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돌봄’ 핵심 과제…변화 예고한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 [인터뷰 줌-in]

저출생과 돌봄, 성평등과 가족, 젠더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핵심 고리다. 가만히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사회와 경제, 정치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여전히 정책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러한 핵심 고리의 전략을 물밑에서 세우고 도민 삶의 질과 도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곳 중 하나가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재단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 추진하며 ‘일상을 행복하게, 기회를 평등하게, 변화를 선도하는 여성가족 정책플랫폼’을 구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추진하는 새로운 과제와 사업만 해도 여럿이다. 우선 오는 4월 ‘경기도 젠더폭력 통합대응센터(가칭)’를 출범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젠더폭력 대응에 더욱 면밀하게 나선다. 기존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대응센터에서 더 나아가 그동안 제각각 지원되던 성폭력 관련 문제와 새로운 여성폭력 유형을모두 대응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전국 최초의 모델로 젠더 폭력의 새로운 유형 등을 반영해 도내 시·군별 피해자 지원서비스 격차가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해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2본부 7팀 총 69명으로 출범하며 ‘피해대응본부’에는 1366센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대응센터, 아동·청소년성착취피해자지원센터, 스토킹·데이트폭력피해대응센터로 구성된다. 김 대표는 “젠더폭력 대응은 경기도와 재단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전문화된 피해 지원 및 즉각적인 자원 연계를 위해 도-시·군과 여성폭력방지시설의 상시 소통기구를 구성해 대응하고, 피해 지원의 지역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변호사회 등 법률 지원단, 의료지원단, 통역지원단등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해 누구나, 어디에서나 맞춤형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연구에서도 경기도 여성 가족 분야와 관련된 대규모 실태조사를 동반한 중점 연구과제를 추진한다. ▲성평등·여성고용 분야에선 경기도 여성자영업자 경제활동 실태조사 ▲가족·저출생 분야에선 경기도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실태조사 ▲아동·청소년 분야에선 경기도 가정위탁제도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를 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 은둔 문제가 사회적으로 떠오른 만큼 경기도 운둔형 청소년 발굴 및 지원 방안 연구로 청년 운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 발굴에 밑거름 되는 연구도 계획해뒀다. ‘소방직 공무원’ 등 ‘특수직 공무원 대상 성인지교육’도 새롭게 추진한다. 특수직 공무원들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성인지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할 예정이다. 또 교육·사업분야에선 ‘경기여성인재뱅크’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해 다양한 분야의 여성전문가들이 재단을 매개로 활동 역량을 키우고 소통할 기회를 넓힌다. 재단이 진행한는 연구의 의미와 성과를 포럼 등을 통해 도민에게 공유 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작업도 면밀하게 한다. ‘경력단절여성’이 아닌 ‘경력보유 여성’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시행되는 경기도 경력보유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께 포럼을 연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경기여성평화포럼도 8월께 열리는데, 북한이탈여성의 생활실태와 인권 등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경기도가 안고 있는 여성과 가족에 관한 과제를 풀 실마리를 찾는 작업도 진행한다. 주요 과제는 돌봄과 저출생이다. 김 대표는 “가족돌봄과 지역사회 통 합돌봄 등 영유아나 아동돌봄과 동일한 경로의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말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복지재단과 ‘경기도 360 도 돌봄’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돌봄 관련 연구와 사업을 함께 추진해 돌봄공백을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생활에 스며드는 도자문화 정착" [인터뷰 줌-in]

“더 많은 경기도민이 도자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생활에 스며드는 도자문화’를 정착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도자재단이 지난해 ‘도자문화로 국민과 소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전문기관’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며 도자문화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경기도의 도자 자원과 역량을 결집시켜 도예인들에겐 기술적 경쟁력으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도민들에겐 ‘찾아가는 나눔 사업’ 등으로 도예의 가치를 알려 도자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지난해 9월 취임한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가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도자예술 행사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개최되는 해다. 