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훌쩍 떠나볼까

청명한 하늘과 상쾌한 바람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가을.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이 있는 그런 곳은 없을까.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경기도 드라이브 코스로 지금 달려가보자. ◇제부도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제부도는 차로 섬을 다 둘러볼 수 있어 시작부터 끝까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제부도로 향하려면 비봉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우측으로 306번 지방도로를 따라 남양→사강(송산)→서신으로 계속 가면 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얼마 지나지 않으면 차창 밖으로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품은 바닷바람이 들어온다. 섬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농촌의 풍경이 드러나고 도로변에는 포도밭과 옥수수밭이 이어진다. 갈매기가 공중을 맴돌고 건물 사이사이로 갯벌과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제부도가 코앞에 있다는 뜻이다. 좌로는 궁평항, 우로는 제부도를 가르키는 이정표를 지나 우회전 하면 갯벌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식당들이 빽빽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면 꼬불꼬불 이어지는 도로가 시작된다. 제부도로 들어가려면 여기서 2∼3㎞를 더 달려야 한다. 도로 양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바다,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조수간만의 차이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제부모세길이 나온다. 물이 빠져나간 도로를 지나면 드디어 제부도다. 제부도로 가기 전에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 시간을 꼭 확인하자. 문의 ☎ 031-355-3924, 369-1673, 369-1679. tour.hscity.net ◇서해바다 영동고속도로 시흥, 월곶 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해서 가다보면 오이도가 나온다.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한 오이도는 개장을 앞두고 있는 등대전망대가 볼거리다. 잠깐 둘러본 뒤 대부도 쪽으로 차를 돌리면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광활한 바다 가운데에 끝도 보이지 않게 뻗어 있는 시화방조제를 만나게 된다. 12.7㎞나 되는 긴 코스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시화방조제는 왕복 4차선 도로와 함께 길옆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 하이킹이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기에 좋다. 중간중간에는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선착장과 간이매점도 있다. 시화호방조제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방아머리 선착장이 있고 직진하면 대부도가 나온다. 할매·할아배 바위 사이로 지는 일몰이 유명한 구봉도를 지나 계속 직진하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선재도·영흥도 방향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아직은 시골 정취가 그대로인 대부도 시내가 나온다. 대부동사무소를 지나 메추리섬 쪽으로 우회전한 뒤 말부흥 쪽으로 차를 돌려 대남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좌측으로 고랫부리 가는 방향이다. 대부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고랫부리 해변은 그 모양이 고래의 부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은 상업적으로 개발돼 있지 않고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해변과 자연 그리고 작은 어촌 마을이 때 묻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간조때면 고랫부리 안쪽까지 나있는 시멘트 도로로 차가 들어갈 수 있는데 태고의 원시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랫부리 해변을 감상하고 다시 대부시내 쪽으로 나와서 화성, 수원 쪽으로 가다 보면 영어마을이 있는 선감도가 있고 바지락칼국수와 서해 별미인 쭈꾸미 볶음이나 불낙지를 파는 음식점이 즐비한 불도가 있다. 고랫부리 해변엔 음식점이 없으므로 점심은 고랫부리 들어가기 전 대부도 방아머리 음식문화 거리에서 바지락칼국수나 굴밥을 먹거나 고랫부리를 둘러보고 불도 쪽에서 먹는 것이 좋다. ◇포천 허브아일랜드·산정호수·아프리카문화원 포천군 신북온천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거리에 포천 허브아일랜드가 있다. 1만평의 부지에 허브와 관련된 갖가지 콘텐츠로 꾸민 가게들과 체험실, 야외 정원, 산책로 등이 있다. 허브차, 포푸리, 향기치료 용품, 허브 수공예품 등 다양한 허브제품과 쟈스민, 제라늄, 로즈마리 등 제각기 다른 향을 뽐내는 100여가지의 허브들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를 나와 산정호수로 향한다. 