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코리아” 감동의 물결

▲도립극단 ‘눈물꽃 기생’ 러시아를 적시다<상> 경기도립극단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연극으로 우뚝 섰다.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이 무대에 오른 지난달 19~20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흥분과 열광 그 자체였다. 이 자리는 러시아 연극계에 우리의 연극, 경기도립극단의 연극을 깊이 각인시키는 자리였고, 한국 연극단체로서는 최초로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최고의 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에 오르는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긋는 쾌거였다. 그동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의 공연단체가 무용 등의 공연을 한 적은 간혹 있었지만 연극이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경기도립극단이 최초다. 특히 러시아 자국내에서조차 검증된 공연단체의 최고의 작품이 아니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우리의 전통극으로 10여분간 기립박수를 이끌어 내는등 한국 연극의 우수성을 알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마련한 ‘제2회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 초청받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15일. 러시아의 9월은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무대들로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에 차있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최고의 극장들이 모여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특히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는 9월부터 새로운 연극 시즌을 알리는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가 시작됐기 때문으로 특히 올해는 경기도립극단이 러시아 연극 시즌의 개막을 알리게 돼 그 의미를 더해 주었다. 올해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에는 프랑스, 스웨덴 왕립 드라마극장, 이탈리아 밀라노 피콜로 극장 등 세계 유수의 국립극장들이 초청돼 자신들의 고유한 민족적 전통극은 물론 예술적 전통과 어우러진 현대적인 작품들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1896년 초연했던 안톤 체홉의 작품 ‘갈매기’를 폴란드 연출가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을 시즌 개막작으로 채택, 새로운 연출에 대한 시험대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연극단체 최초로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무대를 밟은 경기도립극단의 ‘눈물꽃 기생’은 경기도립극단만이 갖고 있는 우리 연극의 특색을 전세계에 알리는 멋진 공연을 펼쳐 국제연극페스티벌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 알렉산드린스키’ 기간 중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6편. 지난달 15~16일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고, 경기도립극단이 19~20일 무대에 올린 ‘눈물꽃 기생’은 러시아 관객은 물론 전세계에 한국 연극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전해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지난달 24~25일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스극장의 ‘크바르테트(Quartett)’와 페테르부르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탈리아의 밤’의 일환으로 오는 8~9일 이탈리아 피콜로 극장의 ‘아를레키노(Arlecchino)-두 나리의 하인’ 등이 무대에 오르고 오는 19~20일 스웨덴 왕립드라마극장의 ‘멕베드(Macbade)’, 오는 30~31일 피콜로 극장과 프랑스 오데온 극장이 오랜 협업과정을 거쳐 준비한 ‘벤타클리오(Ventaglio)-부채’(러시아명 베예르) 등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이 252번째 시즌 개막작으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장식한 ‘갈매기’는 폴란드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가 연출을 맡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페테르부르크 극단들의 중견 배우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무대에 올렸고, 연극 시즌 개막작답게 1천300여 객석을 가득 채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출가 크리스티앙 류파는 이 작품에서 연극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들, 또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전형적인 연극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배우들의 호흡과 몸짓만으로 전달하는 전혀 새로운 연출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 1637년 설립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스가 공연하는 ‘크바르테트’는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에 모티브를 둔 독일 극작가 하이드 뮬러의 작품을 고유한 프랑스식 연극 기법과 전통을 살려 만든 작품으로 꼭 관람하고 싶었지만 지난달 22일 귀국해야 하는 일정상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국제연극페스티벌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립극단이 초청받았다는 점과 250여년만에 최초로 러시아 최고 예술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무대에 경기도립극단이 한국 연극을 올림으로써 우리 연극의 힘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보였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동양의 정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 연극에 목말라 하는 러시아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던져 주었고, 페스티벌을 취재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유럽 각국의 비평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2005년 도문화의전당서 고골리 ‘검찰관’ 공연 첫 인연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연극 전용극장.