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 개봉 80주년 기념 토론회가 28일 오후 2시 서울 운니동 노블호텔 회의실에서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주최로 열린다. '나운규,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주제가 아리랑 누가 작곡, 편곡했나' 등이 논의된다. 10월1일 단성사 앞에서는 80년 전 '아리랑' 개봉 당일 아침 압수당한 전단지를 복원해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벌인다. ☎02-763-5014. ▲트롬본 연주자 이철웅의 독주회가 다음달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다. 알비노니와 이영조, 만프레드 슈나이더 등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 이철웅은 현재 KBS 교향악단 수석이자 한국음악협회 이사로, 연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1만-2만원. ☎02-3487-3825.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황지우) 무용원 창작과는 30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교사 크누아홀에서 제13회 실험무용제를 개최한다.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15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 무료 공연. ☎02-746-9360. /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임수연(36) 씨가 다음달 1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모던, 컨템포러리-프롤로그:1905년 10월1일 이후'라는 이름으로 독주회를 연다. '모던, 컨템포러리'는 그가 총 6차례에 걸쳐 20세기 주요 작곡가의 대표작만을 골라 선보이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시리즈의 첫번째인 이날 공연에서는 야나체크의 소나타 '1905년 10월1일', 드뷔시의 '전주곡' 중 일부, 메시앙의 '아기 예수의 입맞춤', 크럼의 '마크로코스모스' 등을 들려준다. "근.현대 음악이 깊게 다뤄지지 않는 우리나라 음악 풍토가 안타까워 3년 전부터 이 시리즈를 구상해왔다"는 임씨는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연주단인 TIMF앙상블 멤버이며, 단국대, 선화예술중.고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전석 2만원. ☎02-3436-5929. /연합뉴스
세계적 권위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18ㆍ한국예술종합학교 3년)군은 26일 연주 당시 우승을 조금 기대했지만 정말 수상을 하게돼 기뻤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김군은 이날 귀국하면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앞으로 많은 곡을 배우고 익혀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군은 데임 패니 워터맨 심사위원장이 들려줬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워터맨 위원장이 "너무 이른 나이에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나쁜 일일 수도 있다"며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쇼팽 콩쿠르 직후 잠적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는 것. 워터맨 위원장은 또 김군에게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계속 한 선생 밑에서 배우는 것이 낫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김군은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100여 차례 협연할 기회도 함께 얻었다. 다음은 김군과의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우승 소식을 들은 당일(24일)에는 들떴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 앉았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짊어질 짐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연주를 많이 하고 학교 수업도 잘 챙기면서 자리 관리에도 힘쓰겠다. --연주 당시 다른 연주자에 비해 박수 소리가 컸다는데 우승을 예감했나. ▲박수 소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연주 당시 정말 행복하게 쳤고 이 이상 잘 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콩쿠르는 다소 정치적이고 여러 면이 고려되기도 해 `못해도 3등은 하겠지'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욕심이 날 때는 `설마 2, 3등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연주 이후 현지 반응은 어땠나. ▲본선 연주가 끝나고 나서 관객과 참가자들이 `네가 우승이다'며 칭찬해 주었다. 시상식에 앞서 심사위원들이 있는 방으로 가서 미리 수상 소식을 듣는데 그때도 이미 주위 반응이 좋았다. --콩쿠르 이후 공연 계획은. ▲리즈 콩쿠르는 자체적으로 오케스트라와 연주 부상 기회를 제공한다. 내 기사가 실린 영국 신문에는 100차례 이상의 기회를 준다고 써 있는데 정말 많이 줬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중국, 홍콩 아시아 순회 공연이 이미 잡혔고 중국에서는 상하이필과 협연한다고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나중에 이메일로 관련내용에 대한 소식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안다. --김대진 교수에게 사사했다는데. ▲8년째 김 교수님에게 배우고 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고 나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콩쿠르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한 맘이 들었다. 