산정호수에서 명성산으로 이어진 길은 나무가 울창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10월에는 명성산 정상부근에 펼쳐진 10만㎡ 규모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산정호수에서 광릉 국립수목원, 아프리카문화원으로 내려오는 47번 국도는 쭉 뻗은 나무가 일품이다. 산정호수에서 하루 묵은 뒤 다음날 오전 아프리카문화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프리카문화원은 54개국 3천여 부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구석구석에서 200여 부족들이 간직해온 물건, 사용하고 있는 물건, 유물들을 기증받아 세운 곳이다. 공연시간은 주말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 오후 4시30분(주중공연은 오전 10시30분,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5천원, 공연관람 7천원. 문의 ☎031-543-3600.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팔당을 거쳐 양평, 홍천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용문산터널을 지난 뒤 10여㎞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단월·벽동·산음자연휴양림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진입한 뒤 단월면사무소와 단월 숫불화로구이집을 지나 대명비발디파크로 이어지는 70번국도로 좌회전한다. 2㎞ 정도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산음자연휴양림.소리산 소금강 방향으로 좌회전 하면 328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양평에서도 오지로 연결되는 328번 지방도로 주변은 오가는 차량이 드물고 크고 작은 산들이 이어진 곳이다.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망초꽃이 간간이 눈에 띄는데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비슬고개를 만나게 된다. 고개길 좌측 봉천교회수양관 방향으로 고개를 넘으면 운치와 스릴이 있는 커브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고개길 내리막 좌측으로 산음자연휴양림이 있다. 산음자연휴양림은 해발 992m의 문필봉 기슭 울창한 숲속에 맑은 계곡을 끼고 있다. 휴양림 내에는 천연기념물인 크낙새를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주말에는 숲속체험교실이 열려 환경 운동가들이 숲해설가로 나와 약 1.5㎞ 구간의 체험코스를 안내한다. 휴양림 구경을 끝내고 328번 도로를 벗어나 좌측으로 모곡.가평군.설악면으로 이어지는 494번 지방도로를 타보자. 도로 주변에는 예쁜 상호를 가진 아기자기한 전원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우측으로는 홍천강 하류지역으로 경관이 수려하다. 홍천강변의 모원유원지 입구인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는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을 기리는 한서 기념관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강원도와 경기도계인 장락산과 널미고개가 나온다. 이어 가평군 설악면 로터리에서 양평방면 37번 국도를 타고 귀경길에 오를 수 있다. 그대로 직진하면 청평댐이 나온다./연합뉴스

나풀나풀~ 원을 그리다 ‘살포시’… 황홀한 圓舞

은행잎이 노랑나비로 변신해 나르는 듯한 가을, 나비처럼 원을 그리듯 추는 김진옥의 원무(圓舞)를 만나 보자. 경기도국악당은 3일 토요상설공연 김진옥 명인 초청으로 ‘나비의 긴 나래’를 무대에 올린다. 나비처럼 원을 그리듯 추는 김진옥의 원무는 축원무, 태평무, 교방 장고춤, 살풀이, 화선무, 교방검무, 교방타고무, 추야월, 북춤 등 교방과 예인들을 통해 전해 내려온 다양한 춤들을 한데 묶어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11월 타계한 故 정민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은 김진옥 정민류 춤보존회장을 중심으로 펼쳐져 전통의 굵은 한 흐름을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110여년 전 무기 최정숙 선생으로 비롯됐다고 전해지는 축원무는 당시 교방청 안 여기들로부터 전승됐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전통무용가 故 정민 선생이 기방무용의 하나로 전한 축원무는 경사가 있을 때나 외국 사절단 등을 위해 문무백관 앞에서 만수무강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던 춤이라고 전해진다. 화선무는 양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춤으로 신무용의 부채춤과 달리 비교적 작은 부채를 들고 교방 옷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춘다. 교방타고무는 옛 무기 김홍주, 최정숙, 김애정 여사가 전해온 춤의 하나로 故 정민 선생에 의해 전승됐다. 입춤을 추다 흥이 넘칠 때 양손에 북채를 들고 북으로 달려가 북을 치며 추는 율동이다. 즉흥무로 틀에 짜여지지 않아 분위기에 따라 살풀이를 추다가 수건을 허리에 매고 북을 칠 수도 있고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다 북으로 달려가 칠 수도 있다. 