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의 왕비의 이름을 따 붙인 국립극장으로 정식 이름은 푸슈킨기념국립아카데미드라마극장. 1832년 건축가 로시의 설계로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됐으며 황실극장인 알렉산드린스키극장으로 출발, 1937년 시인 푸슈킨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은 설립 이래 러시아 혁명 후 현대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보여 그리보에도프의 ‘지혜의 슬픔(1831년)’, 고골리의 ‘검찰관(1836년)’, 안톤 체홉의 ‘갈매기(1896년) 등을 비롯, 오스트로프스키, 투르게네프, 루나차르스키, 시모노프, 두브첸코 등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공연해 왔고 세익스피어를 비롯 외국의 고전작품들도 공연하고 있다. 예카테리나 대제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작은 공원에서 바라보이는 극장 정면과 옆면에는 각각 기둥 6개가 세워져 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비스듬한 경사면을 따라 배치된 좌석과 고풍스런 조각으로 장식된 테라스와 기둥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같은 아름다운 건축 양식으로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는 15개월 동안 예전 황실극장의 모습 그대로 내부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개관 250주년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알렉산드린스키극장 단원들이 고골리의 ‘검찰관’(연출 발레리 포킨)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 도립극단이 초청받아 ‘창밖의 앵두꽃은 몇번이나 피었는고(원작)’를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사정으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경기·인천지역 도예작가들 개성넘치는 작품 전시

경기·인천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펴치는 도예작가 14명이 독특한 개성의 도예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인천 신세계 갤러리는 다음달 1일까지 2007 세라믹 페스티벌 ‘흙·美와의 조응展’을 마련했다. 김요안·김태곤·김형준·민광희·이동하·이은재·이정훈 정유근·조승연·하정미가 참여한다. 김요안의 작품 ‘결의 생성’, 조승연의 ‘호롱’, 하정미의 ‘병’ 등은 흙 고유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세련된 표면 질감을 표현했다. 김형준과 조이현은 우연적인 기법을 이용한 유약의 사용을 통해 도자기 표면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물들인다. 이동하의 ‘청자삼족접시’, 이은재의 ‘2007-끈’ 등은 작가들의 흙에 대한 섬세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다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내면서 생명과 자연을 노래한다. 김태곤은 식물 이미지를 모티브로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식물의 줄기와 뿌리 등이 주전자의 주구, 손잡이, 뚜껑 등이 되면서 그의 작품은 익살스러움을 전한다. 차유종은 흙으로 빚어 구운 도자기 부조들과 조명을 사용하여, 심미적인 빛을 만들어냈다. 29~30일 신세계백화점 앞 중앙광장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도자기 체험마당도 준비된다. 문의(032)430-119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가슴이 따끔따끔…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을 했어요. 가슴에 따끔따끔 가시가 박힌 것 같아요.” 아이들은 대개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죄책감이 마음 한켠에 붙어 산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때는 그만큼 성장하기도 한다. 숲 속의 작은 세 친구들이 들려주는, 가시에 찔린듯 가슴이 콕콕 쑤시는 거짓말 너머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인천은 오는 21일까지 아트홀 소풍에서 연극 ‘거짓말’을 공연한다. 낮은 풀숲에 사는 작은 쥐 세 친구 토비, 토루 형제와 치치. 숲에서 친구들과 놀다 돌아가는 길에 멋진 장난감 자동차를 주운 치치는 이튿날 풀숲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찾는 토비에게 엉결겁에 “못봤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밤새 고민하던 치치는 장난감 자동차를 돌려주기로 마음 먹지만 고백하지 못한 채 가슴에 가시가 박힌듯 따금따끔 아프기 시작하고…. 거짓말을 하고 난 후의 마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또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후외와 죄책감, 불안감, 자기합리화 등 내면에서 폭풍이 일어난다. 이 작품에선 이같은 마음의 폭풍을 ‘가시’라고 말한다. 가시를 빼는 방법은 용기를 내는 것이다. 거짓말을 인정하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연출가 천성국(극단 인천 대표)은 이 작품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거짓말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것과 어른들에게는 아파하는 아이들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아량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 주말·공휴일 오후 2시와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일반 1만1천원, 학생 7천원. 