선생님도 자랑스러워했다. 현지 심사위원들도 선생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다른 선생에게 가지마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김군은 순수 국내파 피아니스트인데 감회가 남다르지 않나. ▲유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하거나 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학을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렸을 때나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 유학을 가고 싶었으나 국내에서 선생님에게 배운 게 많고 가끔 외국 선생님이 있는 캠프에 가도 더 나은 분이 없었던 것 같다. 나를 계기로 유학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에 1등을 했어도 3년 후 다시 누군가 또다시 1등을 하게 된다. 지금이 오히려 한계라고 생각하고 계속 노력하겠다. 내 인생에서 음악은 80%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평소 삶과 음악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기쁘면 기쁜 대로 연주하고 슬프면 슬픈 대로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곡을 많이 배우고 싶고 당분간 콩쿠르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연합뉴스
김선욱(18ㆍ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군이 세계적 권위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는 스승인 김대진(44) 교수의 지도가 절대적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양의 지도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1994년 귀국 이후 김군을 만나 맞벌이로 바쁜 김군의 부모 대신 일상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10년 가까이 그의 조련사 역할을 맡아왔다. 김군이 영국에서 귀국한 날인 26일 만난 김 교수는 "공연장 관계자들 누구나 '아! 그 음악회마다 쫓아다니는 꼬마'라고 말할 정도로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제자를 소개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자만하지 말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압도적인 실력차로 우승하긴 했지만 심사위원단 구성 등 운도 많이 따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또한 콩쿠르 우승이 올림픽 금메달처럼 평생 영광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후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나도 1985년 클리블랜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내가 연주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 뒤를 이어 2등한 연주자가 실력이 나보다 더 뛰어났고, 지금 유럽 무대에서 펄펄 날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앞으로 김군이 콩쿠르 참가는 되도록 피하고 대신 내공을 키우는 데 전념토록 하게 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또 제자에게 "피아니스트라면 외로움도 많이 느껴볼 필요가 있다"는 화두도 던졌다. 그는 "외로울 때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치면서 곡이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필요도 있다"며 "그런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 실력이나 내면이 함께 성숙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김군을 6개월 가량 미국 뉴욕으로 보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선욱이가 이번 콩쿠르 우승 때문에 앞으로 연주의 목표가 콩쿠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는 김 교수는 "제자들이 말이 아니라 내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스카르피아 역은 그 역할을 맡는 배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흥미롭고 개성적인 배역입니다. 이 역할을 서울 무대에서 선보이게 돼 기쁩니다." '전설적인 바리톤 거장' 레나토 브루손(70)이 한국을 찾는다. 국내 대표적 민간 오페라단인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11월9-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경시총감인 '스카르피아' 역을 맡는 것. 이번 공연은 1900년 1월14일 푸치니가 직접 연출을 맡아 초연했던 도시인 로마의 프로덕션이 직접 내한해 초연 당시 작품 그대로 재연하는 '오리지널 토스카'다. 브루손은 11월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인 리사이틀도 열어 그를 기다렸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하는 '나부코'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사정상 내한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그란체에서 태어난 그는 1961년 스폴레토 음악제에서 '일 토레바토레'의 '루나 백작' 역으로 데뷔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깊은 음색이 특징. 