북 가락이 승무 북과는 달라 흔히 보기 어려운 북가락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옥 무용가는 현재 정민류 교방춤 보존회장, 명지대 사회교육원 무용과 객원교수,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 경기도지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진옥 회장은 “춤 이외에는 한눈 팔지 않고 외골수로 지내온 세월이지만 아직도 춤의 세계는 빠져들수록 점점 더 깊은 매력에 황홀해 감탄을 억누를 수 없다”며 “내년 오사카 본부 공연 예정에 앞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자연발생적인 아름다운 춤을 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정민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교방춤을 보존·보급하려는 뜻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일반 7천원. 문의(031)289-6400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공연리뷰> 극단 산울림 ‘꿈꿔서 미안해’

“내 꿈은 무대에서 연기하다 쓰러져 죽는거야.” “그래요, 당신은 꿈을 이뤄 행복할거예요.” 지난주 서울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극단 산울림이 극단 설립 제22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따로 또 함께’ 프로그램의 여섯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연극 ‘꿈 꿔서 미안해’(윤대성 작·임영웅 연출). 이 작품은 전무송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주연을 맡았고, 딸과 사위와 함께 연극가족이 함께 연기한다고 해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오랜만에 극 속에서 연극인 송병숙과 정상철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독고라는 늙은 희극배우 독고(전무송 분)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삶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 윤대성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배우 전무송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희극배우로서 남들에게는 웃음을 주었지만 가족들은 돌보지 않은 남편, 그러나 그런 아버지를 사랑하고 결국 용서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장된 몸짓 없이 노배우의 삶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린 전무송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독고의 부인 김씨역을 맡은 성병숙의 원숙하고 리얼한 연기가 돋보였다. 과장되지 않은, 삶 속에서 묻어나는 연기를 통해 극의 의미를 더해 줬고 며느리와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연스레 이끌어 내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이 연극에선 다른 연극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장함이나 극적 반전, 긴박감 등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우리 일상처럼,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처럼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상황이나 극 전개를 이해하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극 말미 부인이 먼저 떠난 남편을 껴안고 울음을 터트리며 용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끝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잔잔한 감동을 전달해 주는 정도일 뿐이다. 손자가 태어나는 그 시각, 가족들이 임종을 하지 못한 채 극단 후배단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독고, 결국 홀로 남은 부인이 자신을 껴안고 터트린 용서의 울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웃는 얼굴로 떠난다. 이 작품에선 독특한 연극적 기법이 사용됐다. 일반 연극들이 극과 극 사이를 연결하는 암전을 무의미하게 장면을 전환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노래와 음향을 곁들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극 전개를 미리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연출가 임영웅 선생의 세번째 시도라는데, 색다르면서도 머릿속에서 극 전개를 미리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연극이 끝난 후 늦은 밤 전무송 감독과 골뱅이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가 아직도 머릿 속에 맨돈다. “내 꿈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 쓰러져 죽는거야.” 연극 제목 ‘꿈 꿔서 미안해’에서 느껴지듯 저마다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들이 소망하는 꿈의 한 자락처럼 말이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떠나요! 박물관으로~