전 세계 70여개국이 참여하는 만큼 ‘기회의 가치’를 키워드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올해는 예술인과 도민이 비엔날레를 함께 즐기도록 경기 곳곳 협력 행사, 예술페스티벌 행사, 마켓행사 등을 강화해 축제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또 이천·여주·광주시 등 재단 소재 3개 시가 함께 참여해 경기도 전역에서 비엔날레를 열고, 공모 행사·국제 전시학술 교류 행사 등으로 전통·현대 도예가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지속가능한 비엔날레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올해 재단의 역점사업으로 ‘경기도자 스마트 혁신 사업’을 꼽았다. 이는 도자 생산의 전과정을 디지털화 해 수공도자의 불안정성을 낮추는 사업이다. 유약의 수축률, 색을 입히는 과정 등 전체 공정과정을 데이터화 하면 도자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가마의 온도를 외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보급해 소성 작업의 효율화를 꾀하고, 온라인 ‘경기도자스마트 상점’ 등을 통해 판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함께 재단은 경기도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를 찾아가 맞춤형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찾아가는 도자문화 나눔 사업’을 확대추진한다. 특히 도자미술관, 도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품을 도내 문화시설에서 전시하는 ‘찾아가는 도자 전시’도 운영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도자는 정서적으로 안정감, 생활의 윤택함 등을 주기 때문에 식기와 오브제 등 생활 도자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또 도예 체험교실 등 도예문화를 즐기는 도민도 약 27만명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지역적·심리적·인구통계학적 등 고객을 세분화해 각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도자문화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최 대표는 재단의 새로운 비전에 따라 2024~2028년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도자문화 확산 및 수요 창출 ▲도예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체계 강화 ▲도자문화산업 선도를 위한 전문성 강화 ▲경영환경 및 경영역량 강화 등 4대 전략과 12개 세부 과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재단 고유의 역할을 확립하고,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도자미술관이 2년간 전시실, 부대시설 등을 정비해 오는 4월 정식 개관한다”며 “도자미술관·박물관 등에서 도민이 온전히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다양화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경기도자산업 혁신의 변곡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상캠 활성화 아직 부족"…경기문화재단 ‘인계동 사옥 복귀’ 불발

경기문화재단이 이달 말 진행하기로 한 ‘인계동 사옥 복귀’ 계획이 불발됐다. 경기도가 현재 경기문화재단이 들어선 경기상상캠퍼스의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인계동 이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도와 재단 간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단은 지난 2001년부터 사용했던 수원 팔달구 인계동 사옥을 2019년 9월 27일 떠나 현재 본사가 위치한 옛 서울농대 부지인 경기상상캠퍼스(수원 권선구 서둔동)로 옮겼다. 다양한 문화 생산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에 자리 잡고,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직접 도민을 만나며 생생한 문화정책을 구현한다는 당시 재단과 도의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공군 비행장 소음과 업무의 효율성 문제 등이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상상캠퍼스를 문화예술 활동가와 도민에게 적극 제공하고 이를 통한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선 일부 부서 이동을 통한 공간 확보와 활용 등이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도 이어졌다. 이에 재단은 서둔동 이전 4년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직속부서와 경영본부, 정책실을 인계동 사옥으로 재이전하기로 하고 지난 26일 해당 부서를 옮기기로 했다. 행정 기능을 인계동으로 옮겨 그 빈 공간을 활용하고, 경기상상캠퍼스는 지역문화본부와 예술본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 교육과 활성화 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도에서 이사 하루 전 ‘이전 보류’ 입장을 밝혀 현재 모든 이전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2019년 당시 재단이 상상캠퍼스 활성화를 목표로 이전했으나 성과가 미흡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지금 당장 이전은 불가하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오광석 도 문화정책과장은 “재단이 들어서고 경기상상캠퍼스가 이전 보다 활성화 되긴 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도 있다”며 “올해 상반기 상상캠퍼스 활성화 관련 사업을 재단이 추진하는데, 그 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방문객 인원과 공간 할애 부분 등을 따져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의 이전 보류 방침으로 재단 내부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인권감사관실 등 일부 부서는 이미 인계동으로 짐을 옮긴 상태였는데다, 이전을 계획했던 부서는 다시 짐을 풀고 내부를 재정비 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전과 관련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던 만큼 혼란스럽긴 하다. 당분간 재단은 상상캠퍼스에 남아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 뒤 순차적으로 이사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인권감사관실의 상상캠퍼스 복귀 문제도 다시 검토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2024 제7회 창작 단막극제’ 참가 극단 모집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제7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에 참여할 극단을 모집한다.