문의(032)508-0757/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전시·음악회·뮤지컬 등… 도서관에 오면 多있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안다. 도서관이 예전의 도서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단순히 책만 읽고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 생활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자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도서관은 시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고 어떤 도서관은 예쁜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요즘같은 비디오시대에 “책을 읽으라”고만 강요해선 따분하다고 외면받기 딱 십상이다. 경기일보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지역 도서관들의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프로젝트 등을 소개, 디지털시대 책 읽기의 새로운 모델들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 위치한 책테마파크는 외관부터 일반 도서관들과 차이를 보인다. 단순 건축업자가 아니라, 예술계에 종사하던 조각가와 건축가가 합작해 완성한 ‘작품’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은 유명 건축잡지에 실렸을 만큼 창조적인 외관이 일단 시선을 끈다. 싹뚝 자른 깍뚜기 마냥 생긴 딱딱한 도서관의 외모와는 다른 모습에 공원을 찾았던 시민들은 신기해서라도 책테마파크 내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단순히 외관만 꾸며서는 두번 이상 찾아오게 만들기 힘들다. 책테마파크는 주변 공원과 시설들을 십분 활용했다. 건축물 뒤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을 활용해 매년 기획공연과 전시 등을 진행했다. 보통 도서관이 예산, 규제 등 제한을 받아 시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을 마련해 한번 구경삼아 왔던 시민들의 발길을 “또 무슨 행사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다. 책테마파크 직원은 7명. 공공도서관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예산도 그렇다. 같은 예산이지만, 아이디어나 기획력 등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시민들을 끌어당기고자 했다. 책테마파크는 책 속 주인공을 작품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동화를 활용해 만든 뮤지컬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아지똥’과 같은 동화는 이미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졌었다. 박동기 책테마파크 차장은 “읽는 것보다 쉬운 보는 책을 제공한 것”이라며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책과 보다 가까워 질 수 있도록 간접기회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예산이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공연이나 기획 전시 등에만 기획력과 아이템이 필요한 건 아니다. 여러 도서관들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종이접기공예 프로그램’에도 기획력이 더해지면 보다 나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명절 책테마파크는 시민들을 초대해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물론 색다른 아이템을 고안한 공예 수업이었다. 다른 도서관이 제공하고 있는 종이접기는 시기나 의미보다는 아이들의 일시적인 재미를 위해 마련된다. 반면 책테마파크는 명절이라는 시기를 이용해 복을 받기 위한 복주머니를 종이접기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완성된 복주머니는 ‘복을 선물한다’는 뜻을 담아 부모와 가족에게 선물한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덧붙여 흥미를 더했다. 박 차장은 “단순히 책을 읽는 기능을 넘어 비주얼이 갖춰져야 쉽게 눈에 띄고 이를 통해 책을 쉽게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같은 아이템도 밝고 재미난 이슈로 디자인을 제공해야 더욱 높은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공연리뷰> 굿, 전통의 경계 허물다

“우리 굿음악이 이렇게 흥겹고 즐거운지 미처 몰랐습니다.” 경기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굿음악제에 출연한 록 밴드 크라잉넛의 보컬 이상면씨의 소감이다. 특히 지난 15~16일 굿음악제 기간 중 무박으로 열린 ‘소리굿난장’은 전통연희와 현대음악이 만난 무대였으며, 경기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났다. 특히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굿판이 재즈와 록 등과 만나 진한 울림을 선사한 자리였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운맞이 대동굿’에선 김매물 만신 주도로 정통 황해도굿이 걸판지게 펼쳐졌다. 이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삼삼오오 모여든 관람객들은 신청울림, 상산맞이, 초부정, 칠성, 타살, 대감 등의 굿거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 흥겨운 가락과 만신들의 축원덕담에 정성스런 예를 표하며 우리네 삶과 함께 했던 샤머니즘의 정수를 만끽했다. 이어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의정부시청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소리굿난장’은 굿음악과 대중음악의 통쾌한 만남이었다. 강오단오굿과 작두타기(황해도굿), 전라도시나위, 경기소리(신시예술단), 경기도당굿 등의 전통연희가 펼쳐졌고, 씻김굿과 재즈시나위, 경기민요와 칸초네·팝송의 만남, 경기소리창법으로 재해석한 정가 등 전통선율을 접목시킨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굿음악제는 경계를 허물었다. 무대와 객석, 공연자와 관람자, 주최와 객체를 넘어 한국인이 지닌 여유로움과 넉넉한 인심을 되살려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굿이 지닌 원초적 생명력을 대중음악에 접목시켜 그 성장 가능성을 조명했고, 전통문화의 멋과 흥을 아끼고 사랑하는 도민들의 끼와 재주를 한데 결집한 것 또한 고무적이었다. 전통문화가 지닌 화합과 상생의 이치를 되살릴 수 있는 지자체의 정책 마련과 기회의 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공연리뷰> 부족한 성량 ‘절반의 성과’