◇철도박물관 의왕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기차 역사를 재현해 놓은 공간에서부터 통일호, 비둘기호 등 실물 기차와 철로를 만드는 대형기구, 신호기까지 철도와 기차에 대한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다. 특히 인기 있는 곳은 모형철도 파노라마실. 모형으로 된 서울시가지에 놓인 선로 위를 미니기차들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열차운전 체험실에서는 직접 기관사가 돼 열차를 운행해보는 시뮬레이션 체험도 할 수 있다. 신호조작기를 직접 조작해 신호를 켜보는 공간도 있다. 박물관 한쪽 기차칸에는 짚풀체험장도 마련해 놓았다. 4천원의 체험비를 내면 쥐와 망태를 만들고, 새끼도 꼬아볼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2월)(월요일 휴무). 요금은 일반 500원, 어린이.청소년 300원. 문의 ☎ 031-461-3610. www.korail.go.kr ◇남양주 커피박물관 남양주 북한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종합촬영소 안내판 맞은편에 ‘왈츠 앤 탁터만(Waltz&DR.Mahn)’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와인색 벽돌에 중세 프로방스풍의 성을 연상시키는 그곳이 바로 커피박물관. ‘왈츠앤닥터만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지난 8월 커피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빨간 미군용 차는 매표소다. 박물관은 커피의 역사, 커피의 일생, 커피 문화, 커피 재배온실, 커피 미디어 자료실의 5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커피의 기원과 전설, 한국 커피의 역사 등 커피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 1천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6시까지(월요일 휴관)이고 입장료는 대인 5천원, 소인(초등학생까지) 3천원이다. 매시 정각과 30분에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투어에는 직접 커피를 추출해 마셔보는 체험도 포함돼 있다. 문의 ☎ 031-576-0020. www.wndcof.com ◇한국만화박물관 부천 원미구 부천종합운동장 부근에 있다. 박물관은 3D 입체애니메이션 상영관, 만화열람실, 옛날 만화가게, 만화장면 속으로, 체험교육실 등 5개 테마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생생한 화면의 3D 입체 애니메이션은 물론 옛날 만화자료에서부터 최근 발행된 만화잡지와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각종 만화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또 1970년대 만화방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옛날만화가게’에서는 당시의 만화를 읽으면서 추억에 젖어볼 수 있다. 이밖에도 만화 속 장면과 주인공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공간과 지도교사와 함께 이야기 캐릭터북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3∼10월), 오전 10시∼오후 5시(11∼2월)(월요일 휴관)이며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중.고생 2천원, 4세∼초등생 1천500원이다. 문의 ☎ 032-320-3745~6. www.comicsmuseum.org ◇안성술박물관 안성시청 앞 로터리에서 진천 쪽으로 313번 지방도를 따라 3㎞ 정도 올라가면 길 오른쪽 언덕에 있다. 이곳에는 술과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 1만5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전통술 빚기에 쓰이는 각종 양조도구에서부터 술 홍보용으로 만든 공중전화카드와 우표, 병따개, 포스터까지 일상 속 술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또 지금은 전통이 끊긴 지역 민속주를 기록한 ‘조선주조사(朝鮮酒造史)’와 조선시대 술에 관한 예법을 그린 ‘향례합편(鄕禮合編)’과 같은 희귀 자료를 비롯한 술 관련 서적과 논문도 전시돼 있다. 특히 1950∼1960년대에 나온 소주와 맥주는 물론 일본, 미국, 중국, 유럽, 북한의 술까지 한 자리에 모여 있어 애주가들의 추억과 흥미를 자극한다. 야외 전시관에는 전통주를 빚을 수 있는 부뚜막 시설과 술방(발효, 숙성실)이 있어 우리술 빚기 시연을 보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1시∼오후 5시. 문의 ☎ 031-671-3903. ◇주필 거미박물관 남양주 조안면에 있는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안에 있다. 아라크노피아는 Arachnida(거미류)와 Utopia(천국)가 합쳐진 말로 ‘거미들의 천국’을 뜻한다. 주필 거미박물관은 ‘거미박사’ 김주필 동국대 생물학과 교수가 전세계를 누비며 채집한 거미와 연구 자료를 모아 설립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사설 거미박물관이다. 거미박물관 1층에는 국내외 거미 표본 4천여종과 거미 관련 소품들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각종 화석과 광물질 200여 종, 기타 귀중품이 전시돼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11∼2월). 요금은 어른 5천원, 학생 4천원, 어린이 3천원. 문의 ☎ 031-576-7908∼9. www.arachnopia.com 박물관에서는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1박2일 과정(아라크노피아 생태학교, 거미전시관 관람 및 거미박사에게 듣는 거미나라 이야기, 야간 거미생태 관찰 등)은 7만원, 2박3일 과정(거미, 곤충, 야생화 생태관찰, 생태 영화 관람, 해부 현미경을 이용한 거미의 몸 탐구 등)은 30만원이다./연합뉴스