그의 방한을 앞두고 이메일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브루손과 일문일답. --한국팬들은 지난해 '나부코' 공연으로 당신을 만나기를 희망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소감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역과 같이 그 역할을 맡는 배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흥미롭고 개성적인 배역으로 서울 무대에 서게돼 기쁘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 보여줄 '스카르피아'는 어떤 모습인가. 사악함을 강조할 것인지, 아니면 매끄럽고 세련된 모사꾼으로 표현할 것인지 팬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내가 선보일 스카르피아는 극악무도한 이중성을 지닌 사악함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매끄럽고 세련된, 냉소적인 성격이 강조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고령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로 내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해외 무대에서 어떤 공연들을 했는가. ▲올해는 일본에서 특히 공연을 많이 가졌다. 총 네 번에 걸쳐 각각 다른 작품을 일본에서 선보였다. 이밖에 취리히와 빈,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공연했다. --오페라 연출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페라를 연출한 경험이 당신의 무대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가. ▲솔직히 오페라 연출가로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성악가로서 경험과 오페라 연출 작업 두 가지 모두가 무대 연기에 도움을 준다고 본다. --이제까지 대개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출된 무대에서 연기해왔다. 작품의 역사성을 전복하는 현대적인 오페라 연출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그런 연출가들과 함께 작업할 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가. ▲한 작곡가가 오페라를 구상할 때, 그 작품에 신빙성을 최대한 부여하는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현대적인 오페라 연출은 허락하되 역사성을 전복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빙성도 일관성도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무대 위에 올려지게 된다. --지금까지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한 배역은 어떤 역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선호하는 배역은 그 당시 몰두하고 있는 배역이다. 하지만 아버지 역이나 역사극의 인물 연기를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바리톤 배역 중 당신이 한 번도 맡지 않은 역 가운데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리스 고두노프'(무소르크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나 '보체크'(알반 베르크의 '보체크')역을 맡아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맡아온 배역들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올해로 데뷔 45년이 된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무엇인가. 또 언제까지 무대에 설 예정인가. ▲그동안 맡아온 배역들 모두가 멋지게 기억되는 만큼, 그 중 몇 가지만을 고르는 것은 잘못된 일인 듯 싶다. 내 긴 성악 활동기간을 장식했던 모든 배역들을 동등하게 꼽고 싶다. 45년 간 활동 후 언제 무대에서 내려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적당한 시기가 왔을 때 스스로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연합뉴스
이 사람의 노래를 음미해 보면 거의 모두 슬프다. 기쁨과 아름다움의 뿌리는 슬픔이라고 말한다. 그의 노래가 슬픈 까닭은 여기에 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나의 음악세계가) 그저 창피해서”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앨범과 마스터까지 모두 없애고 떠났던 ‘개똥벌레’의 한돌(53). 한국 포크계의 기둥 ‘청개구리’, 소리의 마녀 한영애와 함께 ‘한돌 타래 이야기-첫 번째 이야기’란 주제로 지난해 8월 고양어울림누리 소극장 무대에서 대중음악을 떠난 지 14년만에 노래한 그가 오는 29~30일 두번째 이야기 ‘낯선 슬픔’ 콘서트를 마련한다. 한돌의 타래이야기 두번째 이야기 ‘낯선 슬픔’은 아날로그 세대인 한돌이 전쟁, 가난, 죽음 등 자신이 친숙하게 느낀 연민을 갖는 것들, 그저 들으면 이해할 만한 것들, 남의 일처럼 느끼는 디지털 세대에 느끼는 이질감을 표현했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해 무대에 함께 섰던 한영애와 ‘청개구리’(예술감독 김의철) 외에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자신의 ‘외사랑’을 기타 독주로 선보일 예정이며 첼리스트 이현수,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연, 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한돌 공연의 천사로 등장한다.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30일 오후 5시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 으뜸자리 3만원, 좋은자리 2만원, 편한자리 1만원. 