수원지역에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는 게 그렇게 힘든 작업일까. 관객들도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수원오페라단이 지난 13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 무대에 올린 도니제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시도는 참 좋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완성도면에서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1980년대 서울에서 원어로 공연된 적이 있고 지난 1997년 서울대가 우리말로 번안해 무대에 올린 게 전부일만큼 국내 팬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오페라다. 이번 공연은 사실상 초연과 다를 바 없는 공연이었다. 그래서 먼저 이 작품을 선택해 무대에 올린 수원오페라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 짜여진 무대장치와 배경, 의상 등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 수준급 무대를 만든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출연진 모두 주연과 비슷할 정도로 대사 분량도 많고 동선과 연기 부분도 고도의 테크닉과 풍부한 성량 등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출연 배우들의 성량이 크게 부족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주연배우인 돈 파스콸레를 맡은 바리톤 박상욱의 노래는 성량 부족으로 오케스트라 음량에 묻혀 객석에서 제대로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았고, 다른 배우들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중에서 에르네스토를 연기한 강성구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음벽을 깨고 객석으로 전달됐다는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이와는 별도로 연기자들의 몫은 아니지만 좋은 공연을 위한 외부적인 도움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조명이 무대 가운데 설치된 마이크와 겹치면서 그림자를 만들어 배우들의 얼굴을 어둡게 비춘 점과 주최측이 에어컨 가동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시설관리를 맡은 청소년회관측이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관객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관람하도록 해 불만을 산 점 등은 책임소재 이전에 서비스 정신이 부족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풍성한 가을…골라보는 전시

가을이다. 멋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레 옷가지를 꺼내 서랍 속 주인을 바꾸는 계절이다. 가을엔 지역축제와 공연, 전시 등이 봇물을 이룬다. 특히 개인전이나 그룹전 등은 한해의 수확인냥 유독 많다. 취향에 따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만남이 결합한 반추상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실주의적 풍경화를 그렸던 그는 지난 2000년 들어 추상적인 모습으로 전환을 꽤했다. 그는 수채화 용지에 커피 혹은 수채물감, 아크릴 물감 등으로 부드러운 색조를 칠하고 우연한 형상들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신종식 홍익대 교수는 “작가는 비닐랩을 물감에 묻혀 나뭇결 무늬 흔적이나 모래사장 같은 음영을 보여주는 콜라주 기법과 삼베로 만들어진 선묘, 락커 스프레이로 뿌려진 색조를 통해 우연적인 흔적을 재구성했다”고 평했다. 오는 18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20여년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온 작가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따뜻한 봄날의 벚꽃 향기와 내장산의 멋진 가을 추억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자연이 변하는 사계절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며 멋드러진 수채화 풍경들을 펼쳐낸다. 작가는 지난 2005년 한국수채화협회 사생대회 대상, 인천선진미술협회 대상 등을 받았고 한국미술협회 수채화분과 위원 및 인천지회 수채화분과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15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지난 1999년부터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조각공원 석장리미술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예술제는 민족분단의 뼈아픈 현장이자 세계적 생태보고인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 그리고 접경지역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들이 펼쳐진다. 올해는 동덕미술관(오는 18일까지)과 연천 조각공원 석장리미술관(15일부터 장기간) 등지에서 한·중교류전이 열린다. 중국작가 13명과 한국 작가 18명이 참여해 유화, 사진, 설치, 비디오, 영상작품 등을 선보인다. 15일 석장리미술관에서 ‘소통의 꽃’이란 주제로 한·중작가들의 설치미술과 함께 극단 春, 문화마을 들소리, 빛의 오케스트라-김안식, 신재현과 재즈 등의 무대가 마련된다. 경기미술협회가 시상하는 경기미술상 평면부문 작가선정을 기념한 전시. 이석기는 도시의 야경을 그린다. 밤 풍경은 기억속의 공간과 시간의 이미지를 즐겨 담는다. 물건을 진열한 상점은 밝은 조명을 받아 환한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주변은 어두운 공간으로 치장했다. 밝음과 어둠, 표정 없는 사람들, 화려하면서 침울한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16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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