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는 나라 잃은 시기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앞장섰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삶을 기리고,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시작됐다. 대한민국 연극 발전을 선도해가는 다양한 극단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연극제로 정평이 났다. 대상(단체상) 1극단, 희곡상(개인상) 1인에 각각 1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창작단막극제로 본선에 진출하는 극단은 공연 지원금 450만원(극단 400만원, 작가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열린 제6회 창작단막극제 대상은 극단 ‘산수유’, 희곡상은 작품 ‘즐거운 우리집’의 김나영 작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단막극제인 만큼 심사는 희곡의 연극성과 문학성에 두루 비중을 둔다. 응모는 출품, 공연, 수상 이력이 전혀 없는 순수 창작 단막 희곡만 가능하다. 오는 2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문학관 공식 이메일로 참가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단막극제의 심사는 지원 극단과 작가명을 기입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된다. 선발된 3~4개 극단의 본선 경연은 올해 가을 노작문학축전 기간에 산유화극장에서 무료 공연으로 진행된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단막극제가 연극인과 지역민이 흥겹게 어우러지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통과 부피가 더해진 이번 행사에 참신하고 열정적인 연극인, 작가들의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 “희망의 해로” 제38회 정기대의원 총회 개최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 희망’을 만들어 내자고 다짐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는 27일 오후 3시 수원특례시 해든호텔 하이엔드에서 제38차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김영진·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자형 경기도의원, 정영모 수원특례시의회 복지안전위원장, 김동은 수원시의원과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여했다. 물리치료사 윤리 낭독으로 시작된 총회는 참석자들의 환영사와 인사말에 이어 지역사회 의료환경 개선에 앞장 선 회원에게 감사패 및 표창장 전달 등이 이어졌다. 이날 김구식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사회공헌 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희정 ㈔원코리아 이사장의 감사패를 받았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는 전국 9만명의 물리치료사 중 가장 많은 1만8천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경기도회 운영 및 회원관리를 기반으로 학술대회 및 상시·정기보수 교육 운영, 정책·학술 연구 사업 등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보건 향상, 주민 맞춤형 건강증진에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근감소증 개선을 위한 TF팀’을 발족해 임상·학술적인 활동을 병행하며 물리치료사들이 근감소증 개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쪽방촌 주민을 위한 봉사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봉사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구식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과 이로 인한 국가적 경제 위기로 물리치료사들이 전에 없던 어려움을 겪었는데, 현재 시장 역시 포화 상태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함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진행한 근감소증 관리 역할에 물리치료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물리치료사의 진로 확장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년간 많은 함께 힘써주신 집행부와 대의원분들께 감사하다. 우리는 늘 위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온 만큼, 모두 하나 되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국 최대의 지부인 경기도에서 힘을 모아 회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협회 본연의 모습을 만드는 데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천년'의 생명력 동양 '한지'와 서양 '조형'의 교감

‘천년을 간다’는 우리의 전통 한지가 현대적 조형 논리 속에 피어나 생명력을 뿜어낸다. 팔달문화센터의 박성자 작가 초대전 ‘교감(Correspondence)’이 이달 31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작가는 한국인의 생활정서에 깊게 자리한 우리 고유의 매체 한지에 주목했다. 종이와 달리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한지는 공간에 독특한 의미를 불어넣는다. 작가는 “동양적 정서의 함축미와 서양의 현대적 조형논리의 조화를 꼴라쥬 기법으로 구현함으로써 동양적 민족정서가 인류의 보편적인 형상으로 잉태되고, ‘교감’하기를 희망한다”며 “우주의 질서 내에 자연의 무정형한 갖가지 형태들을 교감의 의미론적 미학 속에서 구조적으로 살려내려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꼴라쥬 기법은 시간(날줄)과 공간(씨줄)의 교차를 통해 복잡한 질서를 드러낸다. 서양의 수직과 수평, 직선의 정적인 세계는 저 멀리서 고요함을 자아낸다. 동시에 가까이 다가간 곳에는 꽃처럼 말리고 꼬아진 곡선의 동양의 세계가 끊임없이 움직임이는 생동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로 다른 세계는 열린 공간에서 서로 상응하며 무한히 확장된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조형은 어떻게 우주의, 존재의, 의미의 표상이 되는가’를 통해 “사각형에 사각형이 포개진 격자 구조가 정(正)이라면, 그 틀을 깨고 유기적인 한 몸을 이룬 한지 조형이 반(反)에 해당한다”며 “조형 간 관념의 경계 넘나들기를 합(合)이자 또 다른 정(正)이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으로 한지는 스스로 숨을 쉬는 것 같은, 생명력을 얻는다”고 평했다.