문의(031)1544-1559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소련 사회주의혁명 등 험난한 시기에 예술혼을 꽃피웠던 러시아의 천재적인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2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러시아 음악계가 그를 기리는 공연으로 한창이다. 이날 밤(현지시간) 세계적인 첼리스트 겸 지휘자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홀에서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을 이끌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8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지휘할 예정이다. 쇼스타코비치에게 사사받기도 했던 로스트로포비치는 교향곡 8번이 1943년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에서 처음 연주될 당시 현장에서 음악을 들었던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오늘날까지 교향곡 8번이 연주됐던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이번 공연의 소감을 밝혔다.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신관에서도 이날 밤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이 상연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초연될 당시만 해도 스탈린이 공연장을 박차고 나가버릴 정도로 공산혁명의 이상에 역행하는 것으로 폄하됐지만 소련 해체와 더불어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가장 멋진 오페라로 각광받고 있다. 공산주의 시절을 살았던 쇼스타코비치는 당국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음악을 강요하는데 맞서 자유의지를 담은 음악적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공산주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는 소련 정부에 충성하는 음악을 작곡해 스탈린상을 2번이나 받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발표한 교향곡 9번에 대해서는 '타락한 부르조아의 형식주의'라는 공격을 받았다. 특히 교향곡 13번은 사회주의를 공격하는 반체제적 성격으로 인해 일시적인 공연 금지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교향곡 15곡과 기악곡, 오페라, 발레곡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작곡했고, 1975년 8월 모스크바에서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연합뉴스
한국이 실내악의 불모지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4중주단은 특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단 빠져들고 나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 또한 4중주단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4중주단, 특히나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해외 4중주단의 공연의 객석은 언제나 소수이지만 극단적인 추종자들로 들어차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하겐 4중주단은 독일의 알반 베르크 4중주단과 더불어 마니아 층을 가장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실내악단이다. 이제는 절판된 그들의 과거 음반이 골수 애호가들 사이에서 국제적인 거래망을 통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과 DG와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내악 층이 얼마나 한정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1981년 하겐 가문 출신들의 남매들로 창단되어 1987년 제2바이올린만 라이너 슈미트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악단이다. 창단 당시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패기, 그리고 자유로운 개성의 발현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젊음의 미덕이 창단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3일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이들의 두 번째 내한 무대는 고전을 발판으로 세워진 세련된 모던함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하이든 Op.74의 3번 '기사'와 쇼스타코비치 3번 Op.72, 그리고 드보르자크 13번 Op.106으로 구성되었다. 하이든에서부터 엿보인 그들의 무기는 가공할 만큼 완벽한 호흡과 앙상블이었다.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는 각기 자신의 등장시간에 맞추어 알아서 목소리를 높였고 이 모습은 의도된 연출이나 해석이라기 보다는 마치 재즈의 인터플레이를 연상케 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흔히 앙상블은 주도하는 리더의 카리스마가 돋보이게 마련이지만, 하겐 4중주단에는 각 단원의 비중이 매 작품, 매 악장, 매 프레이즈마다 시시각각 바뀌었다. 결국 네 대의 악기가 통으로 하나의 악기처럼 일사불란하게 곡을 따라 흘러갔다. 그렇게 연주한 하이든은 작곡가가 추구하던 고전주의를 대단히 명료하게 투영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고답적이지 않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또한 현대적이었다. 1부 두번째 순서로 연주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13번은 그러나 이처럼 선명했던 하이든이 단순한 워밍업에 지나지 않았다고 느껴질 만큼 빼어난 호연이었다. 