뮤지컬 콘서트-한정림의 음악일기 네번째 이야기 ‘산책’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달 28일 고양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이같은 형식의 색다른 공연이 열렸다.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한정림이 초대하는 뮤지컬 콘서트 한정림의 음악일기 네번째 이야기 ‘산책’. 콘서트 제목이 말해주듯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한정림과 그의 음악친구들이 관객들과 교감을 나누는 아주 색다른 무대였다. ‘한정림의 음악일기’는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을 작곡하고 있는 한정림이 피아노, 색소폰, 바이올린, 첼로 등 음악동료들과 앙상블을 이뤄 행복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뮤지컬 콘서트. 지난해 4월 동숭아트센터, 같은해 9월 국립극장, 올해 4월 아르코예술극장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 무대였다. 공연이 진행된 별모래극장은 마치 TV의 음악 프로그램 스튜디오인듯한 느낌의 아늑하고 편안한 공연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관객들이 마음 푹놓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부담없는 무대 세팅과 함께 영화배우를 사회자로 초청하는 배려까지. 그래서인지 흥분에 앞서 부담을 느껴야만 했던 다른 공연들에 비해 이날 무대는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었다. 공연은 3개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쉿, 조용한 이야기’란 주제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클래식 위주로 꾸몄고 2부는 탱고 뮤지컬 ‘나의 왼손’이란 주제로 소설가 한강씨와 몇년째 작업하고 있는 탱고뮤지컬 ‘나의 왼손’을 쇼케이스 형식처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마지막 3부는 ‘수줍게 말하는 나의 이야기’로 자신이 작곡하고 편곡한 팝과 재즈를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찢어진 청바지와 하얀 블라우스 등 편안한 복장으로 무대에 선 한정림은 자신이 음악을 하면서 영향을 받은 곡부터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들까지 하나씩 넣어 연주하는 시간을 만들어 나갔다. 그의 여행에는 손진(색소폰), 이선정(바이올린), 권나형(첼로), 이재학(일렉베이스·콘트라베이스), 서희(드럼·소악기), 박미향(신디사이저), 특별 게스트 보컬 황혜나 등까지 그의 친구들과 함께 했다. 진행자로 초청받은 영화배우 김태우는 편안한 진행으로 가을밤 산책에 함께 하며 관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오프닝은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클래식곡 ‘산책’을 자신이 직접 피아노 변주곡으로 열었다. 이어 모차르트의 피아노 3중주 다장조 2~3악장을 연주하고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Fou You’를 연주했다. 2부 무대는 국내 최초의 탱고뮤지컬 ‘나의 왼손’에서 선보이게 될 정열적인 탱고뮤지컬 음악들로 채워졌다. 시종일관 미소 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무대를 이끌어 나간 한정림은 무대 한켠에 마련된 작은 티테이블에서 사회자 김태우와 대화하듯 탱고에 대한 해설과 그녀 곁에서 함께했던 따뜻하고 감미로운 팝, 재즈 신곡들을 소개했다. 뮤지컬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배우 조유신·이은정이 특별 출연해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극중대사를 하며 국내 최초로 제작하는 탱고뮤지컬 ‘나의 왼손’을 미리 만나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어 보컬리스트 황혜나가 한정림과 그의 친구들의 연주에 맞춰 진한 재즈풍의 곡을 선사, 한정림의 음악세계와 작품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아버지(한정림의 아버지 한익평씨는 우리나라 뮤지컬을 개척한 연출자였다)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탱고 다모레’ 연주는 첼로와 피아노의 어우러짐이 돋보였다. 마지막 3부 세번째 수줍게 말하는 ‘나의 이야기’는 스윙에서 절절한 탱고까지(Musical Pop·Jazz· Tango) 다채롭게 꾸며졌다. 재즈연주자들이 흔히 보사노비로 연주하는 영화 ‘흑인 오르페’의 삽입곡 ‘카니발의 아침’을 스윙으로 편곡해 콘트라베이스, 드럼, 피아노 등이 조화를 이룬 멋진 음악으로 연출해냈고 블르스 곡 ‘길’과 재즈곡 ‘러브레터’은 보컬 황혜나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타고 관객들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이날 공연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펑키스타일의 연주곡 ‘샤워’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알토 색소폰, 일렉베이스, 드럼, 신디사이저, 피아노 등으로 편성된 ‘샤워’는 흥겹고 경쾌한 리듬으로 관객들이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는 흥겨운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무대에선 한정림 자신의 자작곡에서부터 자신의 음악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던 곡과 새로운 의미로 각색한 기존의 재즈곡들까지 다양한 곡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절제된 감성이 돋보이는 탱고가 좋았고 한없이 우울할 때 여백 사이에서 울 수 있는 재즈가 그랬다. 