벼락같은 예술의 '짓거리'…'남수·북파 오롯한 온새미로'[전시리뷰]

“예술은 언제나 ‘처음’을 일으킨 날벼락 같은 ‘미학적 사건’들로 새로워진다. 낯선 처음이야말로 일상을 뒤흔들어 새 날을 여는 ‘나아감(進步)’이요, 새 날의 ‘오늘’이며, 화들짝 깨우치는 ‘깨달음’이다.” 파주와 수원, 경기도 북부와 남부 정 반대의 공간에서 온 회화, 조각, 사진, 문인 등 30여명의 작가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여 들었다. 전시 공동 기획자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남수·북파’가 던지는 화두를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예술공간 다움·실험공간UZ 3곳에서 ‘2024 휘말리는 벼락예술-남수·북파(南水·北坡) ­오롯한 온새미로’ 전시가 펼쳐졌다. 초대작가 23팀과 ‘이음’으로 참여한 홍일선, 이덕규, 이문재 시인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참여한 작가 등 총 32팀의 예술가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이란 한정된 시간 동안 글짓(벽시), 그림짓(벽화), 몸짓(행위), 꾸밈짓(설치) 등을 펼쳤다. ‘남수·북파’는 경기남부 수원시와 경기북부 파주시를 줄인 말로 마치 베틀을 짜듯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예술인들이 한 날 한 시에 벼락같이 모여들어 날 것 같은 예술의 ‘짓거리’를 펼치기로 작당한 것이다. 지난해 8월 파주에서 열린 첫번째 전시에 이어 수원에서 열린 이번 전시의 주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를 뜻하는 ‘오롯한 온새미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는 온새미로의 미학이 벌인 한바탕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일순간에 모여든 이들은 어떤 걸림도 없이 각자의 예술 감흥을 쏟아내듯 그려냈다. ■ 벼락 같은 사건…생긴 그대로, 날 것 그대로 창밖으로 눈이 날리던 22일 오전, 예술공간 아름의 공간 사방에서 작가들은 정신없이 자신들의 작품에 몰두하고 있었다. 홍일선 시인은 요즘 시는 한 근에 얼마냐 물어봤다던 농부와의 일화를 녹여낸 시를 붓으로 펼쳐내 벽에 걸었고, 조각가인 금누리 작가는 맞은 편의 공간에서 지구와 땅, 중력의 힘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업을 마친 이들은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은 작가들에게 ‘유쾌함’의 시간이었다.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마당은 넓혀 놨다. 작가들은 늘 하던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했다. 서로다른 분야의 작업 활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줬고, 때로는 하나의 작품을 릴레이로 이어나가며 교류했다. 이는 곧 관객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북파(북부에서 온) 권민호 작가는 평소 건축 드로잉을 한다. 권 작가는 기존에 하지 않던 방법으로 3시간의 정해진 시간 안에 ‘사고를 치자’고 생각했다. 창밖에 눈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즉흥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그는 “평소에는 경직된 작업의 자를 대고 ‘수직’을 표현하는 일을 많이 하는데, 이곳에 오며 수원에 눈이 많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눈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직이 아닌 동그란 원형을 마음껏 쏟아냈다. 사진작가인 김정대씨는 관람객이 오가는 통로 바로 앞 바닥에 하얀 캔버스를 드리웠다. 평소였으면 혹시나 발자국이 찍힐까 피했겠지만 작가는 “마음껏 밟아달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시기간인 2주 동안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자국이 찍힐 것”이라며 “사진으로 형상을 담아내기 위해 오랜기간 장노출을 하듯 이곳 외에도 돼지우리, 도로, 카페, 관공서 등 움직이는 형체가 있는 곳에 캔버스를 설치하며 공간에 녹아난 시간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캔버스는 필름이 되어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담길 것이다. 작업의 의의도 다양했다. 이번 전시에 공동으로 초대받은 포천 등 북부에서 온 파견미술팀 전미영, 나규환, 전진경 세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동두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성병관리소가 남아 있는데 이를 부수고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아픈 현대사의 역사를 국가는 외면만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해 시민사회가 함께 지난 역사를 보존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며 “이처럼 메시지가 필요한 곳에 작가는 문화예술로 연대한다”고 말했다. ■ 시간에 더해진 또다른 시간 같은 시각 지하1층 실험공간 UZ에선 온새미로의 실험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홍채원 관장은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것을 풀어내 함께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어떤 공간에서 작품을 풀어갈지 스스로가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흥성과 현장성, 자발성과 연대. 