하겐은 쇼스타코비치가 이 작품에 불어넣은 다채로운 음색과 표현과 효과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주로 기교와 음향효과에 치중한 탓에 대부분의 악단이 간과해 버리는-각 악장 별로 대립되는 다양한 정서와 정신성, 즉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냉소와 유머, 이러한 상반된 감성들의 충돌을 대단히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들은 빠른 악장에서는 요철이 분명하게 드러날 만큼 탄력이 넘치고 재치있게 율동하면서도 느린 파사칼리아 악장에서는 반음계적으로 변이된 고전주의의 내면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관객들은 몰입했고, 무대 위의 단원들이 마지막 악장을 끝내고 활을 내려놓은 다음에도 한참 지나서야 박수가 나올 정도였다. 드보르자크의 현악 4중주 13번은 국내에서는 쉽게 연주되지 않는, 30분이 넘는 장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진 대곡이다. 곡의 구성과 형식적인 측면, 그리고 작품 길이로 보아 실내악으로 압축된 교향곡이 연상될 만큼 탄탄한 층을 이룬 작품이었다. 1부의 쇼스타코비치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정교함의 수준을 뽐냈다면 드보르자크에서 하겐은 정반대로 음을 건축하는 거시적인 담대함을 보여주었다. 곡의 성격상 아기자기하거나 세세한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통으로 그린 그들의 음악은 대담하고 또한 활력이 넘쳤으나 결코 엉성하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나라(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모차르트의 도시(잘츠부르크)의 대표 실내악단으로 활약하는 그들이 모차르트 서거 250주년인 올해 모차르트를 제시하지 않은 데는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앙코르를 통해 그들은 그런 아쉬움마저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들이 앙코르로 연주해준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D장조 K575의 1,2,4악장은 이날 공연을 잊지 못할 감동으로 각인시켰다. 고도의 집중력은 자연스럽게 감정적인 몰입으로 이어졌다. 특히 2악장은 눈물이 핑 돌 만큼 아름다운 연주였다. 무대 위의 홍일점인 베로니카 하겐(비올라) 또한 활을 내려놓은 뒤 눈가에 눈물이 약간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진행된 하겐의 사인회는 짧고 굵게 진행되었다. 늘어선 줄은 예의 슈퍼스타들보다는 짧았으나 팬 한 명 한 명이 들이댄 다량의 낡은 수집 음반들은 무궁무진했다. 그 폭은 넓지 않을지언정 소수이지만 진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하겐 4중주단의 명성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실내악적 가치를 그 자체로서 상징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X맨을 찾아라’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X맨이 누구야”란 외침을 들어본 적 있는지. 즉석입담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당연하지’ 대결과 숨겨진 X맨을 찾으며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X맨을 찾아라’가 인기를 끌면서 코너의 시작과 마무리에 항상 등장해 “X맨이 누구야”를 외치는 거친 목소리가 화제가 됐지만,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영화 ‘괴물’에서 괴물 목소리를 낸 오달수에 비유하며, ‘터프한 절규’의 주인공을 궁금해 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X맨의 목소리가 화제가 되자, 방송인 임성훈의 아들 임희택이 ‘X맨’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밝혔다. ‘테이크’ 임희택은 ‘가스’ 배준과 함께 2인조 힙합그룹 ‘사이드 비’(Side-B)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사이드 비’의 테이크가 X맨 목소리의 주인공이 된 것은 언더그라운드 시절 한 무대에서 ‘X맨을 찾아라’의 로고송을 불렀기 때문. 이들의 공연을 본 제작진이 X맨 코너에 적합한 목소리라고 판단, “X맨이 누구야” 목소리 출연을 부탁했고 ‘사이드 비’가 이를 받아들여 전격 녹음에 착수했다고. 이 때 테이크와 가스가 동시에 외치는 목소리도 녹음했으며 함께 사용되고 있다. ‘사이드 비’는 최근 임성훈의 70년대 히트곡 ‘시골길’을 힙합 버전으로 리메이크 한 노래 ‘시골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오페라 무대를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2006년 한국-러시아 교류축제' 프로그램에 러시아의 헬리콘 오페라단 공연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오페라 팬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더구나 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이나 '스페이드의 여왕'이 아닌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라니! 오페라 팬들은 마음 설레며 부지런히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극장으로 향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 작품을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면서….(9월22-24일, 3회 공연) 물론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우선 '현대음악은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일반적인 선입견이 있는 데다 공연 시간이 비교적 긴 작품(2시간40분 가량)이어서였다. 