림책, ‘더미북’ 만들기 ‘하프앤보울’은 2021년 10월부터 1년간 매월 주제를 정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른을 위한 그림책 정기 모임을 진행했다. ‘우리의 그림책’이라는 이름의 모임은 참여자들이 주제에 맞는 책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박씨는 1년간 진행한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나의 첫 그림책 만들기’를 꼽았다. 그림책을 실제로 출판하기 전 상태인 ‘더미북’(가제본)을 6주간 완성하는 수업이었다. “모임 시작 전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 씨앗을 토대로 스토리보드, 스케치 작업, 글 수정 및 보완, 세 가지 장면 채색을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나중에 각자 만든 이야기를 인쇄해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고 서점에도 진열했습니다.” 더미북을 만드는 과정은 고됐지만 박씨는 “다시 언제 하냐고 문의도 많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언젠가 다시 기획해 진행하고 싶은 행사”라고 소개했다.

그땐 그랬지... 한 눈에 보는 ‘설 명절 변천사’ [설특집]

우리에게 한 해의 시작은 두 번 존재한다. 1월 1일과 설날이다.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며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 풍경 역시 바뀌고 있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전날부터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하기도 했던 ‘그때 그 시절’부터 긴 연휴를 맞아 해외 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비는 오늘날까지. 설 명절 풍경의 시대별 변화상을 살펴봤다.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새해를 기리고 서로에게 ‘복’을 듬뿍 전달하며 축복하는 마음만은 여전했다. ■ 한때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설날…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설날은 본래 음력 1월 1일인 정월 초하루를 일컫는다. 지금은 태양력(양력)을 사용하지만 과거 우리 조상은 달을 주기로 시간의 흐름을 정하는 음력을 사용했다. 음력 새해 첫 달 첫날이자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첫날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었다. 1896년 고종황제는 태양력을 수용했지만 조상들은 설 차례와 새해 인사 등을 나누는 신성한 날인 설날을 계속해서 기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을 펼치며 설날 등 고유 명절을 억압하고 일본의 명절과 행사 의식을 강요했다. 양력과세는 광복 후에도 이어졌다. 전통 설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의 ‘신정(新正)’과 ‘오래된 정월’이라는 뜻의 ‘구정(舊正)’이란 표현은 이러한 배경 속 탄생했다. 1949년 양력 1월 1일이 3일 설 연휴로 지정됐고, 이후 설은 오랜 세월 공휴일 및 비공휴일 문제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현대의 정부에서는 신정과 구정 연휴를 두 번 쉬는 ‘이중과세(二重過歲)’ 등 행정 낭비가 이유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 정부는 ‘조상의 날’, ‘민속의 날’로 음력 정월 초하루를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9년 민족 고유명절 ‘설날’은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정부가 음력 1월 1일 ‘민속의 날’을 설로 복원하고 3일 연휴를 결정했다. 그렇게 설날을 설날로 부르지 못한 설움의 역사는 회복됐다. 이후 1999년 신정 양력 1월 1일이 이틀에서 하루 연휴로 줄어들며 지금의 설날 형태가 갖춰졌다. ■ 설날 아침 풍경에 담긴 조상의 지혜 전통적인 새해 첫 달 첫날의 설날 명절에 행하는 모든 의식에 한 해를 잘 지내고자 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일가친척과 친지를 만나면 덕담을 주고받으며 어린아이는 윷놀이와 널뛰기, 연날리기를 했다. 이러한 설날 놀이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데 보름날 연은 액연이라는 의미로 멀리 날려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잘 찾아보기 어렵지만 ‘복조리’를 걸어두는 것도 새해 대표적인 의식 중 하나였다. 정월 초하루에 파는 조리는 특별히 복을 가져다 준다 하여 복조리로 불렸는데 각 가정은 초하루 전날 밤부터 조리 장수로부터 1년 동안의 복조리를 구매했다. 쌀을 이는 도구로 그해의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뜻에서 생긴 풍속으로 조리를 몇 개 묶어 방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뒀다. 신년 토정비결을 보는 것 역시 전통적인 새해 풍습이었다. ■ 민족 대이동…주차장 같던 고속도로 이제는 해외로 시대가 변화하며 설 명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도 변했다. ‘민족 대이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에게 설날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한 귀성객으로 가득 찼던 과거가 있다. 아침 일찍 눈도 못 뜬 어린 자녀를 태우고 우리네 아버지는 전날 저녁부터 귀성길에 올랐다. 옆자리의 어머니는 한 손에 지도를 펼치고 마치 주차장처럼 고속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 옆으로는 뻥튀기를 팔던 이들이 지나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로 인해 펼쳐진 진풍경이 또 하나 있다. 서울역 등에서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예매가 열리는 날 전날부터 돗자리를 펴고 이불을 덮고 노숙하며 대기하던 이들의 모습이다. 이제는 현장 예매보다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으로 예약 시스템이 대부분 전환했는데 여전히 직장인 등은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시간을 설정하고 온라인 대기 인원 몇 만명을 뚫기 위한 예매전쟁에 뛰어든다. ■ 설 명절…“꼭 가족과 보내야 하나요?” 전통적인 개념의 대가족 형태에서 핵가족, 1인 가구 시대로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며 설 명절에 대한 의미도 변했다. 1인 가구와 핵가족 등에게 설날은 길고 긴 연휴 중 하나로 조상보다는 현재 가족 또는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의미가 됐다. 