작곡자 한정림의 세련되지는 않은 말투는 오히려 친근함을 전해줬고 피아노, 색소폰, 바이올린, 첼로 등 감미로운 앙상블과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담긴 2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는 유익한 저녁이었다. 아침에 산책하듯 감미로우면서도 잔잔한 노래들과 만난 즐거운 산책이었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연필로 그린 그림…인위적인 것 피하기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 인위적이지 않아 좋습니다.” 작가 김영조는 ‘손’을 주로 그린다. 2차원적 평면에 손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여러개 손이 평면 위를 달리는 모습으로 표현된 그의 그림이 다음달 21일까지 영실버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전시회 이름은 ‘단점과 장점의 하모니전’. 패션지의 패션에디터, 의상디자인 전시, 일러스트레이터, 의류 디스플레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못난 손이 단점이지만, 그 손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좋기도 하다”는 그의 생각을 그려넣었다. 가늘고 긴 모습이 그리 못난 손도 아니건만, 예술인은 민감하다더니 몹시 부끄러워한다. 이번 전시에 낸 작품은 30여점. 하나같이 부드럽고 인위적이지 않은 그의 선이 만화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도 하다. 작가는 “요즘 너무 그래픽과 같은 인위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이 많아 연필을 사용한 작품을 좋아한다”며 “이번 전시는 단순히 흑연필을 사용한 작품이 주류지만, 다음은 보다 발전시켜 색체도 넣고, 입체적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의(031)236-5184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공연리뷰> 바다처럼 넓고 깊은… 듬직한 선율에 반하다

지난 16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에선 짧게 깎은 머리에 팔각모를 쓴 해병대 군악대원들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제19회 정기 연주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병대 군악대 정기 연주회라더니 메인도 메인이지만, 관객들을 위한 사이드 메뉴들도 무척 화려했다. 이은결에 이루마, 남경주까지 뜻밖에 쟁쟁한 출연진이 등장해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연주회는 금새 지나갔다. 제일 먼저 이은결 이병이 무대에 올라 오프닝 매직 콘서트를 선사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명성에 어울리는 매직쇼가 이어졌다. 순식간에 수건이 지팡이로 변하고 지팡이가 수건으로 변하다가 수건이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진행될 수록 점점 열기를 더하더니 나중에는 손이랑 팔꿈치에서 불을 꺼내들면서 객석의 환호성은 높아갔다. 눈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손이 빠른 솜씨였다. 마지막까지 꽃가루를 날리며 관객들을 놀래키는 솜씨에 관객들은 짧은 공연동안 이은결의 팬이 됐다. 오프닝 쇼가 진행되는 동안 1~2층 객석은 물론 복도까지 관객들로 채워져 2천여명이 이날 공연을 지켜봤다. 이날의 메인 해병대 군악대(지휘 박흥선 준위)가 연주한 레퍼토리들은 빠른 템포의 ‘아리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메리칸 그래비티’ 등 주로 흥겨운 리듬과 강한 비트로 타악기를 사용해 박진감 넘치는 곡들로 공연 내내 관객들은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트럼펫을 연주한 양정모 하사에게도 눈길이 모아졌다. 실제 연주도 훌륭했지만, 앵콜곡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쇼맨십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으로 연주하다 코로 연주하다 마지막에 귀로 연주하는 모습에 다들 놀랐지만, 사실은 CD를 틀어놓았던 것. 지난 5월 결혼했다는 이루마 상병도 해군 홍보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루마의 ‘키스 더 레인’을 직접 듣는 동안 부드럽게 이어지는 음들이 피아노 소리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 박혜미는 잔잔히 시작하다 하이라이트로 몰아치는 뮤지컬의 특성을 살린 곡 ‘지킬 앤 하이드’의 ‘디스 이즈 더 모먼트’, ‘섬원 라이크 유’, ‘올 모스트 파라다이스’ 등을 불렀다. 가만히 앉아 보기만 했을 뿐인데 군악대, 마술쇼, 뮤지컬, 피아니스트 등 종합선물세트를 선물받은 아이처럼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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