게다가 '아이다'나 '카르멘'처럼 무대 위에 화려한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작품도 아니다. 4막9장으로 이루어진 이 오페라의 사건 대부분은 집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헬리콘 오페라단은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놀라운 흡인력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소프라노 카린 그리고리안(23일)은 일상의 권태와 무기력증에 진저리를 치다가 자기 집 하인 세르게이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카테리나 역으로 관객을 매혹했다. 청중을 전율하게 하는 소프라노 스베틀라나 소즈다텔레바(22일/24일)의 성량과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했겠지만, 그리고리안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채 오로지 욕망의 충족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유부녀의 열락과 고통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는 이 카테리나를 "긍정적인 주인공,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으로 묘사하기를 원했고, "억압하는 시아버지 및 만족을 주지 못하는 남편을 살해하는 카테리나의 행위에 필연성을 부여하려"했다. 그러나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원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대본을 알렉산더 프레이스와 함께 만들어낸 쇼스타코비치는 이 극의 구성과 대사로 관객을 설득하는 데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아버지 보리스가 "나는 처음부터 이 결혼을 반대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카테리나가 어떤 강압이나 강요에 의해 부유한 상인 지노비의 아내가 된 것도 아니고, 시아버지나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것도 아니다. 세르게이가 채찍질을 당하는 것을 보고 카테리나가 시아버지를 살해할 결심을 하는 것도 인도적인 동기에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사회비판적-사실주의적인 연출을 통해서는 이 여주인공의 범죄행위를 변호할 방법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연출가 드미트리 버트만이 택한 상징주의적 연출 방식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배관실 혹은 기계실 같은 살벌한 분위기의 다섯 칸짜리 무대 배경 구조물과 붉은 소파는 4막 내내 변화가 없지만, 그 단일한 공간을 통해 연출해내는 효과는 다채롭기 그지없었다. 1막에서는 카테리나의 침실을 이동식 철창으로 조립해,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듯한' 그녀의 답답한 내면 세계를 보여준다. 바로 그 철창 공간 안에서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정사를 나누며, 역시 그 안에서 세르게이와 함께 남편 지노비를 살해한다(2막). 집안 하인들이 요리사 악시냐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장면과 세르게이가 채찍질 당하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서는 집요하리만큼 자연주의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버트만은 이 두 장면을 상징주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관객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대신 유희적인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감정이입 대신 '거리 두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3막에서 결혼피로연 하객들이 배관실 공간 안에 정지화면처럼 들어 차 있다가 달려나와 광란의 춤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살인과 축제를 하나로 엮는 그로테스크한 효과를 연출한다. 피로연 도중 술을 찾으러 지하실로 내려간 농부 하나가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카테리나와 세르게이가 체포되는데, 이때 시베리아 유형지로 이들을 호송하는 호송차 안의 풍경도 역시 전 막과 동일한 공간에서 처리된다. 3막에서 4막으로 계속 이어진 '의자놀이'(합창단 또는 극중의 군중이 다수의 의자를 무대 위에서 이리저리 옮기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는 현대극에서 수시로 사용되는 테크닉이어서 참신한 연출 방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합창단의 빠르고 정확한 장면 전환의 연기력에 힘입어 그 효과는 결말로 갈수록 커졌다. 카테리나가 아기(인형)를 자궁에서 꺼내 산산조각 내버리는 4막의 장면도 충격적이라기보다는 '그로테스크'의 연장이다. 세르게이의 새로운 욕망의 대상이 된 소네트카를 초기 카테리나와 똑같이 분장시켜 웨딩드레스 차림의 카테리나와 서로의 목을 조르며 대결하게 만든 마지막 장면의 설정은 무엇보다도 탁월했다. 이 오페라를 처음으로 감상한 관객 대부분이 놀라움을 표시했듯,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통속적이며 오락적이다. 블라디미르 폰킨이 지휘한 헬리콘 오페라단 오케스트라는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의도대로 육체의 원시적인 욕망을 음악으로 격렬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하고 감각적인 연주, 특히 금관악기들의 정제된 소리는 감상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미국식 뮤지컬을 모방한 몇몇 구태의연한 장면이 참신한 매력을 떨어뜨린 것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러시아 연극의 전통적인 힘을 실감하게 하는 밀도 있는 공연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