이러한 트렌드는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보다 부모님이 직접 서울의 자식을 보러 오거나 연휴 기간 해외 방문객 수 증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한 고속도로가 아닌 해외로 떠나기 위한 이들로 공항이 붐비는 것이다. 여행업계에서 설날을 비롯한 명절 연휴는 이제 대목 중의 대목이다. 지난해 설날 연휴 하루만 7만여명의 여행객이 해외로 출국했고 명절 닷새 간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61만명에 달했다. 특히 해외로 여행객을 위해 1월 초부터 홈쇼핑 등에서는 ‘반값’ 해외 항공권과 ‘항공&숙소’ 특가 상품 판매가 쏟아진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이를 위한 상품 등은 특히 지금의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특징이다. 설날은 숙박업계에도 대목 중 하나인데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반려동물을 맡기기 위한 반려동물 호텔의 인기 역시 최근의 현상이다. 현대인에게 설을 포함한 명절의 의미는 휴일이라는 인식이 더 강화하고 있다. 명절에 꼭 시댁이나 친정을 방문하지 않는 딩크족 젊은 부부, 직장인 1인 가구 등에게는 바쁘고 지친 일상 속 휴식의 개념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한 시장조사전문기업(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날 등 명절에 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은 명절은 ‘휴일’이라고 대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설날에 항상 가족이 모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2016년 같은 질문에 61.3%가 대답했고 4년 후인 2020년엔 70.9%로 확대됐다. 다시 4년이 지난 지금 그 인식은 더 강화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외 여행 수요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지난해 주요 여행사에 따르면 설날 연휴 해외여행 수요는 최대 9천% 이상 늘어났다. 하나투어의 설 연휴 패키지 여행객은 1만5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7천15%, 모두투어의 설 연휴 해외 패키지 예약객은 1만3천명으로 전년 대비 9천181%, 노랑풍선도 4천% 넘는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도입된 ‘온라인·비대면 추모·성묘’는 이러한 여행을 더욱 자유롭게 하는 데 한몫했다. ■ “진짜 전통은 가짓수 따지는 것 아니야”…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난 시대 변화는 차례상 위에도 지난해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제례 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인 절반 이상(55.9%)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제사 과정의 개선 사항으로는 제수 음식의 간소화(25.0%), 형식의 간소화(19.9%), 남녀 공동 참여(17.7%),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제사(17.2%) 등이었다. 조상에게 한 해 문안인사와 같은 설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설날의 대표적인 풍습 중 하나이다. 설 차례상의 변화에서 시대 흐름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가족 구성원 감소로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이가 늘어났다. 친척과 친지 등 대가족이 함께 모이던 시절에서 4인 핵가족으로의 변화, 그리고 1인 가구의 등장으로 가족의 형태는 변화했다. 세대의 변화와 함께 인식의 변화도 이뤄졌다. 더 이상 전통적인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유교의 상징과도 같은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2022년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지난해에는 설을 앞두고 ‘현대화 제사 권고안’을 발표하며 차례상 간소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과일(밤, 사과, 배, 감)과 삼색 나물, 구이, 김치, 술 등 음식은 여섯 종류였다. 전은 부치지 않아도 되고 음식 놓는 위치는 가족이 상의해서 정하면 된다. 성균관 측은 “사계 김장생(조선 중기 정치가·예학 사상가) 선생의 ‘사계전서’에도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는 기록이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꼭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조상을 기리며 후손들이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차례의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시대 변화에 발맞춰 차례상도 변화하는데 매년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고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정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차례상 비용’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해당 발표의 목적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에서 최대한 알뜰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이와 함께 평균적인 그 시대의 차례상 총 비용을 제시하는 것이다. aT는 2018년부터 간소화 차례상 품목과 구입 비용을 발표했는데 전통 차례상은 총 28개 품목, 여기에 조기 및 녹두전 등이 제외된 간소화 차례상은 총 18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과거에는 전통시장에서 품목을 하나하나 직접 사와 상을 꾸렸다면 이제는 만들어진 완제품을 사오는 이들도 늘어났다. 1인 가구의 경우 아예 ‘밀키트’나 배달을 통해 차례상을 차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매년 명절이면 보도되는 가족 간의 다툼과 불화, 이혼 기사 등은 며느리에게 전가된 명절증후군과 스트레스를 나타낸다. 직장일을 하는 등 맞벌이 부부의 가족 등에게 주문을 통한 간편 차례상은 ‘히트 상품’이다.