지난 파주 전시에도 참여했던 수원의 최세경 작가는 당시 건물 전체에서 진행됐던 전시에서 공간을 전부 둘러보고 ‘문’을 골라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미리 준비해둔 굴곡이 생기도록 엮어낸 빨간실을 지하1층 공간 이곳저곳에 옮겨본 끝에 오래 전 한 해외작가가 빨간글씨와 정자를 그려두고 간 벽을 선택했다. 최 작가는 “누군가의 작품 위에 나의 작품을 이어갔듯 이 위에 언젠가 또 다른 작가가 손길이 이어질 것”이라며 “작품의 의미는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파생’”이라고 설명했다. 최 작가의 옆엔 파주에서 온 정혜령 작가가 공간에 새겨진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벽에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선택했다. 그의 눈에 공간에 쌓인 시간이 보였다. 작가는 우둘투둘 튀어나온 벽에 거대한 한지를 양옆으로 붙이고 그 위에 물을 뿌린 후 벽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두드렸다. 한지가 마르면 그 위에 벽 모양이 입체적인 질감으로 표현될 것이다. 작품의 이름은 ‘창을 내다’. 두드림이 끝나면 작가는 좌우 가장자리를 제외한 위아래와 좌우 안쪽에 고정해둔 테이프를 떼어낸다. 시간이 흘러 마치 창문이 열리듯 자연스레 한지가 펼쳐지게 된다. 관객들이 창을 통해 보듯 창 너머의 시간을 함께 엿보게 된다. 눈 앞에 실재하는 벽, 그 벽의 결을 표현한 작가의 두드림, 이를 마주한 관객. 서로 다른 존재의 서로다른 시선이 세 겹의 시간이 쌓이게 될 것이다. 예술공간 다움에는 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용규 작가의 ‘목어’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간에 꽉찬 작품과 고요함은 편안함을 선물했다. 대학에서 메타버스 그 중에서 3D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이 작가는 원래 조각을 전공했다. 언제나 3차원의 가상공간을 그려내는 작가는 언제나 물고기가 회귀하듯 손에 잡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전시의 소식은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는 산으로 향했다. 매일 고속도로를 지나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방음벽에 자라나는 담쟁이 덩쿨을 보며 그는 생명력과 파괴력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 프레임이 빠르게 지나가듯 펼쳐지는 자연이 모습을 보며 그는 자연이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산에서 직접 덩쿨을 가져왔다. 이 작가는 “덩쿨은 때로 다른 식물을 죽이기도 한다. 해로운 식물인지 아닌지는 과연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덩쿨로 나무를 깎아 잉어 모양으로 만들고 속을 파 내고 그 속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불구(佛具)인 ‘목어’를 표현했다. 방안 정면에 꽉찬 목어. 그 밑에는 솔방울로 물에 비친 목어의 형상을 담았다. 뒤에 자리한 하얀 벽은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처럼 조명에 비친 목어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소리가 나지 않는 그의 목어. 작가는 ‘마음으로 생각한 만큼 목탁을 치시오’라는 글을 적었고, 이를 본 홍일선 시인은 “천지가 모두 목탁이오이다”라는 글을 적어내려갔다. 서로의 예술적 교류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 작가는 “내가 사는 세상, 내가 만드는 세상은 가상의 허상세계”라며 “자연미술을 통해 실상과 허상을 표현했다. 자연미술과 가상세계란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했다. 새 날, 새 예술을 여는 벼락같은 예술의 ‘짓거리’로 지난 22일 펼쳐졌던 작가들의 작품은 다음달 7일까지 예술공간 아름·다움과 실험공간 UZ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남수북파는 수원과 파주 기획전을 전초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참여 작가 수원 _ 권혁·김예령·김정대·김성배·왕희정·이마로·이수진·이윤숙·최세경·홍채원 파주 _ 금누리․권민호·김기라·김수·김영주·문승영·손승희·장서형·조세랑·채병록․정혜령․박이창식․파견미술팀(전미영․나규환․이윤엽․전진경) 이음 _ 홍일선․이덕규․이문재 소문 _ 김진열, 서은주, 박건재, 문미희, 이용규, 김남수

