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KBS 기자 반성문 게재… "부끄럽지 않길 바랄 뿐"

KBS 기자들이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한 '반성문'을 게재해 화제다.

지난 7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입사한 38~40기 취재·촬영 기자들은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며 겪은 일과 심정을 담았다.

해당 기자들은 이 글에서 사고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방문 당시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다루지 않았다. 육성이 아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된 대통령의 위로와 당부만 있었다"고 전했다.

한 기자는 "욕을 듣고 맞는 것도 참을 수 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0kg이 넘는 무게를 어깨에 메고 견디는 이유는 우리가 사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고, 다른 기자는 "내부적으로 이번 특보체제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가 있어 더더욱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38~40기는 '성명서'를 통해 대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하면서 반성의 결과물을 뉴스에 반영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새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반성문을 삭제한 것은 아니고, 38~40기가 아닌 한 기자 개인의 실수로 지워진 것 같다"며 "현재는 게시판으로 옮겨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도본부는 "후배 기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듣고 있고, 필요하다면 토론회도 열 계획"이라며  "기존의 재난 및 사고 보도 준칙도 이번 세월호 사고에는 일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여러 기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수정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지원 기자 sj2in@kyeonggi.com

사진= 세월호 침몰 사고, KBS 기자 반성문