新 소통문화…경기도여성가족재단 ‘문화센터’ 도입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직원들이 강의를 듣고 체험 및 참여를 할 수 있는 ‘구읏문화센터, 재단 화합의 날’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구읏’은 재단 초성 로고 모양을 응용해 만든 조어로, 영어의 GOOD(굿,좋은)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갖고 있다. ‘구읏문화센터’는 재단이 업무회의 형태를 문화센터 형식으로 도입해 직원들의 새로운 소통문화를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일부 기업에서 문화센터에서 형식을 도입하기는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업무회의 형태를 문화센터로 들여오는 일은 드물다. 재단은 격월로 다뤄야 할 주제나 계절에 맞는 테마, 직원들이 관심 있는 소재 등을 활용해 문화센터를 열 계획이다. 7일 1회차 주제는 ‘AI(인공지능) 챗GPT 업무활용’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직원들이 직업 챗GPT를 활용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을 체험하게 된다. 또 여행, 플랜테리어, 행복, 명상 등 다양한 주제로 구읏문화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월 업무보고 형태의 회의로 직원들과 소통이 많이 아쉬웠다”면서 “올해 초부터 일방적인 보고 형식의 회의에서 벗어나 강연과 체험이 접목된 문화센터 형식을 운영해 화합과 소통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봉선 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 "‘삼시세끼’ 잘 먹는 것, 자립의 첫 걸음"

“최고의 복지는 의식주 중 ‘식’을 챙기는 것 아닐까요. ‘잘 먹는다는 것은’ 나를 보살피고 아끼는 길이며 자립의 첫 걸음입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인간다움을 말하는 이가 있다. 최봉선 (사)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은 ‘잘 먹는 길’을 통해 장애인의 복지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품격 있는 사람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한다. 오래 전 식생활에 대해 공부한 최 회장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의 대부분이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에서 기인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이러한 질병이 훨씬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식습관을 관찰했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이 말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2011년부터 경기도 장애인인식생활체험관을 운영해오던 최 회장은 2022년 ‘바른식생활교육 삼시세끼 건강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장애인 등의 먹거리 인식 개선을 위한 장을 축제로 꽃 피웠다. ‘바른식생활교육 삼시세끼 건강페스티벌’은 경기도장애인복지회가 주최하고 도내 30개 시군별 지부가 돌아가며 도내 장애인을 포함한 현대인의 건강한 식습관을 통한 만성질환 예방하기 위한 체험이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지난해 ‘발달장애인 자립형 식생활교육’ 프로그램의 문을 열며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최 회장은 발달장애인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가며 자립심을 기르고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내고자 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디를 가도 웅크리고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본인이 했던 체험일지를 쓴 걸 보여주며 환하게 보여주던 순간,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고 회상했다. 흔히 말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는 건 최 회장에게도 ‘모험’이었다. 그는 “이들이 스스로 조리를 하려면 불 가까이 가고, 위험한 조리도구도 다뤄야 해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8주간 이들은 지도 교사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을 하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체험해 갔다. 자신의 장바구니에 애호박과 두부를 담고 직접 계산을 했다. 밥을 짓는 날에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뜸을 들이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관찰하고 밭에 가서는 우리 식탁에 고르는 고구마를 캤다. 걱정은 기우였다. “마지막 수업에서 아이들이 직접 멸치 머리를 떼고 볶은 반찬을 집으로 보내줬는데 아까워서 못 먹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의 자립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이 초급-중급-고급반으로 1년간의 장기프로젝트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애인과 함께 한 최 회장의 세월은 30여년에 이른다. 