'연극의 3요소'로 무에서 유를 창조...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

“연극은 삶을 지탱하는 ‘숨’과 같습니다. 단원들과 오래오래 무대에서 숨쉬는 게 소박한 꿈입니다.”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연극에 빠져 27세에 서울예대에 입학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극발전소 301’의 정범철 대표(47). 그가 지난 2008년 창단한 극발전소 301은 지난해 공주 고마나루국제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 전남전국연극제에서 대상·연출상·희곡상·최우수연기상을 휩쓸며 화제의 극단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남전국연극제에서 4관왕을 차지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연극의 3요소(3)로 무(0)에서 유(1)를 창조하자는 뜻을 담은 ‘극발전소 301’은 대학로 등에서 액션, 야외극, 아동극 등 수많은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 50여명의 단원, 작가와 연출진 6명이 있는 대규모 극단이다. 정 대표는 “지금은 이름이 알려졌지만, 창단 초창기엔 사람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몰랐다. 사정이 어려워 단원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공연을 제작했다”며 “그런데도 가장 힘들었던 건 빈 객석을 보는 것이었다. 열심히 제작해도 보러 와주는 관객이 없었기 때문에 무대만큼 간절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5년 전부터 경기문화재단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 지난 2019년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사업은 예술단체와 공공 공연장이 협약을 해 단체를 공연장에 상주하게 하면서 안정적인 창작 활동 공간 등을 확보해주는 내용이다. 예술단체는 제작비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무대를 갖는 한편, 공연장은 심사에 선정된 우수한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극발전소 301은 4년 연속 남양주 다산아트홀에서 ‘전장의 시’, ‘밀정리스트’ 등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500여석의 공연장은 매년 시민들로 가득찼다. 특히 극단 배우들이 직접 시민 배우를 선발, 4개월간 트레이닝 해 공연을 올리는 ‘관객 개발’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원사업으로 매년 3개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선보일 수 있고, 공연 제작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큰 도움이 된다”며 “쉬지 않고 작품을 올리면서 극단의 경력을 쌓아나간 것이 지난해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극발전소 301이 지난해 선보인 ‘밀정리스트’는 경기도 내 우수 작품으로 선정,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경기공연예술페스타’에서 ‘베스트컬렉션(우수 작품)’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재단의 지원을 받는 10여개의 단체 중 극발전소 301의 작품이 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좋은 연극을 오래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날 것의 예술이 펼쳐진다... ‘남수·북파-오롯한 온새미로’

수원의 예술공간 아름·다움, 실험공간UZ에서 총 32팀의 작가들이 모여 날 것의 예술을 펼친 ‘남수·북파-오롯한 온새미로’를 오는 2월 7일까지 공개한다. ‘남수·북파-오롯한 온새미로’는 초대작가 23팀을 비롯해, ‘이음’으로 참여한 홍일선, 이덕규, 이문재 시인, 소문을 듣고 참여한 6인의 예술가들이 회화, 조각, 사진, 설치, 미디어, 다원예술, 안무평론 등 다양한 장르를 한날 한시에 선보이는 퍼포먼스 예술이다. ‘남수·북파’는 경기남부 수원시와 경기북부 파주시를 줄인 말로 한 날 한 시에 ‘벼락같은 예술짓’을 펼치기 위해 남쪽의 수원, 북쪽의 파주에서 온 이들을 일컫는다.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를 뜻한다. 생긴 그대로의 예술을 펼치는 게 목적이자 결과다. 예술가들은 마치 베틀을 짜듯 남쪽과 북쪽을 오가며 ‘휘말리는 벼락예술’을 펼치기로 작당, 지난해 8월 8일 파주 타이포그라피배곳의 이상집에서 그 첫 번째 행위를 펼쳤다. 수원의 예술공간 아름·다움, 실험공간UZ에선 개막일인 22일 그 두 번째 ‘벼락치기’가 열렸다. 홍채원 예술공간 아름·다움 관장은 “이 공간이 남수·북파가 일순간에 모여들어서 각자에게 솟아 오른 예술 감흥의 ‘굿짓’을 펼쳐내듯 쏟아낸 사건의 현장으로 남았다”며 “‘오롯한 온새미로는 태극이 휘돌아가며 새 생명을 내듯이, 새 하늘의 새 날, 새 예술을 내는 ‘벼락같은 사건’이었다. 현장 기록은 영상과 도록으로 남겨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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