그는 1990년대부터 경기도장애인복지회와 연을 맺은 후 식생활 뿐만 아니라 일하고, 즐기는 모든 삶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리기를 희망했다. ‘일하는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재활작업장을 경기도서 처음 시도했고, 정서적인 풍부함을 전하기 위해 장애인합창단의 문을 열었다. 2000년초 탄생한 장애인합창단은 17개 시군으로 확대돼 지난해에는 제20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합창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러한 삶의 과정에서 그 역시 부침을 겪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비까지 들여가며 운영하는 과정 속 때로 본인이 잠을 청할 공간마저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하다. 올해 그는 인간이 되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행복 디자인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와 청년 노인 등 누구나 함께하며 디지털 교육을 배우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디자인 하고, 식생활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 회장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계속해서 달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수연 작가 "생동감 넘치는 예술실험은 나의 힘" [문화인]

수원시 행궁동 행리단길을 걷다보면 모든 꾸밈을 떼어낸 채 본연의 모습으로만 남은 건물 하나가 보인다. 새로운 쓰임을 기다리는 그 건물은 얼마 전까지 ‘초원여관’이란 간판을 달았었다. 간판을 떼어내고 임대를 알리는 그 건물을 정수연 서양화가는 우연히 마주했다. 화랑을 운영하는 그는 얼마든지 화려한 전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덜어내고 예술 본연의 아름다움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었다. ‘관객에게 가장 최근의 작품을 보여주고 소통하자’. 건물 본연의 모습을 살려 전시를 하고자 마음 먹었다. 전시장은 곧 작업실이 됐다. 지난 1월 11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 정수연 작가의 전시 ‘문닫은 여관-아트 쇼’가 열린 배경이다. 그는 전시 기간 예술의 날 것 그대로를 일반 시민에게 드러내며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1층과 2층, 옥상으로 이뤄진 건물에 그 어떤 치장도 하지 않았다. 고스란히 드러낸 여관의 맨살은 건축의 원형 그 자체. 벽지가 모두 뜯긴 채 콘크리트의 맨살을 오롯이 드러낸 건물은 기괴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묘한 분위기를 냈다. 그는 “50호짜리 캔버스 20개를 들고 와 전시장에서 작업을 이어나갔다”며 “영하권의 기온에서 창문이 모두 뜯긴 상태로 난방 하나 되지 않는 빈 건물. 자연과 하나된 전시장 덕분에 외부 환경이 작품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물감이 추위에 얼어버린 흔적, 붓이 얼어버려 제멋대로 캔버스를 누린 흔적, 흩뿌린 물감이 자연 현상의 원심력과 중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완성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1, 2층의 ‘문닫은 여관’ 건물 전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됐다. 색다른 실험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곧 관객이 되어 전시에 참여했다. 작품엔 좌우, 상하 등 뚜렷한 경계가 없었고 제목도 없었다. ‘강아지 가족의 탄생’ 등 관객이 해석하는데로, 제목을 짓는대로 작품은 명명됐다. 그는 “작업을 하는 동안 미술운동처럼 스스로 참여했던 것 같다. 여기서 갤러리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관객들이 많았다”며 “무언가 쓰임을 기다리는 공간에 그 짬과 틈을 찾아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를 하며,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자체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정수연 작가는 미술가이자 문학가, 기술혁신 전문강사 등으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홍익대 조소학과 학생들과 미술 동아리를 결성해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도 어릴 적부터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진 광교산 자락 도마치문화예술촌 입주 화가로 작품 활동을 선보였고, 현재 화랑을 운영하면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행궁동 전시가 열릴 때 제주도와 인사동에서도 전시를 선보이는 등 관객과 만나는 접점 역시 넓혀가고 있다. 그는 관객과 함께 하는 예술 작업,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인사동처럼 행궁동 역시 활발한 작업과 활동들이 늘어나서 또 새로운 문화와 활동이 펼쳐지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과 함께 하는 문화운동, 실험의 예술 세계를 많은 분들과 함께 해나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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